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히어로즈 노우트


• 프로야구 키움이 잘 나갈 때만 쓰는 히어로즈 노우트입니다. 생각해 보니 이 팀 이름이 키움으로 바뀐 뒤 이 꼭지를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9연속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고 있을 때 최다 위닝 시리즈 기록(11시리즈)을 깨면 히어로즈 노우트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결국 그대로 기록이 멈추면서 이제야 겨우 키보드를 두드리게 됐습니다.



• 그러니까 이 꼭지를 쓰고 있다는 건 9연속 위닝 시리즈를 기록할 때만큼이나 키움이 잘 나가고 있다는 뜻. 키움은 18승 7패(승률 .720)로 6월을 마감하면서 전체 선두 SK(17승 8패)를 1경기 차이로 제치로 월간 승률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순위에서도 49승 35패(.583)로 일단 3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2위 두산(30승 33패)과는 1.5경기, 4위 LG(45승 1무 35패)와는 2경기 차이.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2위 추격'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준 SBS 스포츠 해설위원과 함께 하고 있는 팟캐스트 '김정준의 야구수다'에서 SK, 두산 양강 체제를 깰 수 있는 팀으로 키움을 지목했는데 일단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 팟캐스트에서 팬심으로 희망사항을 이야기한 건 물론 아니고 '피타고라스 승률'을 근거로 말씀을 드렸던 것. 6월 종료 시점에서 피타고라스 승률을 계산해도 키움이 두산, SK와 함께 3강 제체를 구축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팀  실제 승률  피타고라스 승률  차이
 두산  .602  .612  -.010
 SK  .667  .607   .060
 키움  .583  .603  -.020
 LG  .563  .507   .056
 NC  .488  .484   .004
 삼성  .438  .480  -.042
 한화  .400  .448  -.048
 KT  .451  .435   .016
 KIA  .407  .418  -.011
 롯데  .392  .417  -.025


물론 현재 전력(피타고라스 승률)이 반드시 미래 성적(실제 승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지금 성적이 그저 운발이 아니라는 사실은 확인 가능합니다.




• 키움이 이렇게 잘 나갈 수 있던 제일 큰 원동력을 꼽으라면 단연 (여전히 오재영이라는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맏형' 오주원(34·사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투수 조상우(25)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만 해도 '망했어요' 모드에 가까웠지만 실제로는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오주원은 6월에 13경기에 나와 1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0.75를 남겼습니다. 8세이브는 두산 이형범(25)과 함께 6월 최다 세이브 공동 1위 기록이고, 이닝당 안타 볼넷 허용률(WHIP) 0.42는 이 기간 1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제일 낮은 기록입니다.


2004년 신인상 출신 오주원은 올해로 어느덧 프로 16년차. 오주원은 "내 스스로는 마무리가 아니라 그냥 9회에 나가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기록이라는 게 운도 따라야 하는 건데 최근 좋은 흐름을 탄 것 같다"면서 "조상우, 김동준(27) 같은 부상 선수들이 복귀할 때까지 잘 버티는 게 내 목표다. 언젠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흐름이 길게 갈 수 있도록 내가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 문제는 이탈자가 불펜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점.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던 안우진(20·사진)은 26일 KT를 상대로 4이닝 동안 6실점한 뒤 결국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안우진이 전반기에 복귀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일단 대체선발은 신재영(30)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역시 선발 자원인 이승호(20)도 봉와직염으로 퓨처스리그(2군)에 내려가 있던 상태.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지만 아직 이승호를 언제 1군 경기에 투입할 수 있지는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장 감독은 "하루라도 더 쉬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우려스러운 건 키움이 선발투수에게 시즌 중 '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데도 자꾸 이탈자가 생긴다는 것. 관리를 받으면 관리를 받는 정도는 해주는 최원태(22)가 고마울 지경입니다. 이번 시즌 안에 다시 '마운드 완전체'를 구경할 수 있게 되기는 하는 거겠죠?




• 타선에서는 박동원(29·사진)이 슬럼프로 16일간 퓨처스리그(2군)에 내려가 있던 4번 타자 박병호(33)의 빈자리를 참 잘 채웠습니다.


박동원은 6월 한달 동안 75타석에 들어서 .286/.370/.635, 6홈런, 20타점을 남겼습니다. 홈런과 타점 모두 팀 내 1위 기록입니다. OPS(출루율+장타력) 1.005는 외국인 타자 샌즈(32·1.103)에 이어 2위.


박동원은 수비에서도 '화타(華佗)' 구실을 톡톡해 해냈습니다. 제일 큰 성과는 외국인 투수 요키시(30)를 살려낸 것. 투구수 70~80개가 넘어가면 변화구 구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평을 듣던 요키시는 박동원이 공을 받기 시작하면서 24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을 썼습니다. 6월 평균자책점은 0.53.


장 감독은 "박동원이 요키시의 왼쪽 바깥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투심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더라. 게다가 외인의 심리까지 잡아주니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 박병호(사진 왼쪽)도 복귀 이후 7경기에서 .280/.419/.680, OPS 1.099를 기록하면서 장 감독과 불화를 겪고 있다는 루머와 무관하게 '박병갑 모드'에 접어들었습니다. 시즌 전체 기록은 타율 .289, 16홈런, 48타점입니다.


그렇다고 타선이 완전체를 꾸린 건 아닙니다. 서건창(30)이 무릎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기 때문. 그러면서 당장 1번 타자 자리에 구멍이 났습니다. 서건창이 엔트리에서 빠진 22일 이후 김규민(26)이 주로 1번 타자로 나섰지만 .185/.241/.185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2루수 자리는 .321/.345/.429, OPS .774로 공백을 지우는 분위기. 5월까지 OPS .401로 거하게 삽을 들었던 송성문(23)이 6월 들어 OPS .733으로 살아난 게 컸습니다. 물론 글러브에 잔뜩 묻어 있던 기름은 여전히 닦아내지 못한 상태지만 말입니다.


'밥 먹으면 배부르다'처럼 뻔한 이야기지만 페넌트레이스는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이럴 때는 버티는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6월에 그랬던 것처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내야죠. 장혜성 김혜성(20)도 6월에는 OPS .632로 '그나마' 살아났다는 건 일단 고무적인 징조입니다.




• 공교롭게도 키움은 두산 상대 3연전으로 7월 일정을 시작합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두 팀은 현재 1.5 경기 차이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돌아오는 금요일 저는 이 글 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괜히 글을 써서 흑마술을 걸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일단 두 팀은 현재까지 9번 맞붙어 키움이 5승 4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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