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에 보스턴 vs 뉴욕 양키스가 있다면 한국 프로배구에는 삼성화재 vs 현대캐피탈이 있습니다. 2016~2017 V리그 때부터 두 팀은 맞대결에 'V-클래식 매치'라는 타이틀을 붙여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입니다. 과연 두 팀 팬들도 (여전히) 서로를 제일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할까요?


일단 삼성화재 팬은 그렇습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지난 시즌 삼성화재 안방 대전 충무체육관을 찾은 팬 424명에게 '응원구단의 라이벌 팀은 어느 팀이라고 생각하십니까?'하고 물었을 때 54%(229명)가 현대캐피탈이라고 답했습니다.


현대캐피탈 팬덤 생각은 다릅니다. 같은 조사에서 현대캐피탈 팬 445명 가운데 삼성화재를 라이벌로 꼽은 건 33.9%(151명)에 그쳤습니다. 현대캐피탈 팬이 제일 많이 라이벌로 꼽은 팀은 (나중에 결국) 세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대한항공(52.4%·233명)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대한항공 팬 326명 중에서도 58%(189명)가 현대캐피탈을 라이벌로 꼽았습니다. 프로배구 남자부 팀은 총 7개. 그러면 두 팀씩 묶을 때 총 36가지 조합이 나옵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 팬이 현대캐피탈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비율이 제일 높았습니다.




프로배구 여자부 최고 라이벌은?


여자부에서는 한국도로공사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IBK기업은행 팬 비율이 42.6%로 최고였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팬 가운데서도 제일 많은 36.6%가 IBK기업은행을 라이벌로 꼽았습니다. 두 팀은 2017~2018 시즌 챔프전에서 맞붙은 사이입니다.


GS칼텍스를 라이벌로 꼽은 흥국생명 팬 비율(42.4%)도 이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두 팀은 GS칼텍스가 LG정유라는 이름을 쓸 때부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사이. 현재 흥국생명 안방인 인천은 2008~2009 시즌까지는 GS칼텍스 연고지이기도 했습니다.


현대건설-IBK기업은행 사이도 재미있습니다. 현대건설 팬이 제일 많이(27.5%) 라이벌로 생각한 팀은 IBK기업은행이지만, IBK기업은행 팬 가운데는 제일 적은 숫자(8%)가 현대건설을 라이벌로 꼽았습니다.




라이벌을 모아보자


이렇게 각 팀 팬이 밝힌 라이벌 팀을 한 데 묶으면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을 라이벌이라고 밝힌 팬이 27.4%(2467명 중 659명)로 제일 많았습니다. 대한항공이 22.5%로 그다음 차지. 3위는 삼성화재(15.6%)였습니다. 거꾸로 한국전력(4.3%)을 라이벌로 꼽은 관중이 제일 적었습니다.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이 '공공의 적'이었습니다. 전체 조사 참여 인원 1975명 가운데 514명(26%)이 IBK기업은행을 라이벌 팀으로 선택했습니다. 가장 라이벌 대접을 못 받은(?) 팀은 현대건설로 7.7%가 라이벌로 꼽은 게 전부였습니다. 이 조사 기간 현대건설이 연패에 빠져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아주 놀랄 일만은 아닙니다.


남녀부 전체 조사 참여자 4442명 중 26.7%(1188명)은 '라이벌 팀이 없다'거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10.2%(452명)가 '라이벌 팀이 없다'는 의견이었고, 16.7%(736명)는 '모르겠다'며 답을 미뤘습니다.




프로배구 남녀부 팬은 어떻게 다를까


많은 이들이 프로배구 남녀부 팬이 같은 집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결이 다릅니다.


일단 '프로배구 남자부, 여성 팬이 남성 팬보다 더 많다' 포스트를 통해 말씀드린 것처럼 남자부 경기 때는 여성 팬이 58.5%로 남성 팬보다 더 많습니다. 여자부는 거꾸로 남성 팬이 64.2%.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배구 야구 축구) 가운데 여성 팬이 제일 많은 게 프로배구 남자부고, 남성 팬 비율이 제일 높은 게 여자부입니다.



또 한 가지 차이가 나는 건 경기장을 처음 찾은 시기. 남자부는 경기장을 처음 찾은 시기가 17~19세였다는 답변이 17%로 제일 많지만, 여자부는 30~39세가 23.1%로 1위입니다. 남성 관중만 따졌을 때는 30대에 프로배구 경기장을 처음 찾은 비율이 26.2%로 더 올라갑니다.


요컨대 남자부 경기는 '소녀 팬'으로 시작한 여성 관중이 관람 문화를 이끌어 가는 반면 여자부 경기는 모기업 직원인 '삼촌 팬' 중심인 것. 당연히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도 접근법을 달리해야 합니다.



또 남자부는 4명 중 1명, 여자부는 5명 중 1명이 조사 당일 경기장을 처음 찾았다고 답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합니다. 같은 조상에서 프로야구 팬 가운데는 5.4%(1만1374명 중 614명)만 그날이 첫 방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직 프로배구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번 포스트는 양키스로 시작했으니 마무리도 양키스 선수를 고르겠습니다. 현재까지도 메이저리그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는 56경기 연속 안타 주인공 조 디마지오(1914~1999)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매번 경기 때마다 오는 수 많은 관중 속에 단 한 명 정도는 내가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을 절대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플레이 한다.


프로배구 선수뿐 아니라 모든 프로 선수가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 아닐까요?


이번 조사는 문화관광부에서 후원했으며 조사 신뢰도 95%에 표본오차 ±0.51%포인트였습니다.


이 포스트 아이디어는 '[이슈추적]LG팬은 두산이 라이벌이라는데…두산팬은 달랐다!'(스포츠조선)에서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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