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팬,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여러분 응원팀이 다시 최고 인기 구단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 2018~2019 도드람 V리그 정규리그 안방 경기 평균 관중 숫자와 경기당 평균 시청률 모두 남녀부 13개 팀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대캐피탈이 이런 기록을 남긴 건 2015~2016 시즌 이후 세 시즌 만입니다.
현대캐피탈(남자부) 경쟁 상대는 한국도로공사(여자부)?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 안방 천안 유관순체육관을 찾은 관중은 총 5만9896명으로 경기당 평균 3328명이었습니다. 전반기 때(2874명)보다 454명 늘어난 결과입니다.
그 덕에 전반기(3라운드 종료 시점) 1위였던 한국도로공사도 평균 2911명에서 3143명으로 232명 늘었지만 현대캐피탈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안방으로 쓰는 김천실내체육관은 지난 시즌 관중이 제일 많이 찾은 프로배구 경기장이기도 했습니다.
순위 | 남자부 | 여자부 | ||
구단 | 관중 | 구단 | 관중 | |
① | 현대캐피탈 | 3328 | 한국도로공사 | 3143 |
② | 우리카드 | 3124 | GS칼텍스 | 2914 |
③ | KB손해보험 | 2481 | KGC인삼공사 | 2577 |
④ | 삼성화재 | 2443 | IBK기업은행 | 2428 |
⑤ | 대한항공 | 2011 | 흥국생명 | 2126 |
⑥ | OK저축은행 | 1915 | 현대건설 | 1912 |
⑦ | 한국전력 | 1778 |
단, 전체 평균 관중 숫자에서는 여자부가 2517명으로 남자부(2440명)보다 77명 많았습니다. 여자부 평균 관중이 남자부보다 많은 건 프로배구 15년 역사상 이번 시즌이 처음입니다.
여자부 평균 관중이 지난 시즌(2033명)보다 23.8% 늘어난 건 경기 시작 시간을 바꾼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이번 시즌부터 여자부 평일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5시에서 오후 7시로 바꿨습니다.
아무래도 직장인이 평일 오후 5시에 경기장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니 직장인 관중이 늘면서 여자부 평균 관중이 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응원 시간이 일과 시간 이후로 바뀐 한국도로공사 (본사) 직원은 좀 싫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단, 안방 체육관 관중석 규모가 여자부 안방이 더 많다는 점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남자부 7개 구단 안방 체육관 평균 관중석 숫자는 4431석으로 여자부(4926석)보다 500석 가까이 적습니다. 그 덕에 좌석 점유율(평균 관중÷좌석 숫자)로 따지면 여전히 남자부(55.1%)가 여자부(51.2%)에 앞섭니다.
사실 이렇게 좌석 점유율까지 따져야 한다는 건 남자부 7개 팀이 분발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시즌 전만 해도 여자부 평균 관중 숫자(1413명)은 남자부(2969명)와 비교하면 47.6% 수준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시청률은 확실히 남자부 Win
TV 중계 시청률에서는 여전히 남자부 우위를 지켰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활용하는 시청률은 제가 닐슨코리아 자료를 정리한 것으로 나중에 KOVO에서 발표하는 공식 자료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시청률 상위 5개 팀 가운데 이재영(23)의 위엄을 만끽한 흥국생명을 제외한 4개 팀이 남자부 팀입니다.
남자부 팀 가운데서도 현대캐피탈이 군계일학(群鷄一鶴)입니다.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 36경기 평균 시청률은 1.163%. 2위 삼성화재(1.021%)와 비교해도 0.142%포인트 차이. 비율로 따졌을 때는 13.9% 앞선 기록입니다.
사실 전반기 때 보여드렸던 것처럼 기초 머신러닝(기계습합) 기법인 '의사결정나무'로 프로배구 시청률을 분석하면 '현대캐피탈 경기인가 아닌가'하는 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정도로 시청률에 있어서 현대캐피탈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모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규리그 기간 시청률이 제일 높았던 10경기를 살펴 봐도 현대캐피탈 인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10 경기 가운데 현대캐피탈 경기가 아닌 건 7위와 9위 딱 두 경기뿐입니다.
순위 | 날짜 | 구분 | 안방팀 | 방문팀 | 시청률 |
① | 2018-11-23 | 남자부 | KB손해보험 | 현대캐피탈 | 1.552 |
② | 2019-02-26 | 남자부 | 삼성화재 | 현대캐피탈 | 1.547 |
③ | 2019-01-10 | 남자부 | 현대캐피탈 | 대한항공 | 1.520 |
④ | 2018-12-27 | 남자부 | 삼성화재 | 현대캐피탈 | 1.504 |
⑤ | 2019-01-06 | 남자부 | 현대캐피탈 | OK저축은행 | 1.485 |
⑥ | 2019-01-31 | 남자부 | 현대캐피탈 | 삼성화재 | 1.457 |
⑦ | 2019-03-06 | 여자부 | 흥국생명 | 한국도로공사 | 1.440 |
⑧ | 2019-01-13 | 남자부 | KB손해보험 | 현대캐피탈 | 1.426 |
⑨ | 2018-12-09 | 남자부 | 우리카드 | 대한항공 | 1.413 |
⑩ | 2019-02-03 | 남자부 | 대한항공 | 현대캐피탈 | 1.387 |
팀별 시청률과 이 표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두 가지. 먼저 △여전히 남자부와 여자부 TV 시청률에는 '클래스 차이'가 있으며 △그게 여자부 두 경기가 수요일에 동시에 열리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 시즌 남녀부 시청률 분포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아래 그림처럼 나옵니다.
실제로 독립표본 T검정 결과 남녀부 시청률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p<.000)고 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면 여자부 경기는 수요일에 두 경기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시청률에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여자부 수요일 두 경기가 시청률에 끼치는 영향
먼저 위에 있는 표에서 보신 것처럼 여자부 최고 시청률(1.440%)을 기록한 경기(⑦위)는 이달 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나왔습니다. 이 경기(아래 사진)는 선두 흥국생명과 2위 한국도로공사가 정규리그에서 마지막으로 맞붙는 '미리보는 챔피언 결정전'이었습니다.
이날은 무슨 요일이었을까요? 네, 수요일이었습니다.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KGC인삼공사와 IBK기업은행 맞대결도 열렸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이 경기와 나흘 뒤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모두 승점 3점을 따야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IBK기업은행이 첫 두 세트를 내 준 순간 이 경기는 별 의미 없는 경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대전 경기 시청률은 0.417%로 끝이 났습니다. 만약 인천에서 한 경기만 열렸다면 이 경기 시청률이 1.857%로 남녀부를 통틀어 올 시즌 1위를 기록했을까요?
오후 7시에 시작한 (평일) 여자부 경기 시청률을 요일별로 나눠 보면 수요일(66경기)은 0.751%로 다른 요일(24경기) 시청률(0.682%)보다 10.1% 높습니다. 다른 요일 중에서는 목요일(10경기)만 0.863%로 수요일보다 시청률이 높았습니다.
맞습니다. 수요일에 두 경기를 한다고 시청률에서 손해를 보는 게 아닙니다. 일원배치분산분석(ANOVA)을 실시하면 오후 7시에 시작한 90경기 사이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시청률 차이가 나타나지 않습니다(p=.225).
여자부 경기 가운데 시청률이 두 번째로 높았던 건(전체 11위) 2월 6일 김천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흥국생명 맞대결이었습니다. 시청률 1.350%를 기록한 이날도 수요일이기는 했지만 설 연휴 기간이라 평일 경기는 아니었습니다.
세 번째(전체 19위)는 지난해 12월 15일(토) 인천에서 열린 흥국생명-현대건설 경기로 시청률 1.269%를 기록했습니다. 네 번째(전체 24위)는 지난해 12월 8일(토) 흥국생명-IBK기업은행 경기(시청률 1.255%였고), 다섯 번째(전체 31위)는 지난달 4일(설 연휴) 같은 팀끼리 맞붙은 경기(1.214%)였습니다.
패턴 하나가 보이시죠? 네, 상위 5개가 모두 흥국생명 경기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 시즌 여자부 시청률 최고 8위까지가 전부 맞대결 두 팀 중 한 팀은 흥국생명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여자부 시청률 1위를 기록한 6일 경기는 흥국생명 경기였던데다 빅 매치였기에 최고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한 경기만 열렸다고 해서 이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무리입니다.
시청률 산정 방법을 살펴봐도 수요일에 두 경기가 열린다고 해서 시청률에서 크게 손해를 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시청률은 기본적으로 1분 단위로 측정합니다. 시청자가 1분 동안 더 오래 본 채널 쪽 시청률이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닐슨코리아 관계자는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은 이 분당 시청률 평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건 스포츠 중계 시청자 특징입니다. 서울대 박사학위 논문 '스포츠방송콘텐츠의 경쟁구조 분석: 텔레비전 방송시장을 중심으로'(오태연)에 따르면 "스포츠 중심군에서 스포츠 프로그램의 선택확률은 다른 프로그램들을 압도"합니다.
따라서 프로배구 TV 시청자도 하루에 두 경기가 열리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리기보다 이 두 채널을 오가면서 시청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전반기가 끝났을 때 "두 채널을 오가는 분들 영향으로 오히려 시청률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하고 쓴 이유입니다.
요컨대 같은 경기를 두 채널에서 중계하면 평균 시청률에서 손해를 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두 경기라면 꼭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물론 그렇다고 남녀부가 갈등을 빚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럴 때 쓰라고 '동반성장'이라는 표현이 있을 겁니다. 남자부는 여자부 때문에, 여자부는 남자부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했던 게 문제였을 뿐입니다.
올 시즌 여자부는 자생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자부와 독립한다고 망하지는 않는다는 걸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당연히 다음 시즌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에 이런 글을 쓸 때는 남녀부 모두 평균 시청률 1%를 넘어서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V리그여, 흥해라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