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8·미국·세계랭킹 11위)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과 딸 올림피아 사진


기자협회보는 양지혜 조선일보 스포츠부 기자가 쓴 "'다둥이 엄마 선수'는 왜 없을까"라는 기사를 17일 내보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kini註 - 윌리엄스)가 경기장을 떠나있던 사이 세계랭킹이 1위에서 491위로 곤두박질쳐 시드 배정에서 제외됐던 것이다. 여자프로테니스(WTA)가 출산 공백을 부상 공백과 똑같이 다뤄 랭킹 포인트가 싹 없어졌다. 전 세계 1위 빅토리야 아자란카(30·벨라루스·61위)도 아들을 낳는 사이 랭킹이 978위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여자 선수의 출산 공백을 랭킹에 어떻게 반영해야할지 논란이 뜨겁지만 뚜렷한 개선책은 아직 없다. 신예 선수들은 "대회에 나오지 않았는데 애 낳았다고 랭킹이 유지되는 것은 특혜"라고 반발한다. 윌리엄스는 작년 봄 복귀한 후 우승이 없다. 호흡 곤란과 무릎 부상으로 최근 두 대회 연속 기권할 정도로 몸이 예전같지 않다.


정말 좋은 지적입니다. 2%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기사가 지난해 나왔으면 좋았으리라는 것.


어느 정도 제도를 손질해야 '뚜렷한 개선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는 서로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단, 이 기사에서 지적한 시드 배정 문제에 대해서는 WTA도 출산을 하고 돌아온 선수에게 조금 더 우호적으로 바뀐 상태입니다.


비앙카 안드레스쿠(19·캐나다·23위)가 BNP 파리바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알려드린 것처럼 WTA는 지난해 12월 '스페셜 랭킹' 규정을 손질했습니다. 원래 스페셜 랭킹은 랭킹 3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선수가 부상이나 출산 등으로 6개월~2년간 경기에 나서지 못해 "랭킹 포인트가 싹 없어졌을" 때에도 공백기 이전 랭킹을 활용해 대회 출전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제도였습니다.


이런 제도가 없었다면 지난해 프랑스 오픈 시드 배정 당시 랭킹 453위였던 윌리엄스는 아예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습니다. 메이저 대회 예선에 참가하려고 해도 랭킹 224위 안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어야 하니까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스페셜 랭킹(1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본선부터 바로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아자란카 역시 스페셜 랭킹(6위)을 활용해 2017 윔블던에 나섰습니다.


2017 윔블던을 통해 메이저 대회 복귀전을 치른 빅토리야 아자란카. 윔블던 홈페이지 


그럼 "시드 배정에서 제외됐던 것"이라는 문장은 거짓일까요? 아닙니다. 지난해까지는 스페셜 랭킹으로 (4대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 WTA 주관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시드를 배정받을 수 없었습니다. 시드 배정을 받지 못하면 대회 초반부터 상위 랭커와 맞붙는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메이저 대회 시드 배정 권한은 주최 측에 있었습니다. 윌리엄스는 지난해 프랑스 오픈 때는 시드 배정을 받지 못했지만 바로 다음 메이저 대회였던 윔블던 때는 25번 시드를 받았습니다.


메이저 대회 단식에는 총 128명이 참가합니다. 만약 대회 초반에 상위 랭커끼리 맞대결을 벌이면 선수 개인이 조기 탈락할 우려가 커지는 건 물론 대회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 이유로 랭킹 1, 2위를 대진표 양 끝에 배치하는 등 총 32명의 자리를 조정합니다. 이 자리가 바로 시드입니다.


올해부터는 다릅니다. WTA는 '추가 시드(additional seed)' 제도를 도입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만약 어떤 선수 스페셜 랭킹이 시드를 배정받을 수준이라면 추가로 시드를 배정해 1회전에서 시드 배정 선수와 맞붙는 일이 없도록 조치한 것. 만약 원래 32개 시드 안에 이 선수를 넣으면 원래 시드를 받아야 할 선수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우회로를 만든 셈입니다.


WTA는 또 아이를 낳은 뒤 컨디션이 충분히 돌아온 다음에 다시 코트에 나설 수 있도록 출산으로 공백기가 생겼을 때는 출산일로부터 3년 동안 스페셜 랭킹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를 입양했을 때도 2년간 스페셜 랭킹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코트를 떠난 선수가 다시 연착륙할 수 있또록 1년 이상 코트를 떠났을 때는 복귀 후 1년간 12개 대회에서 스페셜 랭킹을 사용하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 이전까지는 8개 대회가 한계였습니다. (추가 시드 배정은 여전히 8개 대회가 맥시멈입니다.)


임신 중 테니스 연습에 나선 전 복식 랭킹 1위 사니아 미르자(34·인도)


이와 함께 지난해까지 생애 한 번이었던 스페셜 랭킹 활용 기회를 올해부터 두 번으로 늘린 것도 '다둥이 엄마 선수'를 배출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일 겁니다. WTA는 이와 함께 스페셜 랭킹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저 랭킹도 375위로 내렸습니다. 더 많은 선수가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윌리엄스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출산 후 혈전증(血栓症·몸 안에서 혈액이 굳는 병)이 생겨 캣수트(cat suit)를 입고 코트에 나섰는데 '드레스 코드' 운운한 프랑스테니스협회장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WTA에서 '엄마 선수'를 돕겠다고 이렇게 노력하는 상황에 대해 '뚜렷한 개선책은 아직 없다'고 쓰는 게 옳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기자협회보 기사를 마무리한 문장처럼 "운동을 직업으로 삼은 여제들이 엄마가 되어서도 더 많은 성취를 하고, 그 기쁨을 아이들과 함께 몇 배로 더 누릴 수 있기를" 꿈꿉니다. 그래서 '유리 천장 깨기'에 앞장서고 있는 테니스를 늘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테니스를 예로 드는 건 좀 아니다 싶어 끄적여 봤습니다.


아, 참고로 지금까지 WTA 역사상 '엄마 챔피언'은 총 세 명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숫자가 더욱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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