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시 유능제강(柔能制剛)이었습니다. 노자(老子)가 썼다는 '도덕경(道德經)'에 나온 이 표현은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다'는 뜻. 세리나 윌리엄스(37·미국)가 부드러운 유머로 강경한 '드레스 코드' 원칙을 제시한 베르나루 지우디첼리 프랑스테니스협회장(60)에게 한 방 먹였습니다. 


윌리엄스는 올해 5월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 온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 유니폼(사진)을 입고 출전했습니다. 윌리엄스는 당시 영화 '블랙 팬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며 "이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국) '와칸다 여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24일(이하 현지시간) A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우디첼리 회장은 미국 '테니스'지(誌)와 500호 특집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프랑스 오픈에 드레드 코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가끔 너무 멀리 나가는 선수들이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윌리엄스 유니폼 같은 디자인은 더 이상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테니스라는 종목과 코트에 대한 예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논란이 일어난 게 당연한 일. 이 유니폼을 제작한 나이키는 "슈퍼 히어로에게서 옷을 빼앗아 갈 수는 있지만 절대 슈퍼 파워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고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1973년 성(性) 대결에서 바비 릭스(1918~1995)에게 승리했던 테니스 전설 빌리 진 킹(75)은 "여성의 신체에 대해 통제(policing)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경기에 대한 예의는 세리나 윌리엄스의 독보적인 경기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가 무엇을 입는다고 나무라는 것이야 말로 결례 그 자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실 윌리엄스가 꼭 '멋있어 보여서' 이 옷을 입은 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9월 1일 출산 후 윌리엄스는 혈전증(血栓症·몸 안에서 혈액이 굳는 병)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이 유니폼을 입으면 혈액 순환에 된다는 것도 윌리엄스가 이 '캣수트(catstuit)'를 입고 프랑스 오픈에 참가한 이유였습니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는 24일 US 오픈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압박 바지(compression tights)만 잘 입어도 혈액 순환 문제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그리고 어차피 두 번 연속으로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when it comes to fashion, you don't want to be a repeat offender)"며 웃었습니다.


프랑스 오픈 다음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는 '흰 옷을 입어야 한다'는 드레스 코드가 있습니다. 윌리엄스 역시 올해 윔블던 때는 이 드레스 코드를 따랐습니다(사진). 


그렇다면 US 오픈 때는 어떨까요? US 오픈 대회 조직위원회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올해 US 오픈은 27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열립니다. 


이 대회 일곱 번째 우승을 노리는 윌리엄스(세계랭킹 26위)는 17번 시드를 받았고, 두 선수 모두 3라운드까지 진출할 경우 언니 비너스(38·16위)와 맞대결을 벌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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