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뛰는 브라이스 하퍼(27) 위에 나는 마이크 트라우트(28·사진)였습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트라우트가 총액 4억3000만 달러(약 4838억8000만 원)에 로스앤젤레스(LA) 에인절스와 12년 연장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현재 계약을 깨고 새로 12년 계약을 맺는 형태라 이번 계약은 2030년에 끝이 납니다.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면 트라우트는 2020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습니다.
4억300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야구)를 통틀어 역대 최고 금액입니다.
이전까지는 이번 FA 시장 최대어 하퍼가 필라델피아에서 받기로 한 3억3000만 달러(약 3725억7000만 원)가 역대 최고였습니다.
트라우트가 한 번에 북미 4대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 계약 규모를 30.3% 끌어올린 겁니다.
선수 | 구단 | 계약기간 | 총액(단위: 달러) | |
마이크 트라우트 | LA 에인절스 | 2019~2030(1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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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하퍼 | 필라델피아 | 2019~2031(1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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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칼로 스탠턴 | 마이애미 | 2014~2027(13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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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 마차도 | 샌디에이고 | 2019~2028(1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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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로드리게스 | 뉴욕 양키스 | 2008~2017(1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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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에러나도 | 콜로라도 | 2019~2026(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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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로드리게스 | 텍사스 | 2001~2010(1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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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카브레라 | 디트로이트 | 2016~2023(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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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카노 | 시애틀 | 2014~2023(1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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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 푸홀스 | LA 에인절스 | 2012~2021(1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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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는 계약 기간(13년)을 길게 잡은 덕에 총액에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평균 연봉(약 2538만 달러)에서는 10위에 그쳤습니다.
반면 트라우트는 평균 연봉(3583만 달러)에서도 1위에 올랐습니다. 이전까지는 잭 그링키(36·애리조나)가 3440만 달러로 1위였습니다.
단, 트라우트가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를 통틀어 평균 연봉 1위인 건 아닙니다.
미국프로농구(NBA)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뛰는 러셀 웨스트브룩(31·사진)이 연 평균 4100만 달러(약 462억9000만 원)로 1위이지만 5년 계약이라 총액(2억500만 달러)에서는 트라우트에 뒤지게 됩니다.
웨스트브룩뿐 아니라 △스테픈 커리(31·골든스테이트) 4020만 달러 △제임스 하든(30·휴스턴) 3800만 달러 등 NBA 선수 3명이 트라우트보다 평균 연봉이 많습니다.
웨스트브룩도 리오넬 메시(32·FC 바르셀로나·사진)와 비교하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입니다.
메시는 2021년까지 1년에 1억600만 유로(약 1363억 원)를 받는 조건으로 FC 바르셀로나와 계약한 상태입니다. '옵션'을 모두 채우면 이 돈은 1억2000만 유로(약 1543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광고 수입을 합치면 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트라우트는 켄 그리피 주니어(50) 이후 처음으로 나이키에서 시그니처 슈즈를 만든 메이저리거.
그래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트라우트가 지난해 광고 모델로 벌어들인 돈은 250만 달러(약 28억2000만 원)가 전부입니다.
메시는 이보다 10배 이상 많은 2700만 달러(약 308억8000만 원)를 광고 시장에서 챙겼습니다.
NBA 스타 케빈 듀랜트(31·골든스테이트)는 나이키에서만 연 평균 3000만 달러(약 338억7000만 원)를 받습니다.
야구가 전 세계적으로 축구나 농구보다 인기가 없다 보니 광고 시장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
그렇다고 트라우트가 무조건 불리한 건 아닙니다.
나이를 감안하면 현재 트라우트보다 돈을 많이 받는 선수 가운데 2030년에도 트라우트보다 연봉이 많은 선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2030년에도 트라우트는 여전히 3600만 달러를 받게 됩니다. 그게 장기 계약을 맺는 이유니까요.
트라우트가 이렇게 초대형 계약을 맺은 걸 제일 반기는 선수는 아마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무키 베츠(27·보스턴·사진)일 겁니다.
게임도 잘하는 베츠 역시 원래 트라우트가 그랬던 것처럼 2020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게 됩니다. 이번 계약으로 경쟁자가 사라졌으니 베츠가 이해 FA 시장 최대어가 될 확률이 아주 높은 상황.
에인절스가 트라우트에게 그랬던 것처럼 보스턴 역시 베츠가 FA가 되기 전 '핵폭탄급' 연장 계약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거꾸로 하퍼(사진 오른쪽)가 제일 체면을 구겼습니다. 계약 총액 선두에서 밀려났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퍼는 이번 스토브리그 때 데뷔 팀 워싱턴을 떠나 필라델피아에 안착한 뒤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내가 트라우트에게 전화해 '2020년에 필라델피아로 오라'고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미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탬퍼링(사전 접촉 금지) 규정 위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트라우트는 지금도 오프시즌에는 고향인 뉴저지주 밀빌에서 삽니다. 밀빌에서 필라델피아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거리. 트라우트가 응원하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도 필라델피아를 연고로 하는 이글스(eagles)입니다.
Eagles robbing a W like Mike Trout does... pic.twitter.com/v0Ymp8aDDO
— eagles fan (@eaglesfan02) January 7, 2019
이 때문에 트라우트가 정말 필라델피아로 옮길지 모른다고 내다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번 계약으로 일단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앞으로도 12년 동안 트라우트가 여름을 보낼 곳은 L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