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크리스 데이비스(33·볼티모어·사진)가 메이저리그 자유계약선수(FA) 역사상 최고 '먹튀' 자리를 점점 굳혀 가고 있습니다.


데이비스는 8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메이저리그 역대 (야수) 최다 연속 타수 무안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9월 15일부터 이날까지 49타수 연속으로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전 기록은 유제니오 벨레스(36·당시 LA 다저스)가 20010~2011년에 걸쳐 기록한 46타수 연속 무안타였습니다.


데이비스는 또 56타석 연속 무안타 기록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데이비스가 만약 10일 경기에서 첫 타석에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다면 이 부문 기록도 새로 쓰게 됩니다.


데이비스는 지난해 타율 .168(470타수 79안타)로 시즌을 마쳤는데 이는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141명 가운데 최하위 기록이었습니다. 지난해만 최하위가 아닙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162경기를 치르는 동안 이보다 낮은 타율로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는 없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못 치는 타자가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제일 큰 이유는 역시 '돈'. 현재 계약은 덩치가 너무 큽니다. 2008년 텍사스에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데이비스는 2011년 트레이드를 통해 볼티모어로 팀을 옮겼고 2015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어 볼티모어와 7년 총액 1억6100만 달러(약 1841억 원)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원래 데이비스의 제일 큰 장점은 장타력이었습니다. 데이비스는 2012~2015년 총 159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홈런을 제일 많이 친 타자였습니다. 같은 기간 OPS(출루율+장타력)는 .876으로 전체 14위. 그러니 볼티모어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에게 '낚여서' 터무니없이 거액을 안겼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 하락세는 예견할 수 있어도 이렇게까지 못 칠 줄은 몰랐겠죠. 


돈을 주는 방식도 문제입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데이비스는 계약 기간 7년 동안 연봉 2300만 달러 가운데 1700만 달러만 매해 받습니다. 매해 남은 600만 달러, 총 4200만 달러는 '연금'입니다. 볼티모어는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동안은 매해 350만 달러, 2033년부터 2037년까지 5년 동안은 140만 달러를 데이비스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이 블로그를 꾸준히 읽어 오신 분이라면 바비 보니야(56)를 떠올리실 터. 그나마 메츠는 보니야를 방출하는 조건으로 마지막 1년 연봉 590만 달러만 연금으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비스와 계약을 맺은 지 아직 3년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볼티모어는 9200만 달러를 책임져야 합니다. 


너무 못 치니까 데려갈 팀도 없고, 계약 규모가 너무 커서 방출할 수도 없고, 건강한 베테랑이니 마음대로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도 없고, 결국 볼티모어로서는 계속 경기에 내보내는 걸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구단 관점에서는 짜증나게도(?) 데이비스는 연습을 게을리지 하지 않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볼티모어는 지난해 47승 115패로 메이저리그에서 제일 낮은 승률(.290)을 기록했습니다. 리빌딩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죠. 볼티모어에서 이번 시즌 현재까지 기용한 야수가 평균 26.9세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네 번째로 어린 것도 같은 맥락. 이런 팀이라면 데이비스 같은 선수를 라인업에 두기가 더더욱 부담스러울 겁니다.


물론 데이비스가 시즌 내내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하지지는 않을 겁니다. 당장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못한다고 해도 그건 '불운한 일'에 가깝지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데비이스를 처분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달라지지 않을 터. 과연 데이비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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