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에서 뛰는 트레버 바우어(28·사진)는 아주 재미있는 투수입니다.


바우어는 일단 기본적으로 본인이 투구 메커니즘 전문가입니다. 얼마나 전문가인가 하면 자기가 던지는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측정한 다음 성적을 끌어올리려면 어떤 구종을 추가해야 할지 결정할 정도입니다. (이런 작업을 흔히 '피치 디자인'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공을 잘 던지고, 투구에 대해 잘 아는지 숨기지 않습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본인은 6위, 팀 에이스 코리 클루버(33)는 3위에 이름을 올리자 바우어는 "음모다. 올해 내가 클루버보다 나았다"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바우어는 이런 자기 스타일에 대해 "내가 잘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야구공을 던지는 것. 또 한 가지는 사람들을 엿 먹이는 것"이라고 자평합니다. 


사람들도 바우어가 이런 캐릭터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4월 30일(이하 현지시간) 경기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바우어는 이날 텍사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했는데 유독 1회에만 속구 분당회전수(RPM)가 높게 나왔거든요.



그러자 바우어가 (실험 목적으로) 1회에만 파인타르(송진)를 바르고 마운드에 올랐다고 의심하는 이들이 나타났습니다. 바우어는 지난 시즌 초부터 휴스턴 투수들이 던지는 빠른 공 RPM이 갑자기 늘었는데 이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파인타르가 스테로이드보다 더 경기력을 끌어올린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 의심을 확신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본인이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제는 정말 사실이 됐습니다. 바우어가 드디어 "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서 27일 온라인에 공개한 기사에 따르면 바우어는 "만약 내가 그 쓰레기(파인타르)를 쓴다면 당장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히터블이 될 자신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서 1회에만 파인타르를 바르고 마운드에 오른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렇게 잘난 체하는 타입은 팀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가 쉽지 않기 마련. "우리 팀에는 24명과 바우어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선수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바우어는 확실합니다. 바우어는 "내가 사이영상 수상자가 되는 게 팀에 나쁜 일인가? 내가 더 좋은 투수가 될수록 우리 팀도 더 좋은 팀이 된다. 그러면 내가 이기적으로 기량을 끌어올리기를 바라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바우어가 자기만 신경 쓰는 건 아닙니다. 팀 동료 마이크 클레빈저(29·사진)는 바우어에게 도움을 받아 실력을 끌어올린 케이스. 구속이 떨어져 고민하던 클레빈저가 '내 문제가 뭔지 알겠느냐'도 도움을 청하자 바우어는 곧바로 "백사이드 활용이 떨어진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투구 메커니즘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비디오 분석실로 데려가 문제를 알려주고 따로 연습도 시켰습니다.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건 6월 1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상대 경기였습니다. 클레빈저는 이 경기에 선발 등판해 7과 3분의 2이닝 동안 빠른 공이 평균 시속 95마일(약 153㎞)을 유지하면서 삼진을 10개 잡아냈습니다. 시즌 평균보다 시속 2마일(약 3㎞) 빠른 속도였습니다.


클레빈저는 "바우어가 정말 열심히 나를 도와줘 이룩한 성과였다. 그런데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은 '스피드건이 이상하다'고 하더라. 바우어랑 정말 배꼽 빠지게 웃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우어는 성격이 나쁘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게 거짓말을 많이 하기 때문은 아니다. 때로는 진실이 오히려 상처가 되는 법"이라며 "바우어는 기본적으로 '니가 나를 싫어해도 상관 없다. 지구에는 너 말고도 75억 명이 있고 그 중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너는 꺼져도 좋다' 하고 생각하는 타입이다. 그 점이 나랑 잘 맞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바우어는 "나는 현실과 사실 그리고 진실에 기반해 행동하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당신을 화나게 한다면 그건 당신 선택일 뿐"이라면서 "내가 당신 얼굴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들이미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건지 즐기는 건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내가 가운데 손가락을 자주 뽑을 거라는 사실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우어가 피치디자인을 하는 곳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이라는 피칭 아카데미입니다. 이 아카데미에서 피칭 튜터(tutor)로 일하고 있는 짐 웨그너는 "매주 평균 100명 정도가 우리 아카데미를 찾는다. 이들 모두 제2의 바우어가 되는 게 꿈"이라고 전했습니다.


아무렴요, 할 수만 있다면, 저도 제2의 바우어가 되고 싶은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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