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무키 베츠(26·사진 오른쪽)가 메이저리그 보스턴 팀 역사상 두 번째로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베츠는 26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구장 펜웨이 파크에서 볼티모어와 맞붙은 더블헤더 1차전에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습니다. 


1회에 이어 2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베츠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고, 다음 타자 앤드루 베닌텐디(24) 타석 때 볼카운트 투 낫씽 상황에서 볼이 들어오자 2루 베이스로 뛰었습니다. 결과는 세이프. 



이미 홈런 32개를 기록하고 있던 베츠는 이 도루로 시즌 30번째 도루를 기록하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40번째로 30-30 클럽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됐습니다. 이 40명 가운데 13명은 30-30을 두 번 이상 성공했기 때문에 전체 30-30 기록은 62번째입니다. 이 가운데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30-30 클럽에 가입한 건 저코비 엘즈버리(35·현 뉴욕 양키스) 한 명뿐이었습니다. 엘즈버리는 2011년 32홈런-39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올 시즌 30-30 클럽에 가입한 것도 베츠가 두 번째. 홈런 37개를 치고 있던 호세 라미레스(26·클리블랜드)는 9일 토론토 방문 경기 때 30번째 도루를 성공하면서 6년 만에 30-30 클럽 가입자가 됐습니다.


베츠가 (아마도) 처음인 것도 있습니다. 베츠는 미국 프로볼러협회(PBA) 소속 프로볼러이기도 합니다. 그는 지난해 PBA 월드시리즈에서 퍼펙트(300점) 경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베츠는 메이저리그에서 30-30 클럽에 가입하는 데 성공한 첫 번째 프로볼러인 셈입니다. 메이저리거 기준으로도 30-30-300 클럽 개설은 베츠가 처음일 확률이 높습니다. 손을 다칠 위험이 있어서 아예 볼링을 치면 안 된다고 계약서에 쓴 선수도 적지 않으니까요.


베츠는 볼링뿐만 아니라 게임도 아주 잘합니다. 이 게임 실력이 고교 재학 시절 작은 체구(175㎝·68㎏) 때문에 저평가를 받고 있던 베츠를 5라운드 지명자로 만들었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요?


베츠는 고교 때까지 테네시주(州)에 살았습니다. 2011년 어느 날 점심시간에 학교로 그를 찾아온 보스턴 스카우트는 베츠를 빈 교실로 데려가 노트북에 설치한 게임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바로 이런 게임이었습니다.



분명 야구 게임이기는 하지만 메이저리거가 되려면 방망이를 들고 직접 공을 때려야 합니다. 그런데 보스턴 스카우트가 베츠에게 이걸 해보라고 한 이유는 뭐였을까요? 이 스카우트는 그렇게 친절한 타입은 아니었나 봅니다. 베츠는 "게임을 하면서 '도대체 이게 야구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지?'하고 생각했다"면서 "그런데 계속 더 해보라고 하는 걸 보면 내가 꽤 잘했던 모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게임은 신경과학(neuroscience) 기법을 통해 선수의 투구 인식 능력을 측정하고 발전시키는 게 목적입니다. 투수가 던진 시속 90마일(약 145㎞)짜리 공이 홈플레이트에 도착하는 데는 약 0.43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타자가 이 공이 어떤 구종이고 어떤 궤적으로 날아오는지 구별하는 데는 보통 0.25초가 걸립니다. 전체 투구 시간 중 57.6%를 투구 인식에 쓰는 겁니다.


따라서 투수가 던진 공이 어떤 종류고 어떤 궤적으로 날아오는지 좀 더 빨리 예측할수록 타자는 스윙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투구 인식 능력을 측정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에 배트 스피드에 주목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던 뉴로스카우팅(neuroscouting) 사(社)는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었습니다. 당시 보스턴 프런트 오피스를 이끌던 테오 엡스타인 단장(45·현 시카고 컵스 사장)은 이 소식을 접하고 이 회사에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의뢰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나온 게 베츠가 경험한 바로 그 게임이었습니다.



원래 보스턴은 2011년 신인 선수 지명회의(드래프트) 때 12라운드에서 베츠를 지명할 예정이었지만 그가 이 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5라운드(전체 172위)에서 그에게 지명권을 행사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보스턴 출신이 프런트 오피스에 즐비하던 샌디에고에서도 5라운드에 그를 지명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 샌디에고가 가지고 있던 5라운드 지명권은 173번째였습니다.


결과는 보신 것처럼 대박입니다. 베츠는 사실상 2년차였던 2016년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수상했고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도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올 시즌에는 MVP 투표 순위가 1위로 오른다고 해도 놀랍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베츠가 정말 MVP를 차지하게 되면 보스턴은 2008년 더스틴 페드로이아(35) 이후 10년 만에 MVP를 배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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