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652세이브) 기록 보유자 '모(Mo)' 마리아노 리베라(50·사진)가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 회원 자격을 얻었습니다.


2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에서 공개한 2019년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보면 올해 투표에 참가한 BBWAA 회원 425명 모두 리베라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이 투표에서 득표율 100%를 기록한 건 1936년 BBWAA가 투표를 시작한 뒤 83년 만에 리베라가 처음입니다. 이전까지는 2016년 440표 가운데 437표(99.3%)를 얻었던 켄 그리피 주니어(50)가 최고 득표율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파나마에서 태어난 리베라는 1990년 3500 달러(약 395만 원)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하면서 미국으로 건너 왔고 1995년 5월 13일 캘리포니아(현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리베라는 이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3과 3분의 1이닝 동안 5실점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리베라는 그해 9월 5일까지 13경기에 등판했는데 이 중 10경기(76.9%)가 선발 등판이었습니다. 이해 9월 5일 이후 2013년 9월 26일 정규리그 경기에 마지막으로 출전할 때까지 1102경기에 더 나섰지만 선발 등판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리베라는 1996 시즌 마무리 투수 존 웨틀랜드(52) 앞에 나오는 셋업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듬해(1997년)부터 은퇴할 때까지는 16년 동안 양키스 마무리 투수를 맡으면서 무서운 속도로 세이브를 쌓았습니다. '마리아노(Mariano)'라는 이름을 다 부르기도 전에 경기를 끝냈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 '모(Mo)'.


원래 리베라는 2012 시즌이 끝나고 은퇴할 예정이었습니다. 문제는 팀 동료들이 타격 연습을 사이 외야 뜬공을 잡다가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는 것. 그렇게 안타깝게 커리어를 마감할 수도 있었지만 리베라는 재활을 거쳐 2013년에도 활약한 뒤 유니폼을 벗었습니다.


리베라는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1283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82승 60패 652세이브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하면서 커리어를 마감했습니다. 1889년 이후 태어나 메이저리그에서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가운데 리베라보다 통산 평균 자책점이 낮은 선수는 없습니다.


포스트 시즌 때는 더 강했습니다. 리베라는 포스트시즌에 총 96번 나서 14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70을 기록하면서 자기 등번호하고 똑같이 42세이브(8승 1패)를 남겼습니다. 유일한 1패는 2001년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기록한 것. 



리베라는 메이저리그에서 등번호 42번을 달았던 마지막 선수이기도 합니다. 1997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첫 번째 흑인 메이저리거는 아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인종 차별을 무너뜨린 재키 로빈슨(1919~1972)을 기념하는 뜻으로 로빈슨의 등번호였던 42번을 모든 구단에서 영구결번 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이미 42번을 달고 있던 선수에게는 예외를 허용했는데, 리베라가 이 선수 가운데 마지막까지 뛰었습니다. 


리베라가 이렇게 전설적인 투수가 될 수 있던 원동력은 단연 커터. 리베라가 같은 파나마 출신이자 양키스 팀 동료였던 라미로 멘도사(46)와 캐치볼을 하다가 '공이 자꾸 휜다'고 불평하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 커터 그립을 개발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 



리베라가 전설적인 '구원' 투수가 된 데는 올해 명예의 전당 동기가 된 에드가 마르티네스(56) 덕(?)도 큽니다. 올해가 기자단 투표에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마지막 해(10년차)였던 마르티네스는 363표(85.4%)를 얻어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마르티네스(사진)는 리베라가 선발 투수로 마지막으로 등판한 1995년 9월 5일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상대한 타자였습니다.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마르테니스(사진)는 팀이 2-0으로 앞서 가고 있던 5회초 1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좌전 적시타를 때렸습니다. 이 안타로 리베라는 마운드에서 내려왔고 그 뒤로 두 번 다시 선발 투수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1992년과 1995년 아메리칸리그 타격왕 출신인 마르티네스는 타율 .312/출루율 .418/장타력 .515로 커리어를 마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5000타석 이상 기록한 오른손 타자 가운데 마르티네스보다 타율 출루율 장타력이 모두 높은 건 로저스 혼스비(1896~1963)와 지미 폭스(1907~1967)뿐입니다. 혼스비는 통산 .358/.434/.577, 폭스는 .325/.428/.609를 남겼습니다.


그런데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까지 10년이나 걸린 건 그가 '반쪽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 쉬운 지명타자로 주로 뛰었기 때문. 마르티네스는 통산 2055경기 중 1403경기(68.3%)에 지명타자로 출전했습니다.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한 뒤 지명타자로 이렇게 많이 출전한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건 마르티네스가 처음입니다.


마르티네스는 "오히려 알맞은 때 메이저리그 입성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마리아노와 함께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다는 사실은 내게 의미가 크다. 마리아노는 투구 수준뿐만 아니라 인격 역시 최고 수준인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마르티네스는 리베라를 상대로 통산 타율 .589(19타수 11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두 선수 이외에 로이 할러데이(1977~2017)와 마이크 무시나(51)도 이날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었습니다. 할러데이는 363표(85.4%), 무시나는 326표(76.7%)를 얻어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필요한 75% 기준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 일곱 번째 도전한 로저 클레멘스(56·득표율 59.5%)와 배리 본즈(55·득표율 59.1%)는 지난해(클레멘스 57.3%, 본즈 56.4%)보다 득표율이 올랐지만 투표자 75% 이상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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