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아주 재미있는 프로배구 리그가 2일(현지시간) 막을 올렸습니다.
인도 중앙은행 산하기관 NPCI(Natioanl Payments Corporation of India)에서 내놓은 직불카드 이름을 따서 '루페이(Rupay) 리그'라고 부르는 이 리그 경기에서는 한 팀이 15점을 따면 세트가 끝이 납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국제배구연맹(FIVB) 규칙에서 따르면 5세트는 15점제이지만 나머지 세트는 25점제입니다. 루페이 리그도 포스트 시즌 때는 FIVB 규칙을 따릅니다.
또 모든 경기를 5세트까지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코치와 뭄바이가 맞붙은 개막전을 보면 처음 세 세트를 15-11, 15-13, 15-8로 코치가 모두 따냈습니다. 그러니 남은 두 세트를 뭄바이가 딴다고 해도 3-2로 이미 승패를 뒤바꿀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 게 아닙니다. 4세트에서 역시 코치가 15-10으로 승리했을 때도 마찬가지. 결국 이 경기는 뭄바이가 15-5로 5세트를 승리하고 나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러면 3-2 승리와 4-1 승리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아무 차이도 없습니다. 대신 5-0은 다릅니다. 한 팀이 5-0으로 완승(whitewash)을 거뒀을 때는 승점 3점을 줍니다. 3-2나 4-1은 승점 2점.
승점만 2점이 아니라 득점이 2점 나는 플레이도 있습니다. 일단 서브 에이스가 2점입니다. 용어도 그냥 평범하게 서브 에이스 또는 서브 득점이 아니라 '슈퍼 서브'입니다. (인도 사람들은 카바디에서도 그러더니 슈퍼라는 낱말을 참 사랑하나 봅니다.)
슈퍼 서브와 별개로 '슈퍼 포인트' 역시 2점입니다. 팀 득점이 11점 이하일 때 각 팀 벤치에서는 '이번 랠리 때는 슈퍼 포인트를 적용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으며 이때 점수를 따면 2점이 올라가지만 상대팀이 득점에 성공했을 때는 2점을 내주게 됩니다. 슈퍼 포인트 때 서브 에이스가 나오면 자동으로 그다음 랠리에 슈퍼 포인트를 적용합니다.
인도는 배구 강국이라고 보기는 힘든 나라. 현재 남자 배구 세계랭킹도 131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른들 사정'으로 랭킹이 갑자기 내려오기 전에도 39위였습니다.) 그래도 배구를 살려보겠다고 이렇게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걸 나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날 개막전은 코치에 자리잡은 라지브 간디 실내 체육관에서 열렸습니다. 이 체육관을 찾은 관중들도 제법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The fans certainly made their presence felt last night in Kochi as the stadium was turned into a sea of blue!#ThrillKaCall #RuPayPVL @RuPay_npci @SPNSportsIndia pic.twitter.com/6iSuGdFWci
— Pro Volleyball (@ProVolleyballIN) 2019년 2월 3일
또 지난해 전 세계 여자 스포츠 선수 수입 7위를 기록한 인도 배드민턴 스타 PV 신두(24)도 이날 체육관을 찾아 프로배구 출범을 축하했습니다. 이렇게 몸값 비싼 선수를 초청할 수 있다는 건 일단 자금력은 갖췄다는 뜻이겠죠?
물론 정규리그(V리그) 경기를 이런 스타일로 소화하기는 무리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컵 대회 때는 우리도 이런 변형 규칙을 한 번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