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테니스는 유리천장을 뚫은 대표적인 종목입니다. 4대 메이저 대회 남녀부 상금이 똑같은 게 대표 사례. 개인 종목 특성상 선수 본인이 곧 브랜드라는 것도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입니다. 그런 이유로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서 해마다 여자 선수 최다 수입 랭킹을 발표할 때면 테니스 선수가 최상위권에 즐비합니다.


2015년까지는 마리야 샤라포바(31·러시아)가 11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고, 샤라포바가 금지약물 복용으로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뒤에는 세리나 윌리엄스(37·미국)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습니다. 윌리엄스는 출산 때문에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했지만 21일(이하 현지시간) 나온 올해(2018년) 랭킹까지 3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2018년 여자 운동 선수 수입 톱10 

 순위  선수  국적   종목  상금  광고  합계
 ①  세리나 윌리엄스  미국  테니스  6만2000  1800만  1806만 
 ②  캐럴라인 보즈니아키  덴마크  테니스  600만  700만  1300만
 ③  슬로안 스티븐스  미국  테니스  570만  550만  1120만
 ④  가르비녜 무구루사  스페인  테니스  550만  550만  1100만
 ⑤  마리야 샤라포바  러시아  테니스  100만  950만  1050만 
 ⑥  비너스 윌리엄스  미국  테니스  420만  600만  1020만
 ⑦  PV 신두  인도  배드민턴  50만  800만  850만
 ⑧  시모나 할레프  루마니아  테니스  620만  150만  770만
 ⑨  대니카 패트릭  미국  자동차경주  300만  450만  750만
 ⑩  앙겔리크 케르버  독일  테니스  300만  400만  700만

그런데 올해 이 리스트에 재미있는 선수가 한 명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은메달리스트 푸사를라 벤카타(PV) 신두(23·인도·아래 사진)입니다. 포브스는 신두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850만 달러(약 95억3275만 원)를 벌어들였다고 추정했습니다. 현재 여자프로테니스(WTA) 랭킹 1위 시모나 할레프(27·루마니아)보다 신두가 수입이 더 많았습니다.



9위를 차지한 대니카 패트릭(36·미국)도 국내 스포츠팬에게는 낯선 인물인 게 사실. 그런데 사실 패트릭은 제가 2008년 미녀 선수를 소개하면서 언급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여자 카레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패트릭은 지난해에는 이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반면 신두는 문자 그대로 신성(新星)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두가 이 랭킹에 이름을 올릴 수 있던 제일 큰 이유는 인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아직도 올림픽 메달이 귀한 나라입니다. 인도는 지금까지 여름 올림픽에 29번 출전했지만 메달은 28개(금 9개, 은 7개, 동 12개)가 전부입니다. 이 중에서 여자 선수가 따낸 메달은 5개. 신두가 리우에서 은메달을 따기 전까지는 4개가 모두 동메달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신두는 인도 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여자 선수인 겁니다. 


이런 기록을 세우면 정치권에서 이를 잘 이용(?)하려 드는 게 당연한 일. 신두가 은메달을 따자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68)는 트위터에 직접 축하 인사를 남겼습니다.



'금일봉'도 빠질 수 없겠죠? 신두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뒤 정부(기관)에서 각종 격려금 명목으로 1억3000만 루피(약 20억8000만 원)를 받았습니다. 안드라프라데시, 텔랑가나주(州) 정부에서는 땅을 줬고, 인도 크리켓의 전설 사친 텐둘카르(45)는 BMW 자동차를 선물했습니다. 


이렇게 유명세를 얻자 기업에서도 신두를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게토레이, 노키아, 리닝(李寧), 브리지스톤, 파나소닉처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회사에서 그를 모델로 섭외했고, 엘르나 코스모폴리탄 같은 잡지에서도 신두를 표지모델로 내세웠습니다.


여전히 경제 성장이 한창인 데다 13억 인구를 자랑하는 나라라면 '귀한 몸' 대우도 남다릅니다. 신두의 에이전트는 2017년 3월 인터뷰에서 "리우 올림픽 전에는 스폰서를 구하고 싶어도 '도대체 신두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모든 회사가 오직 크리켓 선수하고만 계약하고 싶어했다"면서 "(올림픽 이후에는) 광고 출연료가 하루에 1500만 루피(약 2억4000만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이후에도 신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난해올해 2년 연속으로 결승전에 진출하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지만) '상품 가치'도 지켜냈습니다.



만약 신두가 23일 시작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차지하면 이 종목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따는 인도 여자 선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에 이 랭킹 더 높은 자리에서 신두를 만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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