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참 재미있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9일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2018 KBO 윈터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윈터 미팅은 각계 전문가가 모여서 리그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윈터 미팅 첫 강연자는 앤드루 밀러 메이저리그 토론토 총괄 부사장(사진 오른쪽)이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이 자리에서 '관객 데이터 분석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토론토는 과거 토요일 오후 1시에 주로 경기를 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토요일에 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주말 중 언제, 몇 시에 야구를 보고 싶어하는 지를 분석해보며 다른 결론을 내렸다. 많은 팬이 일요일 오후 4시를 '야구 관람에 가장 적합한 시간'으로 꼽았다. 토론토는 일요일 경기를 주로 편성하려 했고, 키즈 프로그램도 일요일 오후 4시로 정했다. 실제 관중이 늘었다.
접근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관객(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반대할 생각은 1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려면 성공한 팀으로부터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서 지난해(2017년)와 비교할 때 올해 안방 구장 관중이 제일 많이 줄어든 팀이 바로…
토론토였습니다. 지난해 토론토 안방 구장 로저스 센터(사진)를 찾은 관중은 평균 3만9554명이었는데 올해는 2만9066명으로 1만488명 줄었습니다.
▌2017, 2018 메이저리그 구단별 안방 경기 평균 관중(단위: 명)
구단 | 2017 | 2018 | 차이 |
휴스턴 | 2만9674 | 3만6796 | +7122 |
밀워키 | 3만1589 | 3만5195 | +2606 |
필라델피아 | 2만4118 | 2만7318 | +3200 |
뉴욕 양키스 | 3만9835 | 4만2998 | +3163 |
시애틀 | 2만6363 | 2만8388 | +2025 |
애리조나 | 2만6350 | 2만7687 | +1337 |
오클랜드 | 1만8446 | 1만9427 | +981 |
콜로라도 | 3만6464 | 3만7233 | +769 |
애틀랜타 | 3만929 | 3만1552 | +623 |
LA 다저스 | 4만6492 | 4만7042 | +550 |
워싱턴 | 3만1172 | 3만1620 | +448 |
샌디에이고 | 2만6401 | 2만6837 | +436 |
LA 에인절스 | 3만7278 | 3만7286 | +8 |
보스턴 | 3만6020 | 3만5747 | -273 |
시카고 화이트삭스 | 2만626 | 2만110 | -516 |
세인트루이스 | 4만2567 | 4만2019 | -548 |
시카고 컵스 | 3만9500 | 3만8793 | -707 |
미네소타 | 2만5640 | 2만4489 | -1151 |
클리블랜드 | 2만5285 | 2만7083 | -1202 |
탬파베이 | 1만5670 | 1만4258 | -1412 |
샌프란시스코 | 4만785 | 3만8965 | -1820 |
신시내티 | 2만2677 | 2만115 | -2562 |
뉴욕 메츠 | 3만757 | 2만8164 | -2593 |
피츠버그 | 2만3696 | 1만8786 | -4910 |
텍사스 | 3만960 | 2만6013 | -4947 |
볼티모어 | 2만5042 | 2만53 | -4989 |
디트로이트 | 2만8661 | 2만3212 | -5449 |
캔자스시티 | 2만7754 | 2만556 | -7198 |
마이매미 | 2만395 | 1만13 | -1만382 |
토론토 | 3만9554 | 2만9066 | -1만488 |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16년에는 토론토 안방 경기 평균 관중 숫자는 4만1878명으로 올해보다 관중이 44.1% 더 많았습니다. 요컨대 토론토는 최근 2년간 관중 유치에 실패한 팀입니다.
사실 토론토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 소개해드린 것처럼 메이저리그는 최근 들어 관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TV 중계 시청자 평균 나이에서도 메이저리그(57세)가 북미 4대 프로 스포츠(농구 미식축구 아이스하키 야구) 가운데 제일 높습니다. 젊은 세대에 침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거꾸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약 807만 명)가 지난해(약 840만 명)보다 전체 관중 숫자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 관중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결론 짓기에는 이릅니다. 게다가 한국 프로야구는 전체 티켓 예매자 가운데 47.1%가 20대인 리그입니다. 또 올해 월드시리즈는 한 번도 시청률 4%를 넘기지 못했지만 한국시리즈는 여전히 13% 가까이 나옵니다.
그러니 이제 한국 프로야구도 너무 '메이저리그에서 배운다' 모드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 프로야구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가족 팬과 여성 팬이 알아서 스스로 야구장으로 몰려온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구단에서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했다면 프로야구가 계속 국내 1등 프로 스포츠 자리를 지키지 못했을 겁니다.
배울 건 분명히 배워야 합니다. 그러나 배우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우리 것을 가르쳐주는 방법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 이런 일 하시라고 KBO 총재 자리가 있는 것 같은데 하필 총재가 그 분이시라… 아마 안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