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세상을 살면서 확실한 건 죽음, 세금 그리고 그레그 매덕스의 15승뿐이다.


지난해만 해도 헥터(31·KIA·도니미카공화국·사진)의 15승도 (당분간은) 이 리스트에 끼워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2016년 15승(5패), 지난해 20승(5패)을 거둔 투수였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헥터는 11승(10패)를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평균자책점도 2016년 3.40, 지난해 3.48에서 올해 4.60으로 올랐습니다.


헥터가 올해 이렇게 부진한 게 세금 폭탄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시즌 중반부터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국세청에서 "밀린 세금 수 억 원을 내야 한다"는 연락을 받은 뒤로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제 컨디션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헥터가 이 세금을 분할 납부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게 정설처럼 퍼진 상태입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원래 22%였던 소득세율이 최대 46.2%까지 올랐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이렇게 된 게 아니라 2015년 이미 법이 바뀐 상태기 때문에 헥터는 2016년과 지난해 세금도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설명하면서 '소급·遡及 적용'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이 낱말은 '과거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미치게 함'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2015년 이후 상황에 이 법을 적용하면 소급적용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일이 생긴 건 각 구단에서 선수 에이전시에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인 선수 소득세를 구단에서 내는 프로배구 구단에서는 2015년 6월 23일 이에 대해 국세청에 문의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각 구단 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관심을 가질 만도 한데 '세금은 선수 개인 문제'라며 그냥 방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2%와 46.2%


소득세법 제2조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개인도 국내원천소득이 있으면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조(납세의무)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개인은 이 법에 따라 각자의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를 진다.

 1. 거주자

 2. 비거주자로서 국내원천소득(國內源泉所得)이 있는 개인 


국세청은 국내원천소득을 "소득이 발생 원인이 국내인 소득"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구단에서 받는 돈은 소득세법 제119조6에 따른 국내원천소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제119조(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개정 2010. 12. 27., 2012. 1. 1., 2013. 1. 1., 2015. 12. 15., 2016. 12. 20.>

6. 국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적용역을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 (국외에서 제공하는 인적용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용역을 제공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이 조세조약에 따라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 그 소득을 포함한다). 이 경우 그 인적용역을 제공받는 자가 인적용역 제공과 관련하여 항공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제119조6에 해당하는 금액은 같은 법 제156조①2에 따라 과세 표준의 20%를 원천징수 방식으로 납부했습니다.


제156조(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의 특례) ①제119조 제1호·제2호·제4호부터 제6호까지 및 제9호부터 제12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국내원천소득으로서 국내사업장과 실질적으로 관련되지 아니하거나 그 국내사업장에 귀속되지 아니한 소득의 금액(국내사업장이 없는 비거주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포함한다)을 비거주자에게 지급하는 자(제119조제9호에 따른 소득을 지급하는 거주자 및 비거주자는 제외한다)는 제127조에도 불구하고 그 소득을 지급할 때에 다음 각 호의 금액을 그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에 대한 소득세로서 원천징수하여 그 원천징수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원천징수 관할 세무서, 한국은행 또는 체신관서에 납부하여야 한다. 다만, 제119조제5호에 따른 소득 중 조세조약에 따라 국내원천사업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는 소득은 제외한다.

2. 제119조제6호의 소득에 대해서는 그  지급금액의 100분의 20 (이하 생략).


원천징수라는 건 "소득이나 수익을 지급하는 쪽에서 세금의 일부를 거두어들이는 방법"(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뜻합니다. 구단에서 계약 금액을 다 주고 '네가 알아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세금을 먼저 떼고 나머지 금액만 지급하는 게 바로 원천징수 방식입니다.


여기에 지방세법 제93조에 따라 소득세의 10%를 지방소득세로 내야 하니까 전체 세율은 22%가 됩니다. 만약 100만 달러에 계약한 선수가 있다면 지방소득세까지 더해 22만 달러를 세금으로 내고 78만 달러만 이 선수에게 지급했던 것. (연말정산을 해보셔서 다들 아시겠지만 꼭 이 연봉 전체가 과세 표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이 기준에 변화가 생긴 건 기획재정부에서 2014년 12월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이 개정안은 거주 기간 요건을 당시 '1년 이상'에서 '183일(6개월) 이상'으로 줄였습니다. 이 개정안이 이듬해 2월 3일 효력을 발생하면서 183일 이상 한국에 머문 외국인 선수도 소득세상 신분이 '거주자'로 바뀌었습니다.

  

제2조(주소와 거소의 판정)

③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본다.  <개정 2015. 2. 3.>

 1.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2.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계속하여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되는 때

④ 국외에 거주 또는 근무하는 자가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외국법령에 의하여 그 외국의 영주권을 얻은 자로서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없고 그 직업 및 자산상태에 비추어 다시 입국하여 주로 국내에 거주하리라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때에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본다.  <개정 2015. 2. 3.>


이에 따라 이제 외국인 선수도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가 됐습니다. 따라서 아래 같은 기준으로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대신 원천징수 비율은 3.3%(지방소득세 포함)로 줄었(더랬)습니다.


▌2018년 현재 소득세율

 과세 표준  세율  누진공제액
 1200만 이하  6%  -
 1200만 초과~4600만 이하  15%  108만
 4600만 이하~8800만 이하  24%  522만
 8800만 초과~1억5000만 이하  35%  1490만
 1억5000만 초과~3억 이하  38%  1940만
 3억 초과~5억 원 이하  40%  2540만
 5억 초과  42%  3540만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이때 세율은 구간별로 적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과세 표준이 6억 원이라고 곧바로 세율 42%를 적용해 2억5200만 원을 세금으로 내는 게 아닙니다. 이 돈 가운데 1200만 원까지는 6%, 4600만 원까지는 15%, 8800만 원까지는 24%… 이렇게 구간마다 나눠 세율을 적용합니다. 이렇게 일일이 계산하면 번거로우니까 한번에 세율을 적용하고 앞선 구간 전체에 해당하는 세금을 빼면 되도록 미리 계산해 놓은 게 바로 누진공제액입니다. 


따라서 우리 돈으로 10억 원에 해당하는 과세 표준에 해당하는 소득을 올린 선수가 있다면 10억 × 42% - 3540만 = 3억8460만 원이 종합소득세입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가 붙으니 전체 소득세는 4억2306만 원이 됩니다. 예전에는 22%에 해당하는 2억2000만 원을 소득세로 냈으니까 세금이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7월에는 "계약기간이 3년 이하인 외국인 직업운동가의 사업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100분의 3에서 100분의 20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아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예전에 하던 대로 먼저 22%(이하 지방소득세 포함)를 구단에서 받고 나머지는 종합소득세로 받겠다는 뜻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개정안을 마련한 건 2015년 이후 외국인 선수들이 구단에서 원천징수하는 3.3%를 제외하면 따로 소득세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반증.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외국인 선수 138명에게 총 139억 원을 과세했지만 실제로는 33명이 42억 원을 냈을 뿐입니다.



국적도 중요하다고?


헥터가 또 문제가 되는 건 도미니카공화국 국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2018년 11월 24일 현재 총 93개국과 조세조약을 맺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도미니카공화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조세조약을 맺는 제일 중요한 이유로는 역시 '이중과세의 회피'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한 나라에서 이미 어떤 세금을 냈다면 상대방 나라에서도 이미 그만큼 세금을 냈다고 간주하고 과세를 시작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이미 소득세를 냈다면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에서는 이 금액을 공제하고 (필요하다면)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2) 미국법(법은 그 원칙을 변경하지 아니하고 수시로 개정될 수 있음)의 규정에 의거하고 또한 미국법의 제한에 따를 것을 조건으로 하여,  미국은 미국의 시민 또는 거주자에 대하여 미국의 조세로부터 적절한 한국의 세액을 공제하며 , 또한 한국법인의 의결권의 최소한 1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법인이 특정의 과세연도 중 동 한국법인으로부터 배당을 받을 경우에, 동 배당지급의 원인이 되는 이윤에 관해서는 동 배당을 지급하는 한국법인이 한국에 납부할 적절한 세액을 공제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한 적절한 세액은 한국에 납부한 세액에 기초를 두어야 하나, 그 세액공제는 동과세연도 중 미국의 법에 규정된 한도액 (한국내에 원천을 둔 소득 또는 미국외에 원천을 둔 소득에 대한 미국의 조세에 대한 세액공제를 제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을 초과하여서는 아니된다. 한국에 납부한 조세에 관해서 미국의 세액공제를 적용할 목적으로 제6조(소득의 원천)에 규정된 제 규칙이 소득의 원천을 결정하기 위하여 적용된다. ─ 한·미 조세조약 제5조


예컨대 미국 국적 외국인 선수가 한국 국세청에서 42% 세율을 적용받아 소득세를 냈다면 미국에서는 일단 이만큼 소득세를 냈다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겁니다. (이때 미국에서는 환급 대상이지만 미국 국세청·IRS에서 이를 현금으로 돌려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IRS는 보통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소득세를 냈다면 한국에서 이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런 조약을 맺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 나라에서 헥터에게 '소득세를 왜 내지 않느냐'고 하면 항변할 길이 없습니다. 앞으로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국인 선수를 보기 힘들게 될지도 모를 이유입니다. 아니면 각 구단에서 방법을 찾아내겠죠(응?).


그렇다고 조세조약을 맺은 나라 국적자라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거주자와 비거주자 구분도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SK 힐만 감독(55)과 켈리(30)는 모두 미국 국적이지만 힐만 감독은 비거주자, 켈리는 거주자로 한국 세법상 신분이 달랐습니다. 그저 183일 넘게 한국에 머물렀다는 기준 하나만으로 거주자 구분을 하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확실한 건 국세청에서 외국인 선수들 '세금 먹튀'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 그러니 이미 한국 무대서 7시즌을 뛴 소사(33·도미니카공화국)가 한국을 떠난 것처럼 내년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헥터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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