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는 삼진이 안타보다 더 많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정규리그 4862경기에서 나온 삼진은 총 4만1177개로 안타(3만9993개)보다 1184개 더 많았습니다. 경기당 평균으로는 삼진이 8.48개, 안타가 8.44개입니다.


맨 처음에 쓴 것처럼 언젠가 올 일이기는 했습니다. 30년 전인 1988년 메이저리그에서는 안타(3만6244개)가 삼진(2만3355개)보다 1만2889개 많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안타(4만2215개)하고 삼진(4만104개) 사이가 2111개 차이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드디어 역전한 겁니다.



삼진만 늘어난 건 아닙니다. 홈런도 늘었습니다. 1988년에는 전체 안타 가운데 8.8%가 홈런이었는데 올해는 13.6%로 54.5% 늘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14.5%하고 비교하면 1%포인트 정도 내려온 결과가 이렇습니다.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에서는 삼진과 홈런 그리고 볼넷을 합쳐 TTO(Three True Outcomes)라고 부릅니다. 여기 진짜(true)라는 표현이 붙은 건 이 세 가지 기록은 투수와 타자 사이에서 승부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홈런과 삼진이 늘었으니 당연히 TTO%도 올랐습니다. 1988년에는 전체 타석 중 24.8%가 TTO로 끝났는데 올해 이 비율은 33.7%로 35.9% 늘었습니다. 30년 전에는 4타석 중 한 번에 살짝 못 미쳤는데 이제는 3타석 중 한 번보다 살짝 많은 겁니다.



요컨대 타자는 홈런을 치려고 타석에 들어서고 투수는 그런 심리를 역이용해 삼진을 잡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면 거꾸로 투수가 어차피 삼진을 노릴 테니 타자는 그냥 안타가 아니라 '한 방'을 노리는지도 모릅니다.


리그 평균 타율이 이런 변화를 반영합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평균 타율은 .248로 1972년(.244) 이후 최저 기록입니다. 참고로 아메리칸리그는 그 이듬해(1973년)부터 지명타자를 도입했습니다. 


'공갈포 성애자'인 저는 이런 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만약 30년 전에 식물인간이 됐다가 깨어난 야구팬이 있다면 '요즘 야구는 정말 이상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면 야구팬 평균 생각은 어떨까요? '재미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예상하는 게 합리적일 확률이 높습니다. TTO가 늘어난다는 건 안타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타자가 공을 치고 야수가 공을 잡아 던져서 베이스 사이를 뛰는 주자를 잡아내는 플레이가 줄어든다는 뜻이니까요. 자연스레 '쪼는 맛'도 줄어들 게 됩니다.


관중 숫자가 줄어든 걸 근거로 꼽을 수 있습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관중 숫자는 6967만1272명(경기당 평균 2만8659명)으로 2003년 이후 15년 만에 7000만 관중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꼭 이런 변화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메이저리그 관중이 2007년 7948만4718명을 기록한 뒤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만큼은 분명합니다. 2013년 이후 6년 동안 해마다 관중이 줄어서 5.9%가 빠진 상태입니다.



그 사이 미식축구(NFL)와 농구(NBA)는 반대 방향 그러니까 '볼 거리'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추이가 변하고 있습니다. NFL에서는 패스 시도가, NBA에서는 3점 시도가 늘었습니다.


1988~1989 시즌과 비교하면 NFL에서 전체 공겨 시도 중 패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51.0%에서 올 시즌 현재 59.1%까지 늘었습니다. NBA는 더욱 극적입니다. 30년 전에는 전체 슈팅 시도 가운데 5.7%만 3점 시도였는데 지난 시즌 이 비율은 33.7%까지 올랐습니다. 



물론 두 종목에서 이런 식으로 전술이 변화한 것 역시 통계 분석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야구에서는 세이버메트릭스가 정적인 TTO를 늘린 사이 두 종목에서는 동적인 변화를 이끌어 낸 겁니다. 두 리그에서는 성적과 인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쪽으로 통계 분석 결과가 나온 반면 야구에서는 이기려면 재미없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왔다고 할까요?


리그별 TV 평균 시청자 중간 나이를 보면 메이저리그는 57세로 NFL(50세)나 NBA(42세)보다 팬들 나이가 많은 종목입니다. 당연히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서도 젊은 팬 확보가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볼 거리가 줄어든다는 건 디스어드밴티지로 작용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하루 아침에 야구 규칙을 뒤엎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과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어떤 반전 카드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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