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키움증권이 ㈜서울히어로즈의 새 메인(네이밍) 스폰서였습니다. 올 시즌까지 넥센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썼던 이 프로야구 팀 운영 회사는 6일 내년(2019년)부터 5년간 연간 100억 원 규모로 키움증권과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회사는 내년 1월 출범식을 개최할 예정이며, 그 자리에서 새 팀 이름과 기업이미지(CI) 등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역시'라고 쓴 건 한국경제에서 지난달 31일 이미 [단독]을 달아 관련 내용을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구단에서는 "키움증권을 비롯하여 넥센타이어 등 복수의 기업들과 메인스폰서 유치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아직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발표한 데는 당시 팀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넥센타이어㈜를 배려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겁니다.
넥센타이어는 왜?
서울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타이어와 처음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맺었으며 이후 2011, 2013, 2015년에 걸쳐 계속 계약을 연장하면서 이 팀은 9년간 넥센이라는 이름을 앞세웠습니다. 그 사이 넥센타이어 매출도 2009년 약 9662억 원에서 지난해(2017년) 약 1조9648억 원으로 두 배가 됐습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계약을 연장하지로 않기로 한 데 이장석 전 (서울히어로즈) 대표 문제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게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해외 매출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보다 해외 마케팅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에 재계약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넥센타이어는 2014년 국내에서 매출 약 4856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약 4501억 원으로 약 7.3% 줄었습니다. 대신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약 1조8407억 원에서 약 2조2200억 원으로 20.6% 늘었습니다. 그러면서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시티 유니폼 소매에 회사 로고를 노출하는 슬리브(sleeve)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스포츠로 눈길을 돌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키움증권은 왜?
거꾸로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으로서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인지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엄밀히 말해 키움증권은 2군에서 압도적인 1위 증권사에 가깝지만 1군까지 따지면 어딘가 애매한 게 사실이니까요.
키움증권으로서는 NC가 안방으로 쓰는 마산구장 전광판 위에 대형 광고판(사진)을 설치해 재미를 봤던 것도 이번 스폰서십을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2006년부터 구장 광고 등을 진행하면서 프로야구 관련 마케팅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팀도 팀이지만 리그 전체 인기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구단에서 공개하는 일은 없겠지만 이번 네이밍 스폰서 입찰에 응했던 다른 업체(들) 역시 키움증권 수준으로 네임벨류로 평가받는 회사가 많았을 겁니다. 그러니까 직접 프로야구 팀을 운영하기는 부담스럽지만 연간 100억 원 정도 부담하는 건 OK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회사 말입니다.
실제 투자 효과는 그 이상이라는 게 이미 중론입니다. 유진투자증권㈜에서 2015년 펴낸 보고서 '프로야구, 가치를 재발견하다'는 서울히어로즈 사례를 분석해 "히어로즈 프로야구단의 사업수익 규모는 현재 프로야구 광고시장 가치를 의미(한다)"면서 "약 160억 원 이상의 광고수익은 시장가치로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업가 이장석은 어떻게?
따라서 이렇게 2군 1위 팀 레벨 회사가 프로야구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건 (뒤가 구려도 너무 구렸던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사업가적 감각이 빛난 점이라고 평가해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이미 대기업 7곳이 참여하고 있던 시장에 '편승'해서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독점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니까요.
게다가 키움증권 같은 금융사는 원래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있는 프로야구 팀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업 모델이 존재하기 때문에 프로야구 시장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②지주회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4.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지주회사(이하 "金融持株會社"라 한다)인 경우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金融業 또는 保險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등 大統領令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會社를 포함한다)외의 국내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8조의2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아직 명칭 변경에 대한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구단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명칭권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히어로즈 지분 싸움은 어떻게?
이렇게 서울히어로즈는 키움증권에서 돈을 받아 안정적으로 살림을 꾸려갈 수 있게 됐지만 모든 갈등이 일단락된 건 아닙니다. 서울히어로즈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 전 대표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사이에 여전히 다툼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서울히어로즈 지분 40%를 홍 회장에게 양도하라"고 여러 번 판결을 내렸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서울히어로즈는 법인이라 지분이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올 5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반대파에서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법원에서 이를 인용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조만간 홍 회장이 지분 40%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믿고 물 밑에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는 소문도 무럭 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실제 홍 회장 쪽에서 '강제 집행'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루머도 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홍 회장이 받게 될 지분이 더 늘어나게 되고, 그러면 최악의 경우 스폰서 계약 기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런 글을 쓸 때마다 제 결론은 늘 하나. 사실 누가 서울히어로즈 주인이고, 어떤 회사가 팀 이름을 가져가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냥 다른 팀 팬하고 똑같이 '야구만 잘하라'고 마음 편하게 응원하고 싶습니다. 이 팀을 응원하는 일은 다른 팀 팬으로 사는 것과 왜 이렇게 달라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