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히어로즈가 예상대로 증자를 선택했습니다. 프로야구 넥센을 운영하는 이 회사는 '매일경제' 11일자를 통해 신주 발행 사실을 알렸습니다(사진).
신주발행공고
상법 제416조에 의거 2018년 5월 10일 개최한 당사 이사회에서 유상증자에 따른 신주발행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기에 이를 공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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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주식의 종류와 수: 보통주식 5,740,000주
2. 자금 조달의 목적: 운영자금
3. 신주식의 발행가액: 1주 5,000원
4. 신주식의 발행방법: 주주배정방식
5. 신주식배정 기준일: 2018년 5월 25일
6. 신주의 배정방법: 2018년 5월 25일 17:00 현재 당시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 대하여 그 소유주식 비율에 따라 신주식을 배정함을 원칙으로 하되, 주주는 신주인수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포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인수를 포기한 주식과 단주의 처리는 추후 이사회를 통하여 제3자가 이를 인수하게 한다.
7. 청약일: 2018년 6월 14일
8. 주급납입일: 2018년 6월 19일
9. 주금납입처: 하나은행 목동지점
10. 기타 신주식 발행에 관한 필요한 절차사항은 대표이사에게 일임한다.
2018년 5월 11일
주식회사 서울히어로즈
서울시 구로구 경인로 430(고척동, 고척스카이돔구장내)
대표이사 박준상
유상증자란 무엇인가
경제·경영에 익숙하지 않은 분께는 낯선 낱말이 좀 등장합니다. 이런 낱말이 익숙하신 분은 이번 단락은 그냥 건너 뛰셔도 됩니다.
사실 증자(增資)라는 용어부터 낯설게 느끼는 분이 적지 않게 계실 터. 증자는 '자본(금) 증가'입니다. (한문도 영어처럼 동사아 앞에, 목적어가 뒤에 오는 거 아시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게 증자입니다. 자연스레 반대말은 감자(減資)가 됩니다.
아주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장사를 하다가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어디에선가(예컨대 은행에서) 돈을 벌려오는 것. 이때는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갚아야 합니다. 만약 자기 '개인 돈'에 여유가 있다면 (그리고 사업에 성공할 확신이 있다면)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 돈을 회사에 조금 더 '투자'하면 되는 거죠.
주식회사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고 채권을 발해할 수도 있지만 이러면 원금과 이자 상황 부담이 생깁니다. 하지만 주식 발행 숫자를 늘리면 이런 부담 없이 자본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증자를 할 때 그 목적이 '(운영)자금 조달'에 있다고 하는 겁니다. (부채 상환, 재무 구조 개선, 경영 안정권 확보 등을 목적으로 증자를 할 때도 있습니다.)
증자는 크게 무상(無償)증자와 유상(有償)증자로 나뉩니다. 무상증자는 주주에게 공짜로 주식을 나눠주는 방식이고 유상증자는 돈을 받고 주식을 파는 방식입니다.
어떻게 주식을 공짜로 나눠주는데 자본금이 늘어날까요? 기업 자기자본은 크게 자본금과 잉여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면 자본금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자본금이 늘어난 만큼 주식을 발행하는 방식이 바로 무상증자입니다. 무상증자가 가능하려면 당연히 재무가 탄탄해야 합니다.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이 주식을 팔 때는 이 주식을 살 수 있는 대상을 기존 주주에 한정할 수도 있고 새로운 주주도 살 수 있게끔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울히어로즈는 '주주배정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기존 주주만 이번 증자를 통해 발행한 새 주식(신주·新株)을 살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총 574만 주를 5000원에 발행하기로 했으니 주식을 모두 팔면 운영 자금 287억 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주주에게 주식을 배정한다'는 건 '주주만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이지 '주주라면 꼭 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이 회사 증자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상장 기업은 유상증자를 하고 나면 주가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이유로 ㈜서울히어로즈 역시 "주주는 신주인수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포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인수를 포기한 주식과 단주의 처리는 추후 이사회를 통하여 제3자가 이를 인수하게 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유상증자 때 이런 식으로(주주 배당 방식 + 제3자 인수 방식) 주식 배정 방식을 섞는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닙니다. (단주·端株는 신주를 발행해 배당할 때 소수점 이하로 수효가 나오는 주식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정말 운영자금 조달 목적인가
'운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서울히어로즈 주장은 조금 이상합니다. 메인(네이밍) 스폰서인 넥센타이어에서 스폰서비를 정상 지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넥센타이어는 "지문 문제를 해결하고 구단 정상화 방안을 제시해 달라"며 3, 4월 스폰서비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이달 2일 "프로야구 10구단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2018시즌까지 후원금 지급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내년 이후를 대비한 포석이라고 보기도 애매합니다. 넥센타이어와 ㈜서울히어로즈가 맺은 스폰서십이 원래 올해 끝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행보를 토대로 판단하면 ㈜서울히어로즈에서 메인 스폰서를 구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기 때문입니다. 넥센타이어와 삐걱댄 2015년에도 (J트러스트가 아닌) 한 대기업과 물밑에서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갔다는 건 알 만한 분은 다 아는 사실. 그런데 이번에만 다른 길을 걷는다? 이상합니다.
이렇게 의문이 남을 때는 '누가 이득을 보는가'를 따져 보면 답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이번 증자는 기본적으로 '주주 배정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최대 주주가 제일 이득을 많이 본다고 가정해도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201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히어로즈 최대 주주는 지분 67.6%(27만7000주)를 보유한 이장석 전 대표(사진)입니다.
이 전 대표는 새로 발행한 주식 574만 주 가운데서도 67.6%(387만8000주)를 배당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주식을 공짜로 가져가는 건 아니고 193억9000만 원을 어떻게든 구해서 내야 합니다.) 이러면 이 전 대표가 보유한 총 주식은 415만5000주가 됩니다.
이제 더하기가 끝나고 빼기를 할 차례. 법원은 201년 "히어로즈는 발행 주식 40%인 16만4000주를 홍성은 레이니어그릅 회장(72)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홍 회장은 2008년 현재 ㈜서울히어로즈 전신인 센테니얼인베스트먼트㈜에 지분 40%를 받기로 하고 20억 원을 투자했던 인물. 이 전 대표는 이 20억 원이 '빌린 돈'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 전 대표가 구속 수감된 건 결국 이 지분을 주지 않아서 사기 및 횡령죄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전 대표가 자기 전체 주식 가운데 16만4000주를 홍 회장에게 지급한다면 399만1000주가 남습니다. 그래도 이 전 대표는 지분율 64.9%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아마 지분율이 3분의 2가 되도록 주식을 조금 더 사들일 겁니다. 그래야 단독 결정만으로 합병, 영업 양도, 해산 등을 다루는 주주 총회 특별 결의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홍 회장 측에서는 16만4000주가 아니라 '양도 시점 기준 지분 40%'를 요구할 겁니다. '16만4000주'부터 판결 당시 지분 40%였거든요. 센터니얼인베스트먼트㈜ 시절 1만 주로 시작한 ㈜서울히어로즈 주식 숫자는 세 차례 증자를 거쳐 현재 41만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법원이 계속 '현재 지분 40%를 줘야 한다'고 판단할 확률이 100%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이미 구속 상태에 있는 이 전 대표로서는 도박을 해 볼만 한 겁니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히어로즈 운명은?
거꾸로 법원에서 꼭 판결일 기준으로 40%를 인정해주기를 학수고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홍 회장만 그런 게 아닙니다. 야구계에서는 이 구단을 '접수'하려 물밑에서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는 '루머'도 돌고 있거든요. 이들이 구단을 직접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건 아니고 홍 회장 쪽과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나서 '그다음'을 노려보겠다고 움직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아직은 루머 단계일 뿐이지만 만약 실명까지 흘러 나오고 있는 이들이 정말 ㈜서울히어로즈 운영에 뛰어 들게 된다면 재미있는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이 전 대표가 처음 야구계에 등장했을 때처럼 아주 터무니 없는 이들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한 분은 정말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총알'이 없다고 보기도 힘드니 말입니다.
저 개인적으로 이 전 대표는 '악성 사기꾼'인 동시에 '훌륭한 야구 프런트'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평가라는 건 압니다. 그래도 팀을 이 정도로 굴러가게 만든 것도 이 전 대표고, 지금 팀이 이렇게 못 굴러가게 만든 것도 이 전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팬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관계 있겠습니까. 그저 이 야구팀이 어느 쪽이든 결론을 빨리 얻어서 안정적으로 굴러가기를 바랄 뿐. 왜 이 팀을 응원하는 일은 다른 팀 팬으로서 사는 것과 왜 이렇게 달라야 할까요? 그냥 마음 편하게 '야구만 잘하라'고 응원하기가 이리도 어려운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