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배구협회(KVA) 공식 후원사는 신한금융그룹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KVA 눈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KVA에서 KOVO와 아무 상의 없이 프로배구 남녀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등록비 10만 원을 요구했거든요. KOVO는 이사회를 통해 '협회의 통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뜻을 모은 상태입니다.
일단 두 단체가 헷갈릴 수 있습니다. KVA는 한국 배구 전체를 총괄하는 기관이고 KOVO는 프로배구 주관 단체입니다. 초·중·고·대학·실업 연맹이 KVA 산하인 반면 KOVO는 별개로 떨어져 있는 독립단체에 가깝습니다. 야구로 치면 KVA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이고 KOVO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인 셈입니다.
문제는 국제배구연맹(FIVB)에서 주관하는 국제대회 때는 KVA가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입니다. 국가대표 선수 선발·관리·감독 권한도 물론 KVA에 있습니다. 실제로 성인 국가대표 대부분은 프로배구 선수인데 말입니다. 그런 이유로 KOVO는 국가대표 전임 감독 연봉(각 1억 원) 등 대표팀 운영 자금으로 1년에 6억 원을 KVA에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KVA에서 KOVO에 등록비를 요구하고 있는 건 이 6억 원은 대표팀 운영을 제외한 다른 곳에는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KVA에서 속이 보이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입니다. 한 프로 구단 관계자는 "금액 자체는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돈을 꼭 받아야 한다는 명분이 없지 않느냐"면서 "협회가 사정이 어렵다는 건 이해하지만 지원금을 요구하는 방식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평했습니다.
그렇다고 KVA 요구가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닙니다. 대한체육회는 각 회원 단체(배구에서는 KVA)에 대회 개최 전 출전 선수 명단을 전용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체육회 규정에 따라 축구는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선수를 등록합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등록비를 받습니다. 팀은 40만 원, 선수는 1만 원입니다. 반면 농구나 야구는 이런 절차가 없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면 KOVO에서 등록비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KVA에서 이런 요구를 한 게 처음이라면 KOVO도 따랐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KVA는 2013년 외국인 선수가 국내 프로배구에서 뛸 때 꼭 필요한 국제이적동의서(ITC) 확인 비용으로 선수 한 명당 3000만 원을 요구하는 등 틈이 날 때마다 KOVO에 손을 빌린 전례가 있기에 이번에도 반응이 냉담한 겁니다.
KVA는 배구 역사를 정리한 책 '한국배구 100년'을 펴낼 때도 KOVO를 비롯한 배구계에 후원금을 요청했습니다. 후원금을 모두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발표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배구 담당 기자 신분으로 KVA에 후원금 입출금 내역을 요청했지만 후원자 요청으로 비공개하기로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지 이런 단체에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