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 여자부에서는 KGC인삼공사가 각각 선두를 차지하면서 2018~2019 프로배구 도드람 V리그 1라운드 일정이 끝났습니다.
• 이번 시즌 남자부에서 일어난 제일 큰 변화라면 역시 현대캐피탈 문성민(32·사진 왼쪽)이 스타팅 라인업에 한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 당초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현대캐피탈과 계약한 전광인(27·사진 오른쪽), 외국인 선수 파다르(22·헝가리)와 함께 삼각편대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태웅 감독은 왼쪽 날개 한 자리를 주로 박주형(31)에게 맡기는 대신 문성민을 '조커'로 기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물론 한국 배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명성을 떨치던 문성민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한 상황. 하지만 그는 '여덟 번째 주전' 자리를 받아들이면서 고비 때마다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1라운드 때 팀 공격 가운데 29.2%를 책임졌습니다. 올 시즌 같은 기간에는 7.8%로 확 줄었습니다. 대신 공격 효율은 지난 시즌 .351에서 올 시즌 .526으로 올랐습니다. 팀이 가라 앉을 때마다 코트에 들어서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한 성적입니다.
그 덕에 현대캐피탈은 주전 세터 이승원(25)이 빠진 상황에서도 5승 1패 승점 14점으로 선두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 때 유일하게 패한 건 이승원이 다치면서 올 시즌 신인 선수 이원중(23)이 처음 주전을 맡은 우리카드전뿐이었습니다.
• OK저축은행도 현대캐피탈과 똑같이 승점 14점(5승 1패)으로 1라운드를 마감했습니다. 당초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개 팀을 상대로 모두 승리를 따냈습니다. 단, 현대캐피탈보다 두 세트를 더 내줬기 때문에 세트 득실률에서 뒤져 2위로 1라운드를 마감했습니다.
OK저축은행이 잘 나갈 수 있던 건 단연 외국인 선수 요스바니(27·쿠바·사진) 덕분. 1라운드 때 요스바니는 공격 성공률(60.9%)은 1위, 득점(166점)과 서브(세트당 0.65개)는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OK저축은행으로서는 시몬(31·쿠바)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외국인 선수를 확보하게 된 것.
3년차 왼손잡이 라이트 조재성(23)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재성은 1라운드 때 요스바니(42.8%)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공격 점유율(22.4%)를 기록하면서 두 번째 공격 옵션 구실을 톡톡히 소화했습니다. 조재성은 "올 시즌 코트 안에서 뻔뻔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너무 많이 졌는데 올 시즌에는 팀이 자주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 거꾸로 한국전력은 6전 전패(승점 1)로 1라운드를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때 선발한 사이먼(26·독일)이 팀에 녹아들지 못해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짐을 쌌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선발한 아텀(26·러시아)은 2경기 만에 배 근육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풍문에 따르면 훈련 방식 때문에 김철수 감독과 선수단 사이에 갈등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럴 때는 트레이트를 통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한국전력에는 여전히 세터가 너무 많은 상황. 특히 지난 시즌 이호건(22)이 어느 정도 실력을 입증한 상황에서 전광인의 보상선수로 노재욱(26·사진)을 선택한 건 현대캐피탈 전력을 떨어뜨리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팀에 별 도움이 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전임 신영철 감독이 '세터 수집'에 취미가 있으니 우리카드와 카드를 맞춰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 한국전력과 수원체육관을 안방으로 나눠 쓰는 여자부 현대건설도 5전 전패로 1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이 팀은 다른 게 뭐 있나요? '탱킹'(다음 시즌 드래프트에서 우수한 신인 선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일부러 경기에서 패하는 일)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일단 외국인 선수 베키(30·이탈리아)부터 교체해야 합니다.
한국도로공사도 사실상 이바나(30·세르비아)와 결별 수순에 돌입한 상태. 이바나가 지난 시즌 우승 일등공신인 건 맞지만 지난 시즌에 때린 스파이크로 올 시즌 경기를 이길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올 시즌 이바나의 공격 성공률은 26.4%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체 외국인 선수는 트라이아웃(공개 선수 평가) 참가자 중에서만 고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실상 듀크(33·세네갈·전 GS칼텍스)나 헤일리(27·미국·전 인삼공사·사진) 정도가 제일 좋은 카드가 될 겁니다. 듀크는 현재 태국에서, 헤일리는 프랑스에서 뛰고 있습니다.
• 올 시즌부터 프로배구는 남녀부 일정을 완전히 분리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자부 평일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5시에서 남자부와 똑같이 오후 7시로 옮겼고, 이 때문에 1라운드 때 남녀부 경기가 여덟 번 같은 시간에 열렸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이 8경기 때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0.62%로 여자부 전체 평균(0.69%)보다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경기 때 남자부 평균 시청률은 0.78%로 역시 전체 평균(0.83%)보다 낮았습니다. 대신 남녀부 경기를 합치면 1.4%로 파이를 키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중 동원 능력에서는 오히려 여자부가 앞섰습니다. 1라운드 때 남자부는 경기당 평균 2101명(총 4만4120명)이 찾았고, 여자부는 2381명(총 3만5708명)이 찾아 프로배구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이 결과에는 '어른들의 사정'이 녹아 있을 수 있으니 일단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