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대회가 열린 8일 동안 보령종합체육관(사진)을 찾은 건 총 1만6414명(평균 2052명). KGC인삼공사와 GS칼텍스가 맞붙은 결승전에는 수용 인원(2500명) 1.2배인 3009명이 들어왔습니다.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평균 관중 숫자는 2033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인구 10만6500명(2018년 8월 기준)이 사는 충남 보령시에서 평일 낮에 주로 열린 대회에 이 정도 관중이 찾았다면 '성황리에'라는 표현을 써도 오버는 아닐 겁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 경기 출전 준비로 국가대표(=스타) 선수가 출전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프로농구에 밀려 중소 도시를 연고지로 선택해야 했던 게 오히려 프로배구가 내실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여자부가 분리·독립하려면 아주 작은 도시로 연고지를 옮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로공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을 안방으로 쓰는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평균 관중(3527명) 남녀부 전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모기업이 김천에 자리잡은 효과가 분명히 있을 터. 그래도 2016~2017 시즌 2347명에서 평균 관중이 50.3% 늘어난 게 단순히 '모기업 효과'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프로배구 2017~2018 V리그 구단별 평균 관중 (단위: 명)
순위 | 남자부 | 여자부 | ||
구단 | 관중 | 구단 | 관중 | |
① | 현대캐피탈 | 3383 | 한국도로공사 | 3527 |
② | 삼성화재 | 2888 | IBK기업은행 | 2356 |
③ | 우리카드 | 2491 | GS칼텍스 | 1995 |
④ | KB손해보험 | 2222 | 현대건설 | 1816 |
⑤ | 한국전력 | 2012 | 흥국생명 | 1351 |
⑥ | 대한항공 | 2013 | KGC인삼공사 | 1155 |
⑦ | OK저축은행 | 1399 |
GS칼텍스가 2013~2015 시즌 경기 평택 이충문화센터 체육관을 안방으로 쓸 때도 그랬습니다. 당시 제가 썼던 기사에서 일부를 인용하면:
GS칼텍스 배구운영팀 관계자는 "체육관 규모(1700석)가 그리 크지 않아 누적 관중 수 자체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주말이면 거의 100%, 평일에는 70∼80% 관중석이 찰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물론 GS칼텍스에게 원래 안방인 서울 장충체육관을 포기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평택에서 배구가 먹힌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제 인구 50만 명을 넘은 평택도 사실 별로 볼 게 없거든요.
그건 다른 지방 도시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여자부 한 팀 정도는 보령으로 연고지를 옮기면 어떨까요?
만약 이런 결정을 내린다면 남자부 팀과 연고지를 같이 쓰는 현대건설(수원·한국전력) 흥국생명(인천·대한항공) GS칼텍스(서울·우리카드) KGC인삼공사(대전·삼성화재) 등 네 팀이 후보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 GS칼텍스는 서울을 포기할 확률이 사실상 제로(0)일 테니 패스. 연습장 위치를 기준으로 하면 KGC인삼공사(대전 대덕구)가 제일 좋은 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GC인삼공사는 평균 관중도 제일 적은 팀일 뿐더러 대전 충무체육관을 안방으로 나눠 쓰는 성화재와 썩 매끄러운 사이도 아닙니다. 삼성화재에 '묻어 간다'는 평이 달갑지만은 않을 KGC인삼공사로서는 연고지 이전이 분명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보령시 역시 KGC인삼공사고 온다면 사양할 리가 없습니다. 프로 스포츠 팀 연고 도시가 된다는 게 일단 시장 공적이 되니까요. 충남 아산시 사례가 이를 가장 잘 보여줍니다.
GS칼텍스가 장충체육관 리모델링 문제로 이충문화체육관(+구미 박정희체육관)에 머물 때 우리카드는 아산 이순신체육관을 임시 안방으로 썼습니다. 2015년 장충체육관이 새로 문을 열어 우리카드가 떠나자 아산시는 2016년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을 유치하면서 프로 스포츠 팀 연고 도시로 복귀했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분명 이를 반길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처음부터 보령에서 컵 대회를 개최하려고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KOVO는 남녀부 연고지 분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보령에 머드축제에 비견할 만한 또 다른 볼거리가 들어설 수 있을까요?
역시 KGC인삼공사가 보령으로 연고지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암, 가아죠, 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