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불공평합니다. 부모님을 선택할 수 없을뿐더러 몇 번째 자식으로 태어날지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들은 태어나는 순서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을 합니다. 우리도 실생활에서 '넌 맏이가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냐' 같은 표현을 자주 씁니다. '왜 같은 형제인데 성격이 다를까'라는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은 형보다 동생이 '위험을 감수하려고 드는 성향'이 짙다고 말합니다. 음식을 놓고 형과 다투면서 성장해야 하고 자신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부모님께 사랑받고 있던 형보다 부모님 관심을 더 받으려면 어쩔 수 없이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야구 선수들은 어떨까요? 심리학자인 프랭크 설로웨이(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리처드 츠바이겐하프트(미국 길포드대) 박사는 '성격과 사회 심리학 리뷰(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1월 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형제 메이저리그 선수를 대상으로 분석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주목한 건 '도루'였습니다. 설로웨이 박사는 "도루야 말로 야구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플레이"라며 "우선 도루는 부상 위험이 크다. 도루를 하다가 손가락이나 어깨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다. 또 도루에 성공하지 못하면 팀에 피해를 끼치게 된다. 2아웃에 도루를 실패하면 한 이닝 전체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도루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라면 당연히 동생이 더 도루에 적극적이겠죠? 이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형제 모두가 뛴 700명을 조사한 결과 역시 그랬습니다. 동생이 형보다 도루 시도 확률이 1.7배 높았던 것.
도루할 기회가 있을 때(그러니까 2루 주자가 없는 1루 주자 같은 때) 동생들은 0.093번을 뛴 반면 형들은 0.056번에 그쳤습니다. 형제가 같은 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때 이 차이는 동생 0.138번, 형 0.038번으로 3.6배 차이로 벌어집니다.
연구진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순서, 신체조건, 전체 야구 기량 등을 보정하면 이 차이는 10배로 벌어진다. 도루 성공 확률도 동생이 형보다 3배 정도 높다"고 결론 내립니다.
설로웨이 박사는 "전체적인 야구 실력을 놓고 볼 때 형이 잘한다, 동생이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동생들이 뛰어난 건 도루와 홈런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홈런 역시 위험 부담이 큰 플레이다. 단타를 많이 치는 타자보다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삼진을 더 많이 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추가 설명을 보고도 정말 태어난 순서 때문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설로웨이 박사는 확신에 찬 듯 보입니다. "야구 감독은 라인업을 짜면서 선수가 몇 째인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이번 연구 결과가 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지라 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어른이 돼서도 태어난 순서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분명히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