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버스터) 포지가 실수했다. 포수로 성공하려면 홈플레이트로 달려두는 주자와 충돌을 피하는 법 알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포지는 자리를 잘못 잡았다.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버티고 서는 건 정말 위험한 실수다. 4차선 고속도로 한 가운데 고장난 차를 세워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엔 조니 벤치가 입을 열었습니다. 벤치는 1960~1970년대 미 프로야구(메이저리그)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한 명포수 출신입니다. 그 유명한 신시네티 레즈 '더 빅 레드 머신' 일원으로 명예의 전당 멤버이기도 하죠.

사건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플로리다 말린스 경기. 12회초 6-6 동점 상황에서 플로리다 3루 주자 스코트 커즌스가 얕은 희생 플라이 때 홈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 사이 샌프란시스코 포수 포지가 공을 한번 더듬었습니다. 결과는 꽝.


이 충돌로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 포지는 올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왼쪽 다리가 부러졌거든요. 이에 대해 커즌스는 사과의 눈물을 보이며 "다리를 부러뜨릴 생각은 절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난 깨끗한 플레이를 했다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포지 팀 동료인 샌프란시스코 선수들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나 포지의 에이전트는 제프 베리는 생각이 달랐니다. 베리는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에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며 항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선수가 저리 쉽게 다치도록 내버려두는 건 정말 멍청한 짓"이라는 거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라이언 세이빈 단장 역시 흥분했습니다. 세이빈 단장은 "커즌스의 플레이는 악의적이고 불필요했다"며 "그가 다시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흥분한 건 자이언츠 팬들도 마찬가지. 팬들은 커즌스와 가족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족이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사는 데다 대학도 샌프란시스코대를 나온 커즌스는 요즘 정말 마음이 아플 겁니다. 보다 못한 포지가 "그를 비난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경기 후 그는 내게 계속 사과하려 했지만 병원에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을 뿐"이라며 편을 들고 나섰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는 '문제 없다'는 의견입니다. 벤치는 "포지는 공을 들고 있지 않았다. 공을 들고 있지 않을 때는 홈 플레이트를 열어둬야 한다. 그래야 주자가 (달려와 충돌하겠다고 마음 먹는 대신) 슬라이딩을 해 부상을 피할 수 있다"며 "몸무게가 220파운드(100kg)나 나가는 선수들이 육상 단거리 선수 스피드로 달려든다. 몸을 사리는 게 상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경기 구심을 맡은 조 웨스트(세계야구심판협회 회장)도 의견이 비슷합니다. 웨스트는 "포지는 공을 떨어뜨렸다. 그 공을 찾으려 하는 사이 커즌스가 달려들었다. 만약 공을 쥐고 있었다면 두 손을 모아 방어 동작을 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때 메이저리그 포수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였던 밥 분 역시 "처음에는 끔찍한 광경에 놀랐다. 그러나 리플레이를 보고 '아니, 포지가 왜 거기 서 있었을까. 포지가 부상을 자초했구나'하고 생각했다"면서 "플래그풋볼(신체 접촉 대신 허리춤에 찬 깃발을 빼앗으면 수비 성공을 인정하는 변형 풋볼 경기)만 한다면 부상 위험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그게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규칙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럼 가장 유명한 충돌 피해자 레이 포시 생각은 어떨까요? 포시는 풀타임 첫해이던 1970년 올스타전 때 피트 로즈와 충돌해 2류 선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충돌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홈플레이트 충돌로 손꼽힙니다.


포시는 "100년도 넘게 홈플레이트에서는 주자와 포수가 충돌했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포수를 보호해야 한다고?"라며 "주자의 존재 이유는 득점이다. 공을 든 포수가 길을 가로 막고 있으면 그대로 멈춰야 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우리 리그에서는 엄격한 선후배 문화 때문인지 이런 장면을 보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선수들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정당한' 플레이를 외면하는 게 과연 옳기만 한 일일까요? 그러니까 규칙을 바꾸든지 아니면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해야 하는 건지 저 역시 헷갈린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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