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봅슬레이 대표 일라나 마이어스 테일러가 겨울올림픽 역사상 개인 종목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습니다.
테일러는 41세 4개월 6일인 17일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여자 모노봅(1인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10 밴쿠버 대회 때부터 올림픽에 출전한 테일러는 2022 베이징 대회 때까지 은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날까지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이번 대회 1~4차 시기 합계 3분 57초 93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3차 시기까지는 라우라 놀테(28·독일)에 0.15초 뒤진 2위였지만 최종 4차 시기에서 0.04초 차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면서 4전 5기 끝에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전에는 벤야민 카를이 40세 3개월 23일에 이번 대회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정상을 차지한 게 기록이었습니다.
그전에는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선수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52)이 2014 소치 대회 혼성 계주에서 세운 40세 12일이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기록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다만 단체전까지 따지면 테일러가 겨울 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는 아닙니다.
로빈 월시(1869~1934·영국)가 첫 번째 겨울 올림픽인 1924 생모리츠 대회 때 54세 3개월 10일에 남자 컬링 금메달 멤버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생모리츠 대회를 제1회 겨울 올림픽으로 인정한 건 2006년이라 월시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세상을 떠났지만 말입니다.
여자 컬링에서도 에네테 노르베리(60)가 2010 밴쿠버 대회 때 스웨덴 여자 컬링 대표팀 멤버로 43세 4개월 13일에 금메달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2010 밴쿠버 대회 여자 봅슬레이에 출전했던 42명 가운데 이번 대회에도 출전한 선수는 케일리 험프리스(41)와 테일러 두 명입니다.
테일러도 이번 대회에 불참할 뻔했습니다.
고질인 허리 통증 등으로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으면서 '번아웃'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남편에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이제 끝"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노르웨이까지 날아 온 봅슬레이 선수 출신 닉 씨(39) 설득에 마음을 돌렸습니다.
닉 씨가 현재 퍼포먼스 코치로 일하고 있는 미국프로농구(NBA) 팀 샌안토니오 선수 한 명이 사정을 듣고 노르웨이행 비행기 티켓을 선물했습니다.

테일러 부부는 큰아들 니코 군(6)과 둘째 노아 군(4)을 키우고 있습니다.
두 아들 모두 청각 장애가 있고 큰아들은 다운증후군도 있습니다.
테일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많은 부모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두 아들은 이날 관중석에서 엄마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테일러는 "아이들에게 '봅슬레이', '챔피언' 같은 낱말을 수어로 알려주고 함께 연습했었다. 이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테일러가 21일 시작하는 2인승에서도 시상대에 오르면 남자부에서 금 4개, 은메달 2개를 딴 케빈 쿠스케(47)와 함께 올림픽 봅슬레이 최다 메달리스트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