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스노보드 맏형' 김상겸(37·하이원리조트)에게는 세상에 태어나서 보낸 1만3523일 중 최고의 하루였을 겁니다.
김상겸은 8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날 예선을 8위로 통과한 김상겸은 준결승까지 승승장구했지만 결승에서 베냐민 카를(41·오스트리아)에게 0.19초 뒤졌습니다.
스노보드 평행 종목은 예선을 통해 토너먼트 진출자를 가려낸 뒤 16강부터 일대일 대결을 펼쳐 이기는 선수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립니다.
김상겸은 2014 소치 대회 때부터 올림픽에 네 번 출전했으며 2018 평창 대회 때 15위가 이전 최고 성적이었습니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서 태어난 김상겸은 강원 평창군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봉평중 2학년 때 스노보드를 시작해 한국체육대에 진학할 때까지는 '엘리트 코스'를 질주했습니다.
그러나 김상겸이 대학을 졸업한 201년에는 스노보드 실업팀이 없어 호구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김상겸은 하이원리조트가 창단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짬짬이 '막노동'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느릴지 몰라도 포기하지 않는 선수"라고 평하며 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이날이 37세 9일인 김상겸보다 많은 나이에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 선수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전에는 진종오(47)가 36세 10개월 17일이던 2016년 8월 10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남자 50m 자유권총 금메달을 딴 게 기록이었습니다.
겨울 올림픽 이전 기록은 2022 베이징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 동메달리스트 이승훈(38)이 세운 33세 11개월 13일이었습니다.
단체전까지 포함하면 오진혁(45)이 39세 11개월 11일로 이 부문 1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진혁은 김우진(34), 김제덕(22)과 함께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김상겸의 은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1호 메달이자 한국 선수가 올림픽에서 따낸 400번째 메달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이날까지 여름올림픽에서는 메달을 320개, 겨울올림픽에서는 80개 차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주관 종목에서 따낸 메달은 두 개밖에 없습니다.
그전에는 '배추 보이' 이상호(31)가 2018 평창 대회 때 같은 종목에서 역시 은메달을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호는 이날도 6위로 예선을 통과하면서 메달 획득 전망을 밝혔지만 16강에서 안드레아스 프로메거(46)에게 0.17초 뒤져 탈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