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두산 사령탑에서 물러나기로 한 이승엽 전 감독. 뉴스1

이승엽(49) 감독이 결국 두산 지휘봉을 내려놓습니다.

 

두산은 "이 감독이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2일 발표했습니다.

 

두산은 1일까지 23승 3무 32패(승률 0.418)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무는 상태입니다.

 

이 감독은 2022년 10월 14일 두산과 3년 계약을 맺어 이번 시즌 종료 때까지 팀을 이끌 수 있었지만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두산은 3일 잠실 KIA전부터 조성환(49) 퀄리티컨트롤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기기로 했습니다.

 

인스타그램 @nangmanyakku

이 전 감독 재임 기간 두산은 '투마카세'(투수+오마카세) 맛집으로 통했습니다.

 

여러 가지 음식이 조금씩 나오는 오마카세(お任せ·맡김 차림)처럼 투수를 바꾸고 또 바꾸는 스타일로 마운드를 운용한다는 뜻입니다.

 

올해 3월 29일 잠실 삼성전을 투마카세 대표 사례로 꼽을 만합니다.

 

이날 두산은 이 경기 7회초에만 투수 교체 카드를 4장 꺼냈지만 8실점했습니다.

 

두산은 이 경기에 투수를 총 7명 투입하고도 결국 2-13으로 역전패했습니다.

 

기록 자체는 롯데가 1위

다만, 적어도 올 시즌에는, 이 감독이 투수를 많이 쓴 경기가 유독 많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날까지 10개 구단 감독이 한 경기에 투입한 투수는 평균 4.8명입니다.

 

두산이 리그 평균보다 많이 그러니까 투수를 5명 이상 투입한 건 58경기 중 35경기(60.3%)였습니다.

 

리그 평균(56.1%)보다는 높은 비율이지만 유독 튄다고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두산보다 △롯데(71.2%) △KIA(66.1%) △키움(62.3%)이 이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기록 자체는 롯데가 1위(2)

이 전 감독을 소위 '이닝 쪼개기' 전문가라고 부르기도 애매합니다.

 

이 전 감독이 올 시즌 한 이닝에 투수를 2명 이상 올린 건 35번입니다.

 

이 부문 1위 롯데(58번)와 비교하면 60.3% 수준인 리그 공동 5위 기록입니다.

 

한 이닝에 투수를 3명 이상 올린 횟수 역시 두산(10번)보다 롯데(11번)가 더 많습니다.

 

이 정도면 뭔가 느낌이 오지 않으십니까?

 

기록 자체는 롯데가 1위(3)

'좌우 놀이'에 제일 열심인 구단 역시 롯데였습니다.

 

롯데 구원 투수는 현재까지 총 981타자를 상대했는데 이 중 592번(60.3%)이 같은 손 = '왼손 투수 vs 왼손 타자', '오른손 투수 vs 오른손 타자' 매치업이었습니다.

 

이어 KIA가 57.2%로 2위, 두산이 56.3%로 3위였습니다.

 

새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때 같은 손 승부 비율 역시 △롯데 67.5% △KIA 61.0% △두산 60.0% 순서였습니다.

 

요컨대 ('프로야구 넘버스 북 2025'에 썼던 것처럼) 리그 최고 투마카세 요리사는 김태형(58) 롯데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태형 롯데 감독. 동아일보DB

다만 롯데는 팬들 사이에 '투수가 못 던지니 내릴 수밖에…'라는 공감대가 있다는 게 차이인지 모릅니다.

 

실제로 이날 현재 롯데 구원진 평균자책점은 4.90으로 리그 10개 팀 중 8위입니다.

 

이 사실을 고려하면 롯데가 7회 이후에 좀처럼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도 높게 평가받을 만합니다.

 

올 시즌 롯데가 7회까지 앞서던 경기를 내준 건 4월 6일 사직 두산전(12-15) 한 번밖에 없습니다.

 

반면 두산은 같은 상황에서 승리를 네 번 날렸으니 투마카세라는 네 글자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오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