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하는 기대도 없던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반전은 없었습니다.
사사키 로키(佐佐木郞希·24)도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31), 야마모토 요시노부(山本由伸·27) 뒤를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사사키는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기로 했다"고 18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렸습니다.
그러면서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나중에 야구 인생을 마치고 돌아봤을 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 "입단 기자회견에서는 지금까지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게임 달성 기록(만 20세 5개월 7일)을 남긴 사사키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건 나이와 프로 연차가 아직 기준 미달이기 때문입니다.
사사키는 '야구 나이'로 스물다섯 살이 되지 않은 데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기간도 6년이 되지 않습니다.
사사키는 2020년 신인 드래프트 때 전체 1순위로 지바(千葉) 롯데에 입단해 다섯 시즌을 보낸 뒤 구단 허락을 받아 태평양을 건너기로 했습니다.
이런 선수가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릴 때는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오타니 역시 니혼햄에서 5년만 뛰고 LA 에인절스에 입단할 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습니다.
국제 아마추어 FA라는 제도에 'FA' 꼬리표가 붙어 있는 건 신인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계약한다는 뜻입니다.
MLB 사무국은 대신 해마다 각 구단이 국제 아마추어 FA에게 쓸 수 있는 총액(보너스 풀)을 할당해 유망주가 특정 구단에 쏠리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보너스 풀은 기본적으로 '스몰 마켓' 구단은 많고 '빅 마켓' 팀은 적습니다.
15일 막을 올린 2025년도 국제 아마추어 FA 시장에서 보너스 풀이 가장 적은 구단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다저스입니다.
두 구단이 국제 아마추어 FA 계약에 쓸 수 있는 돈은 514만6200 달러로 마이애미 같은 스몰 마켓 팀 할당액 755만5500 달러와 비교하면 68.1% 수준입니다.
보너스 풀 | 구단 |
755만5500 | △디트로이트 △마이애미 △미네소타 △밀워키 △시애틀△신시내티 △오클랜드 △탬파베이 |
690만8600 | △볼티모어 △애리조나 △캔자스시티 △콜로라도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
626만1600 | △뉴욕 메츠 △〃 양키스 △보스턴 △샌디에이고 △시카고 컵스 △〃 화이트삭스 △애틀랜타 △워싱턴 △텍사스 △토론토 △필라델피아 △LA 에인절스 |
546만6200 | △세인트루이스 △휴스턴 |
514만6200 | △샌프란시스코 △LA 다저스 |
다만 각 구단은 트레이드를 통해 이 보너스 풀을 주고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60%가 상한선입니다.
다저스는 514만6200 달러의 60%인 324만9720 달러를 트레이드를 통해 이 보너스 풀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 각 구단은 보너스 풀 전체를 한 선수에게 전부 투자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사사키는 다저스에서 823만3920 달러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건 사사키가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제도를 통해 MLB 문을 두드렸다는 점입니다.
MLB 사무국에서 지난해 12월 10일 사사키를 포스팅 공시했기 때문에 23일까지는 계약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다저스 프런트도 바보는 아니니 지금보다 보너스 풀을 키우겠지만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현실적으로는 700만 달러를 넘은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지바 롯데가 이적료로 받는 돈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연도 | 승패 | 이닝 | 삼진 | 볼넷 | 피홈런 | 평균자책점 |
2022 | 9-4 | 129⅓ | 173 | 23 | 7 | 2.02 |
2023 | 7-4 | 91 | 135 | 17 | 1 | 1.78 |
2024 | 10-5 | 111 | 129 | 32 | 2 | 2.35 |
지바 롯데는 사사키가 처음 입단한 2020년에는 한 경기도 등판시키지 않았고 2년 차였던 2021년에도 11경기에만 내보내면서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사사키는 이후 3년 동안 속구 평균 시속 157.8km를 기록하면서 331과 3분의 1이닝을 평균자책점 2.06으로 막았습니다.
이 기간 삼진은 437개로 9이닝당 11.9개꼴, 볼넷은 72개로 9이닝에 2.0개꼴이었습니다.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지는 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건강하기만 하다면' 오타니나 야마모토에게 뒤지지 않는 투수였던 겁니다.
그런 점에서 MLB도 6인 선발 로테이션이 대세로 바뀌고 있다는 건 사사키에게 고무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