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프로야구 LG 선수단. 뉴스1

LG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경쟁균형세 상한액(샐러리캡) 규정을 위반한 구단이 됐습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각 구단이 2024년 몸값 상위 선수 40명에게 지급한 합계 금액을 집계해 18일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LG는 이들에게 총 138억5616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샐러리캡(114억2638만 원)보다 24억2978만 원 많은 금액입니다.

 

나머지 9개 구단은 전부 선수단 몸값 총액을 이 기준선 아래로 맞췄습니다.

 

올해 샐러리캡은 114억2638만 원

몸값 상위 40명을 따질 때는 신인과 외국인 선수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또 합계 금액에는 연봉뿐 아니라 옵션과 자유계약선수(FA) 연평균 계약금도 들어갑니다.

 

KBO는 지난해부터 샐러리캡을 도입하기로 하고 2021, 2022년에도 각 구단에서 같은 자료를 제출받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평균 금액의 1.2배를 '경쟁균형세 상한액'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이 상한액을 넘긴 구단이 한 팀도 없었습니다.

 

차명석 LG 단장. 동아일보DB

샐러리캡 규정을 처음 위반한 구단은 초과분 절반을 야구발전기금으로 내야 합니다.

 

이에 따라 LG는 12억1489만 원을 납부하게 됐습니다.

 

차명석 LG 단장은 "우승을 하려다 보니 (상한선을) 넘어서게 됐다. 한번은 넘겨도 된다고 (구단주께) 허락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상한선을) 넘지 않게 (선수단 몸값을) 맞췄다"고 덧붙였습니다.

 

2년 연속으로 상한선을 넘겼을 때는 초과분 100%를 내야 하고, 다음 연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선수가 9단계 하락합니다.

 

류현진과 함께 올해 프로야구 연봉킹 자리에 오른 LG 박동원. 동아일보DB

LG는 지난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FA 포수 박동원(34)을 4년 총액 65억 원에 영입했습니다.

 

한 시즌 전에는 FA 외야수 박해민(34)에게도 4년 총액 60억 원을 썼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기어이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후 올 시즌을 앞두고 오지환(34)과 6년 최대 124억 원, 임찬규(32)와 4년 최대 50억 원, 함덕주(29)와 4년 최대 38억 원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차 단장 설명처럼 정상에 도전하고 이후 '우승 보너스'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선수단 몸값이 올랐던 겁니다.

 

LG에 새 둥지를 튼 프로야구 FA 장현식(왼쪽)과 김인석 구단 사장. LG 제공

LG는 3위로 올 시즌 마친 후에도 장현식(29)을 4년 총액 52억 원, 김강률(36)을 '3+1년' 최대 14억 원에 영입했습니다.

 

내년부터 샐러리캡이 137억1165만 원으로 20%(22억8527만 원) 늘어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지갑을 더 열어도 된다고 판단했던 것.

 

KBO는 원래 내년까지는 샐러리캡을 114억2638만 원으로 유지하려고 했지만 '너무 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결국 올해 제3차 이사회를 통해 상한선을 높였습니다.

 

5년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몸값 상한제'로는 절대 선수 몸값을 낮출 수 없는 리그가 한국 프로야구입니다.

 

게다가 1000만 관중 시대를 맞아 다들 돈을 쓰고 싶다고 난리인데 몸값을 줄이라는 게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닐 테고 말입니다.

 

프로야구 키움 선수단. 동아일보DB

물론 모기업이 따로 없는 키움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키움은 올해 선수단 몸값 총액 56억7876만 원으로 9위 NC(94억7275만 원)와 비교해도 60.0% 수준이었습니다.

 

키움은 이 돈을 써서 58승(86패)을 올렸으니 1승당 약 9791만 원을 쓴 셈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1000만 관중 시대에도 이 정도가 적정 '시장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사가 잘된다'고 난리인데 선수에게 이미 받고 있던 돈을 줄이자고 하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단장이 '허락'만 받으면 돈을 더 써도 되는 리그인데 선수들이 이렇게 많이 받는다고 프로야구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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