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에 등극했습니다.
LG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안방 경기로 열린 2023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KT를 6-2로 물리쳤습니다.
LG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 1패를 기록하면서 5경기 만에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했습니다.
LG는 그러면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지 41일 만에 통합 챔피언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거의 30년 만에 한국 챔피언이 됐지만 LG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모드입니다.
염경엽(55) LG 감독은 "이제 시작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달리겠다"고 말했습니다.
LG 주장 오지환(33)도 "우리는 분명히 왕조 시기를 누릴 것"이라고 거들었습니다.
오지환은 이날 기자단 투표에서 93표 중 80표(86.0%)를 받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혔습니다.
스포츠에서 왕조(dynasty)라는 건 관용적으로 쓰는 말이라 정확한 정의가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보통은 쓰리핏(three-peat) 그러니까 3년 연속으로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했을 때 왕조라는 표현을 씁니다.
프로야구에서 이에 해당하는 팀은 1986~1989년 한국시리즈 4연패에 성공한 해태(현 KIA)와 2011~2014년 같은 기록을 남긴 삼성밖에 없습니다.
삼성 왕조 이후 9년 동안에는 3연패는 물론 2연패를 차지하는 팀을 만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를 차지한 건 2015, 2016년 챔피언 두산이 마지막입니다.
이후 2017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해마다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바뀌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전까지는 1998~2003년까지 6년간 해마다 챔피언이 바뀐 게 최장 기록이었습니다.
연도 | 우승팀 | 감독 | 리더십 |
2015 | 두산 | 김태형 | 뚝심 리더십 |
2016 | 두산 | 김태형 | 뚝심 리더십 |
2017 | KIA | 김기태 | 동행 리더십 |
2018 | SK | 힐만 | 존중 리더십 |
2019 | 두산 | 김태형 | 뚝심 리더십 |
2020 | NC | 이동욱 | 형님 리더십 |
2021 | KT | 이강철 | 경청 리더십 |
2022 | SSG | 김원형 | 준비된 리더십 |
해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언론 매체에서는 '이 감독 리더십이 이렇게 뛰어나다'고 상찬(賞讚)하기 바빴지만 유효 기간이 딱 1년이었던 겁니다.
팀을 한국시리즈 챔피언으로 이끌었다는 건 감독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로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주 이상한 일이라고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팀 사령탑 가운데 여전히 그 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건 2021년 챔피언 KT 이강철(57) 감독뿐입니다.
연도 | 구단 | 기대 승률 | 전임 | 후임 |
2019 | 키움 | .644 | 장정석 | 손혁 |
2020 | LG | .642 | 류지현 | 염경엽 |
1986 | 삼성 | .611 | 김영덕 | 박영길 |
피타고라스 승률을 기준으로 하면 팀 전력을 가장 탄탄하게 구축한 상태에서 감독석을 비워야 했던 건 2019년 키움(.644) 사령탑이던 장정석(50) 감독이었습니다.
장 감독이 자리를 내놓은 건 당시 구단 내 권력 변동 때문이었지 뒷돈 요구나 지휘력에 물음표가 따라다녔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다음이 바로 지난해 LG(.642) 지휘봉을 잡았던 류지현(52) 감독입니다.
염 감독으로서는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했던 2018년 SK(.564)보다 더 좋은 팀을 물려받은 셈입니다.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를 갖춘 2015년부터 한국시리즈 우승 이듬해 피타고라스 승률이 올라간 건 2015년 두산과 2019년 SK뿐입니다.
두 팀은 정규리그 1위 팀을 꺾고 우승했다는 그러니까 '업셋'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 통합 우승 팀은, 이미 전력이 정점을 찍은 이후라, 피타고라스 승률이 내려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2020년 NC도, 올해 LG와 똑같이, 피타고라스 승률 .608을 기록했지만 2021년 .503으로 내려왔습니다.
2015년부터 7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두산은 왕조는 몰라도 '명가'로는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2015년 두산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내국인 선수 평균 나이(27.7세)가 가장 적은 팀이었습니다.
이듬해에는 홍성흔(당시 41)이 빠지면서 표준 편차(3.1세)도 최소치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두산은 '유망주 집단'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올해 LG는 평균 나이(29.1세)는 최저 4위, 표준 편차(4.7세)는 최고 3위 팀입니다.
올 시즌에 한정하면 신구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뜻이지만 왕조로 가는 길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대목입니다.
염 감독이 "매년 어린 선수들을 한두 명씩 더 키워낸다면 지속적인 강팀으로갈 수 있다"고 강조한 것 역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LG는 이제 젊은 선수를 가장 잘 키우는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 목표가 아주 불가능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종합하자면 2010년대 중후반 이후 한국 프로야구는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혼란기를 틈타 제9 구단 NC와 제10 구단 KT까지 모두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29년 만에 우승 한을 푼 LG가 과연 앞으로 천하통일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 응원팀) 롯데는 도대체 언제쯤 되어야 우승이라는 걸 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