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가 출범 43년 만에 드디어 한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습니다.
15일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광주 2만5000명 △문학 2만3000명 △사직 2만2758명 △창원 1만826명 네 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7만7084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올 시즌 671경기를 치른 이날 현재 총관중은 1002만2758명이 됐습니다.
이전에는 2017년 세운 840만688명이 최다 기록이었습니다.
한 시즌에 900만 관중이 몰린 적도 없는데 올해 바로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젖힌 겁니다.
올해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운 건 지난달 18일이었습니다.
당시 기준 874만5664명이었던 총관중 숫자는 28일 만에 127만7094명이 늘었습니다.
원래 프로야구에서 8, 9월은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데도 경기당 평균 1만3032명이 찾은 겁니다.
현재까지 △LG 128만1420명 △삼성 127만5022명 △두산 119만821명 △KIA 117만7249명 △롯데 111만1813명 △SSG 106만3014명 등 프로야구 10개 구단 가운데 6개 구단이 안방 경기에 관중 100만 명 이상을 끌어모았습니다.
이전에는 2017년에 △LG 113만4846명 △두산 109만4829명 △롯데 103만8492명 △KIA 102만4830명 등 4개 구단이 100만 관중을 돌파한 게 최다 기록이었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돈도 몰리게 마련.
이날까지 전체 입장 수익은 1478억3595만 원입니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 1200억 고지 정복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1500억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요컨대 누군가 '프로야구는 전성기가 언제였나요?'라고 묻는다면 '바로 올해'라고 답하는 게 정답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전성기를 맞은 이유로 '20대 여성 덕분에 관중이 늘어서'를 앞세우고 싶어 합니다.
그게 일단 '있어 보이는' 그러니까 '섹시한' 해석인 건 사실.
그런데 야구가 인기를 끌 때마다 젊은 여성 관중이 늘어 그렇다고 풀이하는 건 1970년대 고교야구 전성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입니다.
거듭 말씀드리듯 이런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이야기도 물론 아닙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1000만 관중 달성을 설명하기에는 2% 부족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KBO는 7월 2~9일 도대체 올해 왜 관중이 늘었는지 알아보는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야구장에 처음 와봤다'는 답변이 20대에서 가장 많이(31.4%) 나온 건 사실입니다.
다만 야구장에 처음 와본 이들 가운데는 남성(51.4%)과 여성(48.6%)이 고르게 섞여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야구장에 가본 적 있다'는 답변은 남성(62.8%)이 여성(37.2%)을 앞섰습니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전체 관객 10명 중 9명(89.2%)이 '집토끼'였다는 점입니다.
KBO 조사 결과를 가지고 계산하면 전체 관중 가운데 남성이 61.6%, 여성이 38.4%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해마다 펴내는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이전에 관중이 가장 많았던 2017년에는 남성이 57.9%, 여성이 42.1%였습니다.
그다음으로 많았던 2016년에는 남성 57.1%, 여성 42.9%였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이 프로야구 관중 숫자에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인 건 맞지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논할 때는 남성 관중이라는 상수도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남성 관중이 늘어난 게 이상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갤럽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 30대 남성 가운데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해 26.7%에서 올해 40.3%로 올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난해 프로야구가 당시 기준으로 역대 3위, 현재 기준으로 4위에 해당하는 관중 810만326명을 불러 모았다는 점입니다.
역시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 야구장을 찾은 관중 4명 중 3명(74.4%)이 여성이었고 그중 3분의 2에 가까운 48.3%가 20대(35.3%) 또는 30대(13%)였습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여성 관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남성 관중이 힘을 보태면서 관중 숫자가 폭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KBO 조사에서도, 남성이 62.8%를 차지하는, 기존 야구팬 가운데 40.5%가 예년보다 관람 빈도가 늘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곧잘 인용하는 논문 '빅데이터로 본 한국프로야구 관중의 소비감정'은 △프로야구 자체가 주는 재밋거리 △야구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유희적 요소 △주류문화의 향유와 과시적 표현에 주목합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최하위 팀 키움도 승률 0.425(57승 77패)를 기록할 정도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KBO 조사에서 관람 빈도가 늘어난 이유로는 '응원 문화가 재미있어서'(49.3%)를 꼽은 팬이 가장 많았습니다.
인구가 5100만 명 정도 되는 나라에서 현장에만 1000만 명이 찾는 이벤트는 '주류'라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은 이야기일 겁니다.
이런 모든 요소가 한 데 어울려 1000만 관중을 달성한 것이지 그저 '20, 30대 여성 덕분'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쉬운 결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