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역시 예상 그대로였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은 후지카와 규지(藤川球兒·44) 특별보좌역이 차기 1군에 취임한다고 14일 알렸습니다.
후지카와 신임 감독은 제프 윌리엄스(52), 구보타 도모유키(久保田智之·43)와 함께 'JFK 트리오'를 이뤘던 한신 OB입니다.
지난해부터 한신을 이끈 오카다 아키노부(岡田彰布·67) 감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두고 있던 3일 '용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 뒤로 후지카와 감독이 한신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게 퍼진 상태였습니다.
오카다 감독은 15년 만에 다시 한신 지휘봉을 잡은 지난해 팀을 니혼이치(日本一)로 이끌었습니다.
한신이 일본시리즈 정상을 밟은 건 오카다 감독이 팀 주장이었던 1985년 이후 38년 만이었습니다.
한신은 올해도 74승 6무 63패(승률 .540)를 기록하면서 센트럴리그(CL) 2위로 시즌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12, 13일 안방 한신 고시엔(甲子園) 구장에서 열린 CL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 스테이지에서 3위 DeNA에 연달아 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사실 사령탑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둔다면 한신이 한신이 아니었을 겁니다.
오카다 감독은 2004~2008년에 이어 2023, 2024년까지 총 7년 동안 한신 지휘봉을 잡았습니다.
오카다 감독 체제에서 한신은 552승 29무 423패(승률 .566)를 기록했습니다.
지금까지 한신 지휘봉을 잡았던 28명 가운데 오카다 감독보다 팀에 승리를 많이 안긴 사령탑은 없었습니다.
한신 팬들은 퍼스트스테이지 2차전이 DeNA 쪽으로 기울자 오카다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문구를 펼쳤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서는 오카다 감독 선수 시절 응원가가 울려 퍼지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오카다 감독이 그라운드를 돌면서 팬들에게 답례할 거라고 예상한 게 당연한 일.
그런데 오카다 감독은 어떤 인사도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이에 대해 아와이 가즈오(粟井一夫·60) 사장은 취재진에게 "오카다 감독 컨디션이 좋지 않아 팬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들이 "조금 전까지 더그아웃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무슨 말씀이냐"고 항변했지만 아와이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시즌 종료 다음 날 하던 구단주 보고와 퇴임 기자회견도 보류하겠다"면서 "오카다 감독 컨디션이 우선이라는 게 구단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는 당연히 '어른의 사정'이 따로 있게 마련.
한신 구단 모기업인 한신전기철도는 2006년 '무라카미(村上) 펀드 사태'를 겪으면서 경영 위기에 빠집니다.
그리고 결국 경쟁 관계였던 한큐(阪急)전철에서 이 회사 주식을 사들이면서 한신전철은 한신한큐홀딩스 자회사가 됐습니다.
한큐전철 역시 1936년부터 1988년까지 프로야구 팀 브레이브스(현 오릭스)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회사.
이를 달리 말하면 한큐전철에서 한신 구단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재미있는 건 한큐전철에서 구단 운영에 개입한 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맺었다는 점입니다.
2019년부터 한신을 이끌었던 야노 아키히로(矢野曜大·56) 전 감독은 2022년 스프링캠프 시작 하루 전날 '시즌 종료 후 결과어 관계없이 자리를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스포츠닛폰에 따르면 한신철도는 야노 감독 후임으로 히라타 가쓰오(平田勝男·65) 당시 2군 감독을 밀었습니다.
그러나 스미 가즈오(角和夫·75) 한큐한신홀딩스 회장은 이 '한신안(案)'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스미 회장이 그 대신 지휘봉을 맡기기로 한 인물이 바로 오카다 감독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이런 이유로 오카다 감독은 처음 팀을 맡을 때부터 2년 뒤에는 물러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1957년생인 오카다 감독이 당장 이번 시즌에 우승했더라도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게 됐을 테니 이 약속이 아주 이상하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 약속에는 오카다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는 구단 프런트에 자리를 마련해주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를 맡게 될지는 모르지만 오카다 감독은 실제로 내년부터 구단 프런트로 자리를 옮길 예정입니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벌어진 일은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신이 바로 다음 날 후지카와 감독 선임 사실을 발표했다는 건 이제 감독 선임권이 다시 한신철도로 넘어왔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지카와 감독은 메이저리그(MLB) 무대까지 경험한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지만 지도자 경험은 전무합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한신이 또 한신했다'는 말이 나오기 딱 좋은 상황인 것.
스포츠닛폰 기사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팬 관점에서는 뒤에 있는 게 한신이든 한큐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두 회사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걸 보지 않으려면 승리가 필요하지만, 늘 그랬듯, 아마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