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최고 속구'를 던진다던 후지카와 규지(藤川球兒·35·사진)가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게 됐습니다.
산케이(産經)스포츠는 1일 "후지카와가 시코쿠(四國) 아일랜드 리그 소속 고치(高知) 파이팅 독스에서 뛰게 됐다"며 "3년 만에 일본에 복귀하는 후지카와가 선택한 건 고향에서 재출발"이라고 1일 보도했습니다. 후지카와는 8일 고치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입니다.
2013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후지카와는 지난달 24일 텍사스에서 전력외 통보를 받은 끝에 방출 조치 당했습니다. 그 뒤 영입 제안을 받은 구단이 있었지만 일본 복귀를 선택했다는 게 후지카와 측 설명입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1승 1패 2세이브.
후지카와는 19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를 받아 한신(阪神)에 입단한 뒤 2012년까지 줄곧 한신에서만 뛰었습니다. 오승환이 한신에 입단하기 전까지 '한신의 수호신'이 바로 후지카와였죠. 후지카와는 한신에서 562경기에 등판해 42승 25패 220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220세이브는 구단 최다 기록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한신 쪽에서도 영입 제의를 했을 터. 요미우리(讀賣) 신문에 따르면 한신에서 계약 조건을 제시했지만 이날(1일) 오전 거절 의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현재 한신 불펜은 마무리 투수에는 오승환(33)이 자리잡고 있고, 셋업맨 자리 역시 후쿠하라 시노부(福原忍·39)가 건재하기 때문에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이 신문 분석.
사카이 신야(坂井信也) 한신 구단주는 니칸(日刊)스포츠 인터뷰에서 "(후지카와를 영입하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좀처럼 진심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신과 후지카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건 역시 기용법 때문. 후지카와는 선발 투수로 뛰고 싶어 하지만 한신에서는 비현실적인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단 독립리그에서 뛰기로 마음 먹은 후지카와는 "2년 전 토미존(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기 전까지 공을 던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활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투구 거리를 조금씩 늘리면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나를 응원해주고 키워준 사람들이 있는 고향 고치에서 야구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 이곳에서 미래 슈퍼스타가 될 기회를 가진 아이들에게 내가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꿈을 이루게 돕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후지카와는 일단 고치에서 1주일에 한번 선발 등판할 계획입니다. 그 뒤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기구(NPB) 보류 선수 등록이 끝나는 7월말까지 프로 구단에 복귀하는 게 목표. 만약 올 시즌 복귀에 실패하면 후반기에도 고치에서 뛰면서 내년 시즌을 계획한다는 방침입니다.
▌8일 기자회견 내용 추가
후지카와는 8일 고치 시내 호텔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스포츠호치(報知) 보도에 따르면 후지카와는 고치 구단과 연봉 0원에 계약을 맺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등판한 경기 입장료 수익 10%를 고아원에 기부하는 내용도 계약에 들어 있습니다.
등번호 11번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후지카와는 "나와 아내 고향인 고치에 돌아와 기쁘다. 고향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게 됐다. 나도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등 고향 생활을 즐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고민은 크게 하지 않았다. 새로운 야구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최고 선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연봉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구단 생활에 크게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구단은 "후지카와는 자유롭게 훈련하며 등판을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본문에 쓴 것처럼 프로야구 진출 포석이죠. 후지카와는 "내 공이 프로야구에 통할 수 있게 되면 다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후지카와는 20일 열리는 유료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고향 팬들에게 복귀 신고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