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고 '호타준족'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오타니는 사흘 전 MLB 역사상 처음으로 50홈런-50도루 클럽을 개설했습니다.
다만 '호타준족 지수' 그러니까 파워-스피드 지수(PSN·Power Speed Number)로는 지난해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7)에 여전히 뒤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22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경기에서 54호 도루를 성공시키면서 아쿠냐 주니어를 넘어섰습니다.
PSN은 세이버메트릭스(야구 통계학)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지표로 홈런과 도루의 '조화평균' 값입니다.
우리는 보통 모든 값을 더한 다음 전체 개수로 나눠서 평균을 구합니다.
통계학에서는 이런 평균을 '산술평균'이라고 부릅니다.
이외에도 경우에 따라 기하평균이나 조화평균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조화평균을 쓰는 대표 사례는 '평균 속력'입니다.
자동차로 120km를 달릴 때 맨 처음 60km는 시속 30km, 나머지 60km는 60km로 달렸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이때 평균 속력은 시속 45km( = (30 + 60) ÷ 2)일까요?
중학교 과학 시험 문제를 이렇게 풀었다가는 틀리기 십상입니다.
'속력 = 거리 ÷ 시간'이니까 '시간 = 거리 ÷ 속력'입니다.
시속 30km로 60km를 가는 데는 2시간, 시속 60km로 60km를 가는 데는 1시간이 걸립니다.
120km를 가는 데 3시간이 걸렸으니까 평균 시속은 40km가 나옵니다.
숫자가 두 개 있을 때 조화 평균을 계산하는 아래 공식에 30과 60을 넣어보면 40이 나옵니다.
이를 홈런과 도루에 적용해 보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케텔 마르테(31·애리조나·35홈런-7도루)와 호세 알투베(34·휴스턴·22홈런-20도루)는 '홈런 + 도루' 개수가 42개로 같습니다.
그래서 산술평균을 계산하면 21이 나오지만 조화평균은 마르테 11.7, 알투베 21.0으로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호타준족이라는 관점에서는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알투베가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홈런과 도루 개수가 똑같을 때는 그 숫자 자체가 PSN이 됩니다.
따라서 오타니가 50홈런-50도루 클럽을 개설했을 때 PSN은 당연히 50이었습니다.
그러다 오타니가 21일 경기까지 52홈런-53도루를 기록하면서 아쿠냐 주니어(52.5)와 동률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22일 경기에서 54호 도루를 성공시킨 데 이어 홈런과 도루를 각 한 개씩 추가하면서 시즌 PSN을 54.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장타력은 홈런, 주루 플레이는 도루 개수만으로 따지는 게 적확한 방식인지 의문이 남는 건 사실.
그래도 11년 전(헉!) 한국 프로야구 타자를 대상으로 정리했을 때처럼 MLB에서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린 선수가 줄줄이 등장하는 게 사실입니다.
결국 실패하긴 했지만 오타니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홈런과 3루타 동시 1위를 노릴 정도로 '준족'으로 평가받을 만한 선수였습니다.
MLB 진출 후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하지 못한 것도 팀당 60경기만 치른 2020년뿐입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타격에만 전념하고 있는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한 시즌 최다 도루가 26개(2021년)였던 선수가 두 배도 넘는 도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PSN 상위 20위 가운데 올해 오타니보다 도루가 많은 선수도 네 명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오타니가 시즌 내내 마운드에만 오른다면 또 어떤 기록을 남기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