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조사 결과가 드디어 나왔는데 늦어도 너무 늦게 확인했습니다.
다행인 건 지난해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제 바닥을 쳤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것.
'프로야구에 대한 여론조사'를 해마다 실시하는 한국갤럽에서 2024년 조사 결과를 지난달 28일 공개했습니다.
이 여론조사 업체는 지난달 26~2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프로야구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거나 없는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많이 있다'(20%), '약간 있다'(19%)를 합쳐 39%가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가장 높은 기록입니다.
같은 조사 기준으로 2020년 41%였던 관심도는 △2021년 34% △2022년 31% △2023년 32%로 내려갔다가 올해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반대로 관심이 없다는 답변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59%로 줄었습니다.
20대 관심도가 △2022년 18% △2023년 21% △올해 30%로 3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그리고 올해 20대 이하 남성 관심도가 37%로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2020년(34%)을 넘어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건 한국 프로 스포츠 경기장이 기본적으로 여성 관중이 더 많은 곳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해마다 펴내는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는 전체 관중 가운데 56.6%가 남성이었습니다.
그러다 관중이 예전처럼 경기장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된 첫해이자 현재 가장 최신 자료인 2022년 기준으로는 여성 팬이 55.3%가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 (그리고 거의 모든 나라) 스포츠 리그에서 '여성 팬이 늘어났다'는 건 그 리그가 잘 나가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러니까 프로야구가 지난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관중이 몰리면서 사상 최초로 1000억 원이 넘는 입장 수익을 올린 데는 이미 여성 팬 증가 현상이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20대 남성 관심도까지 올라온다면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급' 흥행 기록을 쓸 수 있을지 모릅니다.
6일까지 열린 프로야구 60경기를 찾은 관중은 평균 1만4404명(총 86만638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1202명(총 67만2139명)보다 28.6%가 늘었습니다.
만약 현재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올해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처음으로 9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2년 전만 해도 '망했다, 망했다' 이야기가 나오던 리그에 언제 그랬냐는 듯 봄바람이 불고 있는 것.
물론 프로야구는 시즌은 길고 긴 데다 도중에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리그이기에 갑자기 찬 바람이 불 수도 있습니다.
아, 올해 한국갤럽 조사에서 선호도 1위에 오른 팀은 롯데였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는 10%, 프로야구 관심층 가운데서는 16%가 롯데를 가장 좋아하는 팀으로 꼽았습니다.
롯데가 이 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팀으로 꼽힌 건 2017년 이후 7년 만입니다.
두산에서 명장으로 평가받은 김태형 감독이 새로 팀 지휘봉을 잡게 된 것도 이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롯레발'처럼 무서운 게 없는 법. 롯데는 올해도 안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