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Vs.   
 
이번 시즌 AL 최고 돌풍팀은 단연 시카고 화이트삭스였습니다. 시즌 초반만 해도, 반짝 성적일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즌 막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추격을 끝끝내 뿌리치며 AL 중부지구 단독 1위 자리를 굳게 지켜냈습니다. 그렇게 맞이한 디비전 시리즈, 상대는 디펜딩 챔스 보스턴 레드삭스. 소위 '양말전쟁'.
 
하지만 디펜딩 챔스 역시 이들의 돌풍을 잠재우지 못하고, 3연패를 당하면서 시리즈 스윕이라는 불명예로 시즌을 마감해야했습니다. 거꾸로 보스턴으로서는 오리올스를 누르고 계속해서 수성해 오던 지구 1위 자리를 시즌 마감 하루 전, 최종적으로 양키스에게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토론토와의 시리즈를 5할 승률로 가져간 게 그 원인이었겠죠. 결국 시즌 최종일이 되어서야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부담이 있었던 시즌 막판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시즌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성공은 소위 '스몰볼'의 영향이라는 평이 일반적입니다. 이는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팀별 희생번트 숫자를 보면, 53개로 AL 전체 1위에 올라 있습니다. 물론 투수들이 타석에 들어서는 NL에 비하면 많은 숫자라고 볼 수는 없지만, 2002 시즌 이후 AL 최다 번트 1-2위 간의 기록이 2개 정도 차이였던 데 비해, 이번 시즌 2위팀 로열스와의 차이는 7개, 두드러진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팀은 199개의 홈런으로 MLB 전체 팀 홈런 순위 5위, AL 4위 팀이고,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는 보스턴의 196개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한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었다는 얘기죠. 그리고 이렇게 잠재된 홈런포의 무시무시함은 1차전을 통해 그대로 드러납니다.
 
 
#1차전
 
1회말에 터진 A.J. 피어진스키의 홈런을 시작으로, 폴 코노커(3회), 후안 유리베(4회), 스캇 포세드닉(6회), 그리고 다시 8회 A.J. 피어진스키가 경기 2번째 홈런을 몰아치며 14대 2, 12점 차의 화끈한 승리를 이끌어 냅니다. 홈런 2방을 터뜨린 피어진스키는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한 경기 2홈런을 기록한 역사상 5번째 포수로 기록되고, 스캇 포세드닉은 정규 시즌에서 단 하나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하는 진기록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2차전
 
2차전 역시 끝끝내 경기를 뒤집은 원동력은 타다히토 이구치 선수의 홈런이었습니다. 4:2로 추격한 상황에서 좌월 홈런을 뽑아내며, 선행 주자 2명까지 불러 들이며 경기를 5:4로 뒤집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이번 시즌 홈런 15개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광경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이 홈런으로 '부머' 데이빗 웰스 선수 패전을 기록하게 되고, 시리즈는 2-0으로 시카고 화이트 삭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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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
 
하지만 이제 경기는 보스턴의 홈 구장, 펜웨이 파크로 옮겨져 치러지게 돼 있었고, 보스턴은 홈에서 54승 27패, 승률 .666의 강점을 보이는 팀이었습니다. 게다가 2년전 오클랜드와의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초반 2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 내리 3연승,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전례를 기록한 역사도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 ALCS에서의 리버스 스윕 역시 무시못할 사실이었습니다. 뉴 잉글랜드 주민들의 기대는 그리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역시 보스턴은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벽을 넘지 못했고, '양말전쟁'의 승리팀은 결국 시카고 화이트 삭스로 결정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역시 결승타로 기록된 것은 코노커 선수의 홈런이었습니다. 2:2 동점이던 6회초 시카고의 공격, 선두 타자 저메인 다이 선수가 볼넷으로 걸어 나갑니다.  펜웨이 파크의 명물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홈런을 작렬, 팀에게 2점차 리드를 안기며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 선수를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9회초 다시 한점을 뽑아 내며, 결국 5대 2, 석 점차 승리. 시카고는 일찌감치 디비전 시리즈를 끝내 놓고, ALCS 파트너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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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레드삭스는 지난 해 챔피언의 위용을 지키기 못하고 포스트 시즌에서 조기 탈락하는 아픔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간략하게 오프시즌 동안 보스턴 레드삭스의 행보를 예측해 보자면, 우선 FA로 풀리는 '교주님' 자니 데이먼 선수와의 계약이 어떻게 되느냐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겠습니다. 시즌 내내 중견수 문제로 골머리를 썩은 '양키스'가 입질하고 있다는 소문이 꾸준히 도는 가운데, 팀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또한 새로운 에이전트 영입이 팀 이적의 전주곡이 아니냐는 소문이 흘러 나오고 있는 매니 라미레스의 움직임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팀에서도 여러 차례 매니를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인 전례가 있는 만큼 관심이 가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즌 내내 골머리를 썩인 불펜 문제 역시 어떤 식의 보강 작업이 전개될지 주목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제 레드삭스는 2005 시즌을 마무리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ALCS에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레드삭스는 오프시즌 동안 전력 보강을 통해 다시 챔피언의 자리를 노릴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선전을 계속 기대해 봅니다. 1993년 이후 13년만에 오른 챔피언십 시리즈인 만큼, 정말 멋진 승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ALCS에서 시카고 화이트 삭스의 파트너 후보인 양 팀은 현재 2승 1패로 에인절스가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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