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투/타를 묶어서 그냥 선수편으로 쓰려고 했습니다만, 쓰다 보니 길어질 듯 해서 타자와 투수를 구분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05 시즌 현대의 자랑 서튼 선수가 포함된 타자편부터 씁니다.
이번 시즌 현대의 공격은 서튼 혼자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장타율과 홈런, 타점은 리그 1위이기도 하다. 그밖에 OPS(GPA), RC, RC/25, XR, XA, SecA, BR, RCAA 등 각종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리그 최정상급의 활약을 펼쳐 보였다. 게다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보여준 선행, 출국에 앞서 구단 직원들에게 일일이 쓴 편지 등, 친절함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다만 아쉬운 건 7,8월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튼에게 의존도가 높았던 공격 역시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졌다. 덕분에 현대는 4강 도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여전히, 현대엔 친절한 서튼 씨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5승 정도는 순전히 서튼 씨 혼자의 몫이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겠지만, '기록상' 팀내 No.2 타자는 송지만이다. 물론 득점권 타율이라든지 클러치 능력이라든지 하는 게 어떤 선수의 특성이라서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야구의 그 어떤 기록보다도 쉽사리 경향 변화가 큰 게 바로 이 기록이다. 하지만, 이런 말로 설명을 하기에 이미 송지만은 너무도 많이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득점권에 약하고 강한 게 문제가 아니다. 야구엔 필요없는 점수가 있다는 걸, 정말 필요없는 홈런도 또 2루타도 있다는 걸 너무 자주 보여준 게 문제다. 화장실 소문 같은 게 도는 한, 그는 결코 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뢰를 얻는 길은 딱 하나,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팀을 떠난대도, 전혀 아쉽지 않은 선수다. 그는 더 이상 '00년 레벨의 타자가 아니다.
사실 정성훈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더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18개의 실책은 그 수치가 문제라기보다 타이밍이 아쉬운 순간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7월 30일 문학 원정 경기에서의 실책은 너무도 뼈아팠다. 그밖에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현대 팬들 사이에서 3루에 소금 좀 뿌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괜히 나돈 게 아니었다. 물론 수비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물론 ZR, UZR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측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수비 포지션 가운데 2, 3, 유격수의 수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A/(A+E)라는 단순한 계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결과를 ZR과 비교해 보면 0.8 이상의 제법 높은 설명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루수의 경우 .86 정도 수준이다. 이렇게 이번 시즌 수비 기록을 구해 보면, 정성훈이 기록한 .822의 수치는 단연 주전 3루수 가운데 최하위다. 동계 훈련이 부족한 탓이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캡틴, 오 마이 캡틴 이숭용 선수는 6월 6일까지 1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서튼 선수가 15개로 치고 올라오며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이후 서튼 선수는 20개의 홈런을 더 기록한 반면, 이숭용 선수는 단 한 개의 홈런도 추가하지 못했다. 단지 홈런뿐이 아니었다. 5월말까지 그는 리그 평균에 비해 12점이나 더 창출해 낸 타자였다. 시즌 전체는 석 점에 그쳤으니 나머지 기간 동안 9점을 잃은 셈이다. GPA .340이던 타자가 .190으로 떨어졌다. 경기당 6.92점을 뽑을 수 있던 타선이 2.37점밖에 못 뽑는 타선으로 변했다. 기타 등등 이날을 기준으로 너무도 달라졌다. 그만큼 초반의 분위가 좋았다. 거꾸로 그래서 그 이후의 성적이 너무도 아쉽다. 신혼 후유증이 너무 뒤늦게 나타난 걸까? 홈런왕 안 해도 좋으니, 건강하게 한 시즌 본연의 역할을 다 해주는, 중거리포로 중심을 꽉 잡아주세요! 까짓 30% 깍인 거 130%로 다시 받으면 되는 거죠, 뭐. (지상렬 버전) 숭용아, 가자!
초반 돌풍하면 이숭용 선수와 더불어 '채거포' 채종국 선수를 꼽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채 선수의 4월 타격라인은 .294/ .384/ .506에 5홈런 12타점이었다. 그리고 유격수였다. 5월에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5월까지의 타격라인은 .274/ .361/ .446에 8홈런 25타점. 여전히 솔리드했다. 그리고 유격수였다.(2) 무엇보다, 그 홈런. 어떤 홈런인지 설명 안 해도 될 그 홈런. 현대 팬들 사이에선 마이클 영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부상이 컸다. 플라이타구를 부지런히 따라다가 원정팀 불펜에 쓰려졌던 그 부상. 이후 그는 .201/ .279/ .259라는 초라한 타격 라인으로 돌아섰다. 홈런은 하나밖에 추가하지 못했고, 타점 역시 11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6월 16일 이후, 그의 포지션은 2루수였다. 물론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내야 선수층의 두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었다. 수비하다 다쳐도 사사구를 맞아도 대안이 없었다.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나야 한다. 야수진 가운데 유일하게 태국 재활 훈련에 참여했다. 수술이 원인이겠지만, 그만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마저 없다면, 우리 내야는 상상할 수가 없다. 거포 안 해도 좋으니, 2루에서 솔리드한 수비, 그리고 깨소금 같은 타격만 보여주길.
이어서 채종국 선수와 함께 현대의 키스톤 콤비를 맡은 서한규 선수. 좋은 말로 유틸리티 플레이어, 나쁜 말로 만년 후보 선수이던 서 선수는, 이번 시즌 어떤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시즌 주전 선수로 거듭나며 자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서한규 선수의 경우 이번 시즌 출장 경기의 3/4 이상을 9번 타자로 출장했다. 비록 시즌 막판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는 데는 실패했지만, 타석당 4.12개의 볼을 보면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는 팀 내에서 서튼(4.17), 정성훈(4.13)에 이은 3위 기록이다. 여기에는 타석당 0.74개의 파울볼을 날린 영향이 컸는데, 이는 팀내 1위 기록이다. 확실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9번 타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타격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대는 팀 공격의 특성상 안정적인 번트를 댈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된다. 그런 점에서 5월 4일 경기를 비롯, 번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건 다소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건 선수의 잘못은 아니지만, 유틸리티 내야수 서한규 선수가 주전으로 나서면서, 선수 운용에 있어 다소 제한적이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니까 대타 기용 이후 믿고 맡길 만한 내야 대수비가 없다는 뜻이다. 지석훈, 차화준, 강정호 등이 자신의 포텐션을 꼭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수비가 안 되면 낄 자리가 없는 게 우리 타선이지만, 수비만 되는 것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98년 이후 현대의 주전 포수는 박경완, 김동수였다. 그 전에는 장광호, 그 이전에는 김동기였다. 그만큼 팬들의 포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틈에 끼였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성장 속도가 더딘 바람에 어쩔 수 없다고 해야할지 강귀태 선수는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한번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어쩌면 이번 시즌은 아주 좋은 기회였는지도 모르겠다. 김동수의 노쇠화가 공격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록 여전히 김동수(763.6)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이닝(350) 동안 마스크를 썼을 뿐이지만 기록상 크게 뒤질 것 없는 성적을 냈다는 건 확실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볼(김 0.04 vs. 강 0.10)과 폭투(0.31 vs 0.44)가 많다는 건 불안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투수들의 투구수(3.89 vs. 4.02) 역시 증가했다는 점 또한 좋은 징조라고는 볼 수 없다.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유망주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군대 문제 역시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내년 시즌은 다시 한번 그에게 도약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아시안게임 말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태극 마크 한번 달아보길!
쓴 김에 계속해서 만년 유망주 시리즈를 써보자. 이어서 이택근이다. 이택근의 가장 큰 문제는 한마디로 포지션이 없다는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택근의 3루 기용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내내 3루수로 출장한 적은 없다. 최근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 사진을 보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수로서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현대 팬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캡틴을 제치고 1루를 차지하기에도 뭔가 부족해 보인다. 외야?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지만, 또 가장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확실히 그의 방망이는 아깝다. 하지만 어디 꿰뚫고 들어갈 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좌투수에게 강하지도 않았다. (GPA 우 .384 vs 좌 .264) 그러니 기회가 많을 수가 없었다. 어느 덧 프로 4년차에 접어들게 됐다. 그리고 고대 시절을 생각해 보면 너무도 아쉽기 그지없다. 도대체 이 선수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걸까? 정말 3루라도 써야 하나? -_-;
마지막으로 전근표. 우선 한숨 한번 쉬고. '04 한국 시리즈 8차전하면 생각나는 건? 우선 7차전이 아닌 8차전이 열렸다는 것, 그리고 배영수로부터 뽑아낸 전근표 선수의 홈런. 그 홈런 때문에, 사실 올해는 전근표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24/ .297/ .344의 초라한 타격 라인만을 기록한 채 2군으로 강등됐다. 그리고는 곧바로 턱뼈 부상을 당하며 한 시즌을 거의 통재로 접어야 했다. 최종 성적은 타율 .208, 2 홈런, 4 타점. 정말 더 이상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기록이다. 작년에 보여줬던 희망은 정말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번 시즌 현대의 좌타 라인은 서튼과 전근표가 모두 미쳐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서튼은 제몫을 해냈고, 전근표는 아니었다. 그 결과가 이번 시즌 공격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타석 대비 삼진 비율 24.3%, 게다가 좌투수를 상대한 7타석에서는 삼진 세 번. 이래서는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언제까지 무한한 기회를 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거의 마지막으로, 이제는 오히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해야 하는 노장 선수들이다. 먼저 내년 시즌 많이 뛰면 뛸수록 오히려 현대 팬들이 불안해할지도 모를 김동수 선수. 물론 박경완의 자리를 채워준 건 정말 고마워할 일이다. 하지만 그건 고민이 몇 년 연기됐을 뿐,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위에 강귀태 선수 때도 썼지만, 현대 팬들은 포수 보는 눈이 높다. 그런 점에서 부활한 김동수는 현대 팬들의 구미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덕분에 많은 포수를 뽑아 놓고도 제대로 커 준 선수를 찾기가 힘들다는 난점 역시 동시에 안게 됐다. 사실 이번 시즌의 성적이 애매해서 안 좋았던 건, 과감한 리빌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4강 도전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끝난다는 점인데, 그 점은 사실 여러 가지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강귀태 선수와 반반 정도 마스크를 나눠쓰는 해가 되었야 한다는 소리다. 덕분에 본인의 노쇠화는 노쇠화대로 겪을 수밖에 없었고, 팀 성적 역시 암울하게 됐다. 희망도 발전도 모두 희미해 보이기만 했다. 역시 잘나지 못했을 때, 눈만 높은 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계약 끝나면 우리 코치 되셔서 포수 좀 키워주세요!
이어서 이제는 누가 뭐래도 현대의 프랜차이즈 전준호 선수다. 이번 시즌 전준호 선수는 통산 500 도루에 성공하며 진정한 도루 지존은 자신임을 만방에 입증했다. 이와 관련해 손민한 선수와 다소의 설전이 있기도 했지만, 그와 관련된 몇 차례의 인터뷰는 자칫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야구'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꽃집도 돈좀 벌었을 듯 -_-) 하지만 노쇠화는 어쩔 수가 없었다. '00 시즌부터 출루율을 보면 ; .436 - .426 - .394 - .365 - .377 - .332로 분명 하향세에 있다. 13개의 번트 안타는 칭찬 해줄만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00시즌부터 BABIP는 .363 - .365 - .336 - .303 - .329 - .314 역시 하향세가 느껴진다. 안타를 만드는 힘이 확실히 떨어졌다. 특유의 짧은 뱃컨트롤이 무뎌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현대엔 그를 대체할 만한 리드오프가 없다. 정수성? 하지만 아직 그의 출루율은 .344밖에 안 된다. 그래서 그가 필요하다. 리드오프가 뭔지, 직접 보여줄 선수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데뷔는 롯데에서 했지만 그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프랜차이즈 가운데 한명이니까.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되길 빌어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타자 부분 MIP 정수성 선수. 정수성 선수가 드래프트에서 뽑혔을 때 형인 정수근 선수가 김재박 감독님 앞에서 절을 했다는 소리가 있다. 물론, 아직 김 감독님께서 절을 하실 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선수가 된 것만큼은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선수들은 늙게 마련이다. 그래서 전준호라는 리그 최정상급의 리드오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대 역시 새로운 리드오프를 발굴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때 대주자 요원에 불과했던 정수성 선수가 멋지게 그 자리를 꿰찰 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예전부터 발은 100만 달러짜리였다. 이번 시즌 역시 2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5위를 차지 포텐셜을 터뜨렸다. 성공률 역시 82.9%로 아주 좋다.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 정수성 선수의 타격 라인은 .305/ .389/ .389, 패한 경기에서는 .255/ .320/ .309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정수성이 살아야 팀이 산다. 내년 시즌에도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1번 타자 자리를 꿰차길 바란다. 1번 타자로 나선 23경기에서 정수성은 .311/ .367/ .344를 찍었다. 그래서 더더욱 희망적이다.
전 성격이 정말 이상합니다. 그래서 상대팀이 못하는 게 싫습니다. 저는 레드삭스 팬이지만, 양키스가 못할 때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꼭 이기고 싶은 팀이니까, 그 팀이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몰디브 국가대표 축구팀을 불러다 18:0으로 이기는 것보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장끝에 2:1로 이기는 게 더 짜릿하지 않습니까?
전 다만 그런 승리를 원할 뿐입니다. 솔직히 현대를 제외한 7개 구단 타선이 모두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우리 팀이 그보다 아주 조금만 더 강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늘 짜릿하게 이길 수 있게끔. 물론 더러는 속이 후련하게 이기는 날도 있게끔. 번트는 정말 싫어하지만, 그래도 김 감독님의 번트 사인을 믿기에. 그렇게 꼭 필요한 점수를 뽑아서 승리를 안겨주시리라 믿기에. 그게 김재박 감독님의 야구고, 그게 현대 유니콘스의 야구이기에. 그게 제가, 또 우리가 이 팀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믿기에.
그렇게, 감독님을 언제나 감독이 아닌 감독님이라 부르고, 코치님들을 언제나 코치가 아닌 코치님이라 부르는 팀의 팬이기에. 그래서 여전히 내년을 또 믿고 기다리기에.
이번 시즌 현대의 공격은 서튼 혼자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등 주요 타격 지표에서 모두 팀 내 1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장타율과 홈런, 타점은 리그 1위이기도 하다. 그밖에 OPS(GPA), RC, RC/25, XR, XA, SecA, BR, RCAA 등 각종 세이버메트릭스 지표에서도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리그 최정상급의 활약을 펼쳐 보였다. 게다가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보여준 선행, 출국에 앞서 구단 직원들에게 일일이 쓴 편지 등, 친절함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다만 아쉬운 건 7,8월에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서튼에게 의존도가 높았던 공격 역시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졌다. 덕분에 현대는 4강 도전을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도, 여전히, 현대엔 친절한 서튼 씨가 필요하다. 이번 시즌 5승 정도는 순전히 서튼 씨 혼자의 몫이다.
팬들 사이에서 논란의 소지가 많겠지만, '기록상' 팀내 No.2 타자는 송지만이다. 물론 득점권 타율이라든지 클러치 능력이라든지 하는 게 어떤 선수의 특성이라서 변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야구의 그 어떤 기록보다도 쉽사리 경향 변화가 큰 게 바로 이 기록이다. 하지만, 이런 말로 설명을 하기에 이미 송지만은 너무도 많이 팬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득점권에 약하고 강한 게 문제가 아니다. 야구엔 필요없는 점수가 있다는 걸, 정말 필요없는 홈런도 또 2루타도 있다는 걸 너무 자주 보여준 게 문제다. 화장실 소문 같은 게 도는 한, 그는 결코 팬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뢰를 얻는 길은 딱 하나,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팀을 떠난대도, 전혀 아쉽지 않은 선수다. 그는 더 이상 '00년 레벨의 타자가 아니다.
사실 정성훈은 공격보다 수비에서 더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18개의 실책은 그 수치가 문제라기보다 타이밍이 아쉬운 순간이 너무도 많았다. 특히 7월 30일 문학 원정 경기에서의 실책은 너무도 뼈아팠다. 그밖에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현대 팬들 사이에서 3루에 소금 좀 뿌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괜히 나돈 게 아니었다. 물론 수비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물론 ZR, UZR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 어느 정도 측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수비 포지션 가운데 2, 3, 유격수의 수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A/(A+E)라는 단순한 계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결과를 ZR과 비교해 보면 0.8 이상의 제법 높은 설명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3루수의 경우 .86 정도 수준이다. 이렇게 이번 시즌 수비 기록을 구해 보면, 정성훈이 기록한 .822의 수치는 단연 주전 3루수 가운데 최하위다. 동계 훈련이 부족한 탓이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캡틴, 오 마이 캡틴 이숭용 선수는 6월 6일까지 1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서튼 선수가 15개로 치고 올라오며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홈런왕 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이후 서튼 선수는 20개의 홈런을 더 기록한 반면, 이숭용 선수는 단 한 개의 홈런도 추가하지 못했다. 단지 홈런뿐이 아니었다. 5월말까지 그는 리그 평균에 비해 12점이나 더 창출해 낸 타자였다. 시즌 전체는 석 점에 그쳤으니 나머지 기간 동안 9점을 잃은 셈이다. GPA .340이던 타자가 .190으로 떨어졌다. 경기당 6.92점을 뽑을 수 있던 타선이 2.37점밖에 못 뽑는 타선으로 변했다. 기타 등등 이날을 기준으로 너무도 달라졌다. 그만큼 초반의 분위가 좋았다. 거꾸로 그래서 그 이후의 성적이 너무도 아쉽다. 신혼 후유증이 너무 뒤늦게 나타난 걸까? 홈런왕 안 해도 좋으니, 건강하게 한 시즌 본연의 역할을 다 해주는, 중거리포로 중심을 꽉 잡아주세요! 까짓 30% 깍인 거 130%로 다시 받으면 되는 거죠, 뭐. (지상렬 버전) 숭용아, 가자!
초반 돌풍하면 이숭용 선수와 더불어 '채거포' 채종국 선수를 꼽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채 선수의 4월 타격라인은 .294/ .384/ .506에 5홈런 12타점이었다. 그리고 유격수였다. 5월에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5월까지의 타격라인은 .274/ .361/ .446에 8홈런 25타점. 여전히 솔리드했다. 그리고 유격수였다.(2) 무엇보다, 그 홈런. 어떤 홈런인지 설명 안 해도 될 그 홈런. 현대 팬들 사이에선 마이클 영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지만, 부상이 컸다. 플라이타구를 부지런히 따라다가 원정팀 불펜에 쓰려졌던 그 부상. 이후 그는 .201/ .279/ .259라는 초라한 타격 라인으로 돌아섰다. 홈런은 하나밖에 추가하지 못했고, 타점 역시 11개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6월 16일 이후, 그의 포지션은 2루수였다. 물론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다. 내야 선수층의 두께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궁여지책이었다. 수비하다 다쳐도 사사구를 맞아도 대안이 없었다. 살아날 수 있을까? 아니, 살아나야 한다. 야수진 가운데 유일하게 태국 재활 훈련에 참여했다. 수술이 원인이겠지만, 그만큼 기대를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마저 없다면, 우리 내야는 상상할 수가 없다. 거포 안 해도 좋으니, 2루에서 솔리드한 수비, 그리고 깨소금 같은 타격만 보여주길.
이어서 채종국 선수와 함께 현대의 키스톤 콤비를 맡은 서한규 선수. 좋은 말로 유틸리티 플레이어, 나쁜 말로 만년 후보 선수이던 서 선수는, 이번 시즌 어떤 이유야 어찌됐든, 이번 시즌 주전 선수로 거듭나며 자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서한규 선수의 경우 이번 시즌 출장 경기의 3/4 이상을 9번 타자로 출장했다. 비록 시즌 막판 부상으로 규정 타석을 채우는 데는 실패했지만, 타석당 4.12개의 볼을 보면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이는 팀 내에서 서튼(4.17), 정성훈(4.13)에 이은 3위 기록이다. 여기에는 타석당 0.74개의 파울볼을 날린 영향이 컸는데, 이는 팀내 1위 기록이다. 확실히 상대하기 까다로운 9번 타자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 타격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하기는 어렵다. 또한 현대는 팀 공격의 특성상 안정적인 번트를 댈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된다. 그런 점에서 5월 4일 경기를 비롯, 번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건 다소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건 선수의 잘못은 아니지만, 유틸리티 내야수 서한규 선수가 주전으로 나서면서, 선수 운용에 있어 다소 제한적이 된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니까 대타 기용 이후 믿고 맡길 만한 내야 대수비가 없다는 뜻이다. 지석훈, 차화준, 강정호 등이 자신의 포텐션을 꼭 보여주어야 할 시점이다. 수비가 안 되면 낄 자리가 없는 게 우리 타선이지만, 수비만 되는 것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98년 이후 현대의 주전 포수는 박경완, 김동수였다. 그 전에는 장광호, 그 이전에는 김동기였다. 그만큼 팬들의 포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 틈에 끼였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성장 속도가 더딘 바람에 어쩔 수 없다고 해야할지 강귀태 선수는 만년 유망주 소리를 들으며 한번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어쩌면 이번 시즌은 아주 좋은 기회였는지도 모르겠다. 김동수의 노쇠화가 공격에서는 물론 수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비록 여전히 김동수(763.6)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이닝(350) 동안 마스크를 썼을 뿐이지만 기록상 크게 뒤질 것 없는 성적을 냈다는 건 확실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패스트볼(김 0.04 vs. 강 0.10)과 폭투(0.31 vs 0.44)가 많다는 건 불안한 점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투수들의 투구수(3.89 vs. 4.02) 역시 증가했다는 점 또한 좋은 징조라고는 볼 수 없다. 이제 나이도 있고, 언제까지 유망주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군대 문제 역시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내년 시즌은 다시 한번 그에게 도약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바로 아시안게임 말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태극 마크 한번 달아보길!
쓴 김에 계속해서 만년 유망주 시리즈를 써보자. 이어서 이택근이다. 이택근의 가장 큰 문제는 한마디로 포지션이 없다는 것이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 이택근의 3루 기용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내내 3루수로 출장한 적은 없다. 최근 플로리다 마무리 훈련 사진을 보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포수로서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현대 팬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캡틴을 제치고 1루를 차지하기에도 뭔가 부족해 보인다. 외야?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르지만, 또 가장 농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확실히 그의 방망이는 아깝다. 하지만 어디 꿰뚫고 들어갈 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좌투수에게 강하지도 않았다. (GPA 우 .384 vs 좌 .264) 그러니 기회가 많을 수가 없었다. 어느 덧 프로 4년차에 접어들게 됐다. 그리고 고대 시절을 생각해 보면 너무도 아쉽기 그지없다. 도대체 이 선수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걸까? 정말 3루라도 써야 하나? -_-;
마지막으로 전근표. 우선 한숨 한번 쉬고. '04 한국 시리즈 8차전하면 생각나는 건? 우선 7차전이 아닌 8차전이 열렸다는 것, 그리고 배영수로부터 뽑아낸 전근표 선수의 홈런. 그 홈런 때문에, 사실 올해는 전근표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가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24/ .297/ .344의 초라한 타격 라인만을 기록한 채 2군으로 강등됐다. 그리고는 곧바로 턱뼈 부상을 당하며 한 시즌을 거의 통재로 접어야 했다. 최종 성적은 타율 .208, 2 홈런, 4 타점. 정말 더 이상 무엇인가를 기대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기록이다. 작년에 보여줬던 희망은 정말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번 시즌 현대의 좌타 라인은 서튼과 전근표가 모두 미쳐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서튼은 제몫을 해냈고, 전근표는 아니었다. 그 결과가 이번 시즌 공격력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타석 대비 삼진 비율 24.3%, 게다가 좌투수를 상대한 7타석에서는 삼진 세 번. 이래서는 자리를 잡기가 힘들다. 언제까지 무한한 기회를 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거의 마지막으로, 이제는 오히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해야 하는 노장 선수들이다. 먼저 내년 시즌 많이 뛰면 뛸수록 오히려 현대 팬들이 불안해할지도 모를 김동수 선수. 물론 박경완의 자리를 채워준 건 정말 고마워할 일이다. 하지만 그건 고민이 몇 년 연기됐을 뿐,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니다. 위에 강귀태 선수 때도 썼지만, 현대 팬들은 포수 보는 눈이 높다. 그런 점에서 부활한 김동수는 현대 팬들의 구미를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덕분에 많은 포수를 뽑아 놓고도 제대로 커 준 선수를 찾기가 힘들다는 난점 역시 동시에 안게 됐다. 사실 이번 시즌의 성적이 애매해서 안 좋았던 건, 과감한 리빌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4강 도전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로 끝난다는 점인데, 그 점은 사실 여러 가지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적어도 강귀태 선수와 반반 정도 마스크를 나눠쓰는 해가 되었야 한다는 소리다. 덕분에 본인의 노쇠화는 노쇠화대로 겪을 수밖에 없었고, 팀 성적 역시 암울하게 됐다. 희망도 발전도 모두 희미해 보이기만 했다. 역시 잘나지 못했을 때, 눈만 높은 건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계약 끝나면 우리 코치 되셔서 포수 좀 키워주세요!
이어서 이제는 누가 뭐래도 현대의 프랜차이즈 전준호 선수다. 이번 시즌 전준호 선수는 통산 500 도루에 성공하며 진정한 도루 지존은 자신임을 만방에 입증했다. 이와 관련해 손민한 선수와 다소의 설전이 있기도 했지만, 그와 관련된 몇 차례의 인터뷰는 자칫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야구'에 대해 환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물론 꽃집도 돈좀 벌었을 듯 -_-) 하지만 노쇠화는 어쩔 수가 없었다. '00 시즌부터 출루율을 보면 ; .436 - .426 - .394 - .365 - .377 - .332로 분명 하향세에 있다. 13개의 번트 안타는 칭찬 해줄만 하지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00시즌부터 BABIP는 .363 - .365 - .336 - .303 - .329 - .314 역시 하향세가 느껴진다. 안타를 만드는 힘이 확실히 떨어졌다. 특유의 짧은 뱃컨트롤이 무뎌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현대엔 그를 대체할 만한 리드오프가 없다. 정수성? 하지만 아직 그의 출루율은 .344밖에 안 된다. 그래서 그가 필요하다. 리드오프가 뭔지, 직접 보여줄 선수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데뷔는 롯데에서 했지만 그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프랜차이즈 가운데 한명이니까.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되길 빌어본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타자 부분 MIP 정수성 선수. 정수성 선수가 드래프트에서 뽑혔을 때 형인 정수근 선수가 김재박 감독님 앞에서 절을 했다는 소리가 있다. 물론, 아직 김 감독님께서 절을 하실 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달라진 선수가 된 것만큼은 틀림없다. 안타깝지만, 선수들은 늙게 마련이다. 그래서 전준호라는 리그 최정상급의 리드오프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대 역시 새로운 리드오프를 발굴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때 대주자 요원에 불과했던 정수성 선수가 멋지게 그 자리를 꿰찰 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예전부터 발은 100만 달러짜리였다. 이번 시즌 역시 29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5위를 차지 포텐셜을 터뜨렸다. 성공률 역시 82.9%로 아주 좋다.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 정수성 선수의 타격 라인은 .305/ .389/ .389, 패한 경기에서는 .255/ .320/ .309로 다소 차이가 있었다. 정수성이 살아야 팀이 산다. 내년 시즌에도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1번 타자 자리를 꿰차길 바란다. 1번 타자로 나선 23경기에서 정수성은 .311/ .367/ .344를 찍었다. 그래서 더더욱 희망적이다.
전 성격이 정말 이상합니다. 그래서 상대팀이 못하는 게 싫습니다. 저는 레드삭스 팬이지만, 양키스가 못할 때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꼭 이기고 싶은 팀이니까, 그 팀이 강했으면 좋겠습니다. 몰디브 국가대표 축구팀을 불러다 18:0으로 이기는 것보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연장끝에 2:1로 이기는 게 더 짜릿하지 않습니까?
전 다만 그런 승리를 원할 뿐입니다. 솔직히 현대를 제외한 7개 구단 타선이 모두 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우리 팀이 그보다 아주 조금만 더 강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늘 짜릿하게 이길 수 있게끔. 물론 더러는 속이 후련하게 이기는 날도 있게끔. 번트는 정말 싫어하지만, 그래도 김 감독님의 번트 사인을 믿기에. 그렇게 꼭 필요한 점수를 뽑아서 승리를 안겨주시리라 믿기에. 그게 김재박 감독님의 야구고, 그게 현대 유니콘스의 야구이기에. 그게 제가, 또 우리가 이 팀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믿기에.
그렇게, 감독님을 언제나 감독이 아닌 감독님이라 부르고, 코치님들을 언제나 코치가 아닌 코치님이라 부르는 팀의 팬이기에. 그래서 여전히 내년을 또 믿고 기다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