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마지막으로 투수편입니다.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다루려고 해서 오히려 핵심을 놓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아쉽습니다. 그래도 정리해 보자면, 황두성이라는 보물을 발견한 반면, 여전한 정민태 선수의 부진, 그리고 김수경 선수의 부상, 조용준 선수 역시 예년만 못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미키 캘러웨이 선수는 현대 스카우트진의 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고 말입니다. 그럼 리뷰 한번 보시죠 ;



짐짓 잘난 체를 해보자면, 그냥 올해도 유니콘스에서 나온 또 한명의 MIP 한명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연례행사를 넘어, 그는 현대 불펜진의 새로운 마당쇠로 또 선발 알바로 너무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보였다. '06 시즌 유니콘스의 마운드 운용은 황장군이 어떤 역할을 소화해 주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벌써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형편이다. 황장군의 가장 큰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탈삼진 능력이다. 상대한 전체 타자 535명 가운데 137명의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비율로는 25.6%, 100 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하지만 9이닝당 탈삼진이 13.29에 달했던 5월에 방어율 4.98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5월 수비진의 도움은 DER .653 수준으로 평균보다 훨씬 떨어졌다. 오히려 많은 탈삼진이 수비진의 집중력을 저하시킨 걸까? -_-; 그리고 9월에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갈수록 힘이 부치는 모습이 간간히 발견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혹사 후유증이 없길, 아니 혹사가 아니었길.






노환수 선수는 좌타자를 상대로 .211/ .284/ .342, 우타자에게는 .275/ .359/ .359의 타격 라인을 각각 허용했다. GPA 허용으로는 .213 vs .292, 확실히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있어서는 이제 이상열 선수의 빈자리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또한 칭찬해 주고 싶은 건 원포인트 릴리프로 마운드에 오른 12번 가운데, 단 두 명의 타자에게만 출루를 허용했다는 사실이다. 성공률 .833으로 최정상급 수치다. 피안타는 하나도 없었고, 두 번 모두 볼넷이었다. 게다가 후반기 들어 K/9 역시 9.00, 그만큼 자기 구위에 자신감이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삼성을 상대로 10.6 이닝을 던지면서 방어율 1.69, WHIP 1.03의 빼어난 투구 내용을 선보였는데 이는 삼성이 영입 대상으로 삼을 만한 충분한 요건이 되겠다. -_-; 사실 이는 농담이 아니라, 그만큼 노환수 선수가 이제 많이 발전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8월까지 그의 방어율은 4.86이었지만, 9월엔 0.87이었다. 꺾이는 게 뻔히 보이는 슬라이더를 조금 더 가다듬고 변화구 하나 정도만 더 장착한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좌완으로 거듭나리라고 본다. 




전반기엔 다소 부족했지만, 후반기에는 '발견'이라는 낱말을 써도 좋을 정도로 좋았다. 모두가 8,9월에 나온 기록이다. 33.6이닝 방어율 1.93, WHIP 0.95, K/9는 10.47에 달했다. 조웅천 이후 실로 오랜만에 가져 보는 옆구리 투수의 로망! 이런 보물은 사실 다른 팀 팬들에게 널리 알려질까 다소 두렵기까지 하다. 특히 불양 형님께는 더더욱 -_-; 그래도 참을 수 없이 자랑스러운 건 좌타자를 상대해 .073(잘못 쓴 거 아닙니다. -_-)의 GPA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타자에게는 .231의 안 좋은 (정말? -_-) 성적을 올리긴(?) 했지만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42이닝밖에 보여준 게 없다. 그리고 42이닝 가운데 13이닝이 허약한 롯데 타선을 상대로 한 기록이다. 롯데 팬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감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솔직히, 그래도 신난다. ^_^ 칭찬을 너무 늘어놓으면 외부에 노출 부담이 크니 이만 -_-;




한국판 김병현? 한때 김병현 선수가 선발로 뛰고 싶어, 일부러 불펜에서 태업을 벌인다는 소설(?)이 돌았다. 송신영 선수가 어쩌면 그렇다. 구원으로 나선 경기에서는 46.3이닝, 방어율 5.05, WHIP 1.73, GPA .284의 그저 그런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RSAA는 -3. 하지만 선발로 돌아선 이후 확 달라졌다. 28.3이닝, 방어율 1.59, WHIP 0.88, GPA .169의 특급 성적이었다. RSAA는 +9. 특히 이번 시즌 선발로 처음 등판했던 7월 27일, 박명환 선수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던 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기립박수 받는 걸 얼마만에 본 건지. 게다가 그게 두산과의 경기라면, 그리고 상대 투수가 박명환이었다면 더더욱 그랬다. 전날 황두성의 승리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두산을 잡는 쾌거를 이룩한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마 불펜에서 일부러 태업했구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힌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갑자기 FIP가 4.01에서 2.51로 좋아진 건 정말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도가 없다. (정말 없을까? -_-;)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부상으로 조기에 강판된 걸 제외하면, 이후 네 경기에서 연속으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손승락, 김기식, 장원삼. 이름만 들어도 현대 팬들 배부르게 해주던 세 선수. 그 가운데 가장 먼저 프로 무대에 진출한 손승락. 하지만 그냥 기대가 너무 컸다고 자위할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탈삼진 능력도 그냥 그렇고, 제구력도 그냥 그렇고, 홈런도 맞을 만큼 맞았다. 그렇다고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손승락은 다소 플라이볼 투수다. 하지만 손승락의 현재 구위로 홈런을 피하기란 쉬운 일만은 아니다. 더욱이 수원은 평균 수준이기는 해도, 홈런 발생이 소폭 상승하는 구장이다. 게다가 플로리다에서 얼마나 구를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현대의 수비진이 상전벽해할 리도 만무하기만 하다. 결국 돌파구는 타구의 인플레이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정구를 완전히 장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프로는, 직구 하나만으로 통하는 곳이 아니다. 너무 큰 부담이고 무리한 요구라는 걸 알지만, 그의 이름이 손승락이기에 믿을 수밖에.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라는 말, 하지만 기억나는 슈퍼스타는 대개 유망주였다. 내년엔 딱 오승환만큼만.




태평양이 현대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수치의 영역'과 '연모의 영역' 모두에서 유니콘스의 에이스는 정민태였다. '96시즌부터 '00시즌까지, 그리고 일본에서 돌아온 '03시즌을 포함한 6시즌 동안 정민태 선수가 기록한 RSAA의 총합은 120, 평균 20이었다. 평균적으로 해마다 정민태 선수의 공으로 추가적인 2승씩을 더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모습은 확실히 에이스의 위용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사실이다. 덕분에, 정 선수와 관련된 좋지 않은 많은 소문들이 네트워크 세계에 부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그는 여전히 현대 팬들에게 에이스 그 자체다. 그래서 모두가 그의 부활을 희망한다. 작년에도, 또 올해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그 느린 커브로 상대 타자의 얼을 빼놓는 장면을 다시 보고 싶다. 중요한 건, 얼을 빼놓는 것이지, 그냥 느린 커브를 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사실 김수경의 전성기는 입단 후 3년까지였다. 이 기간 동안 총 +62의 RSAA를 기록하며 영건으로서의 위력을 만방에 과시했다. 하지만 이후로 줄곧 나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팬으로서 이런 얘기를 직접하기는 싫지만, 확실히 그렇다. 수원으로 홈구장을 옮긴 '00 시즌부터 그래프를 한번 보면 ;


1) RSAA는 '04년에 잠깐 좋아지는 듯 했지만 계속 나빠졌다. 
2) '03 시즌부터 계속해서 FIP가 상승했다. 즉, 구위가 저하되고 있다.
3) '04 시즌은 수비진의 도움이 컸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위도 연관이 있다.
이런 다소 암울한 결과이지만, 그래도 태국에서 부활에 땀방울을 쏟고 있을 테니, 믿어 보렵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보여준 게 있기에. 꼭 다시 보고 싶기에.




조용준 선수는 확실히 작년의 조용준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한국 시리즈 때 그 사기 캐릭의 모습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블로운 세이브가 두자릿수였던 것도 아니다. (노가다로 구한 거라 틀릴 수도 있지만) 이번 시즌 조용준 선수의 BS는 6개였다. 세이브는 27개, 세이브 성공률은 82%. 2004 시즌에는 85%였다. 물론 세이브 성공률이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왜 블로운 세이브가 두자릿수라는 둥, 하루에 두 번 BS를 기록했다는 둥 하는 소리가 나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소위 '분식회계' 때문이다. 앞선 투수가 남긴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확률, 소위 승계주자실점률을 알아보면, 지난 해엔 .158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 이번 시즌엔 .375다. 다시 말해, 이번 시즌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을 때, 그 주자 가운데 37.5%가 홈을 밟았다는 뜻이다. 작년에는 단 한 개도 얻어맞지 않던 홈런을 올해는 6개나 얻어맞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두 방은 만루홈런이었다. 게다가 그 홈런으로 블로운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감이 잡히지 않으시는지? 자, 내년에는 재활, 재활, 또 재활입니다. 서두르지 말고 몸 다 만들고 오시길.




오재영은 지기만 했다. 4월엔 못 나왔으니 그렇다 치고, 그 이후 매달 졌고, 모든 팀에게 졌다. 지는 건 투수 책임만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질 수밖에 없는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물론 루머라는 게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는지 의문이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하고 싶지 않다. 그건 누구를 비난하고 원망할 일도 아니다. 매일 올라와 얻어터지기만 하는 좌완 선발, 없어도 그만이다. 정신 차리길 바라는 수밖에. 개인적으로 아는 한 좌완투수는 같은 이유로 경기 끝난 새벽에 수원에서 천안까지 자신이 운전하고 다녀와도 다음날 멀쩡히 삼진을 잡고는 했다. 물론 이 역시 칭찬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후자가 훨씬 낫다고 본다. 그 투수는 결국 얼마 전 여자친구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런 얘기를 하면, 무슨 소리냐? 하고 말씀하실 분이 분명 계시겠지만, 사실 미키와 재계약하겠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다소 놀랐던 게 사실이다. 물론, 이번 시즌 유니콘스에 캘러웨이만한 선발투수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리고 기록을 찾아보고 알게 됐지만, 이런 생각이 수원 구장에서 다소 약했던 그의 모습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에겐 투수진은 좀 여력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서튼은 브룸바에 비해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캘러웨이는 피어리에 비해 확실히 쳐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0이닝 가까이 먹어줄 수 있고, 15승 이상을 거둔 투수다. 그럼 래리보다 미키를 시장에 내놨어야 하는 게 아닐까?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만약 송집사님마저 팀을 떠난다면, 우리에겐 30홈런을 기대할 만한 타자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투수진이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15승은 채울 수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시장에서의 매력은 서튼에 비해 훨씬 떨어지겠지만. 그리고 이런 소리 모두, 다른 팀 팬들에겐 염장처럼 들리겠지만 말이다.

그냥, Again 2000만 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김시진, 정명원 코치님이 계시는데 뭐 더 이상 바랄 게 있나요? 재활 트리오만 재림해준다면, 투수들이야,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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