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입에 기타노 님 댁 가게에서 몇몇 울불러분들과 함께 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Lenore 님께서 제게 '요즘엔 어떤 글을 쓰고 계세요?'하고 여쭈어 보셨더랬습니다. '아,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들에 대해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파일을 열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정한 날짜, 2005/11/02.
분명 11월이 시작되면서 쉬엄쉬엄 노가다하면 11월안에는 마무리되겠지, 하고 시작했던 작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답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잔 형님께서 올려주신 Raw Data를 가지고 작업하는 데 얼마 걸렸을까요? 자동필터 → 사용자지정 → <= → 1 → 선택 → 붙여넣기. 아무리 길어야 한 1분 걸렸을까요?
이게 바로 한잔 형님 자료의 위력입니다. 내년에 네이버에서 소위 스플릿 자료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물론, 반길 만한 일이고 환영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도 한잔 형님의 자료만은 못할 게 틀림없습니다. 지금 데이터로는 그 자료들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데이터들을 토대로 이렇게 가공, 변용이 가능한 Raw Data를 환원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데이터가 돈이 안 되는 야구판, 많이 안타깝습니다. 몇 천 만원 한다는 baseball2i의 데이터, 저도 몇 차례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료요? 한잔 형님의 이 데이터에 비하면 정말 볼품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한잔 형님 덕분에, pitch by pitch 상황까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일일이 쪼개진 형태로.
제가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해 자주 인용하는 표현 가운데, 기록이 필드에서의 플레이를 좀더 잘 반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야구를 좀더 깊은 애정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렇게 정말 깊은 애정에 한발짝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말이지 국내 야구사에 있어 혁명적인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형님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함과 송구스러움을 전합니다.
그럼 처음으로 이 데이터를 이용해 글을 한번 써보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원포인트 릴리프의 활용에 대한 내용입니다.
분명 11월이 시작되면서 쉬엄쉬엄 노가다하면 11월안에는 마무리되겠지, 하고 시작했던 작업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답보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한잔 형님께서 올려주신 Raw Data를 가지고 작업하는 데 얼마 걸렸을까요? 자동필터 → 사용자지정 → <= → 1 → 선택 → 붙여넣기. 아무리 길어야 한 1분 걸렸을까요?
이게 바로 한잔 형님 자료의 위력입니다. 내년에 네이버에서 소위 스플릿 자료를 제공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물론, 반길 만한 일이고 환영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 데이터도 한잔 형님의 자료만은 못할 게 틀림없습니다. 지금 데이터로는 그 자료들을 생성할 수 있지만, 그 데이터들을 토대로 이렇게 가공, 변용이 가능한 Raw Data를 환원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데이터가 돈이 안 되는 야구판, 많이 안타깝습니다. 몇 천 만원 한다는 baseball2i의 데이터, 저도 몇 차례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료요? 한잔 형님의 이 데이터에 비하면 정말 볼품없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한잔 형님 덕분에, pitch by pitch 상황까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일일이 쪼개진 형태로.
제가 세이버메트릭스에 관해 자주 인용하는 표현 가운데, 기록이 필드에서의 플레이를 좀더 잘 반영할 수 있다면 우리는 야구를 좀더 깊은 애정으로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렇게 정말 깊은 애정에 한발짝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는, 정말이지 국내 야구사에 있어 혁명적인 데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형님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함과 송구스러움을 전합니다.
그럼 처음으로 이 데이터를 이용해 글을 한번 써보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 원포인트 릴리프의 활용에 대한 내용입니다.
4월 22일, 잠실 현대 對 LG 경기, 8회초 무사 1, 2루 송지만 선수 타석. LG의 이순철 감독은 세 번째 투수로 장진용 선수를 마운드에 올린다. 장진용 선수는 2루에 있던 이숭용 선수에게 견제구를 던지지만 공은 뒤로 빠지고 이숭용 선수는 3루에 안착한다. 이후 곧바로 투수 교체가 이러진다. 비록 부상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장진용 선수는 단 하나의 투구도 기록되지 않은 상태로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8월 24일, 역시 잠실. 홈팀 두산과 기아가 맞서고 있었다. 7회초 2사 1루에서 김경문 감독은 선발 투수 랜들을 내리고 마무리 투수 정재훈을 마운드에 올린다. 그리고 결국 빗방울은 거세졌고 그대로 경기 종료. 정재훈 선수 역시 마운드에 오르긴 했지만 투구수는 0. 물론, 비 때문이었다. 이런 두 경우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이건 경기 이외의 요소에 영향을 받은 경우니까 말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상대한 타자가 0인 경우 말이다. 먼저 5월 20일, 현대와 SK의 문학 경기. 전준호 선수가 7회 2사 후에 이영욱 선수로부터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조범현 감독은 좌투수에게 약한 정수성 타석에서 정우람 선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는 헛스윙. 그리고 연거푸 볼 세 개. 마지막 하나는 피치 아웃이었다.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감행하던 전준호 선수 박경완 선수의 송구에 아웃되며 이닝 종료. 8회부터는 조형식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 그대로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 했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9월 16일, 현대의 대구 원정 경기. (현대가 자주 등장하는군요. -_-) 5대 3으로 현대가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9회초 2사, 정성훈 선수가 볼넷을 고르며 1루로 걸어 나가고 선감독은 지승민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안지만을 올린다. 상대 타자는 역시나 송지만. 초구 파울. 2구 볼. 3구는 힘찬 헛스윙. 2-1 유리한 볼 카운트, 안지만 선수 1루를 흘끗 쳐다본다. 리드가 길었던 정성훈 선수, 안지만 선수의 견제 동작에 그대로 걸려들어 아웃. 8회말 삼성 공격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조용준 선수가 그대로 세이브를 획득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삼성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었다. 이 역시 상대한 타자 혹은 상대 타수는 0.
물론 위의 네 경우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원포인트로 기록된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마운드에 올라 딱 1타자만을 상대하는 경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위 원포인트 릴리프. 물론 원포인트 릴리프가 딱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낱말 그대로, 위기에서 딱 한타자만을 상대하고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투수들을 우리는 흔히 원포인트라고 부른다. 위의 사례 네 번을 포함, 2005 시즌 1타자 이하를 상대한 경우는 모두 433번으로 각 팀당 54번 가량 된다. 팀당 126경기를 치르니까, 2.3 경기당 한번씩 원포인트 릴리프를 구경한 셈이다.
그럼 이들은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 한번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물론 대개 원포인트 릴리프는 주자가 있는 경우에 마운드에 올랐다.(280, 64.7%) 게다가 2명 이상의 주자가 있는 경우는 140번 32.3%, 만루 상황 역시 26번으로 실점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경우에 마운드에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대도 이 실점은 너무 많다. 이들을 굳이 마운드에 올릴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 한번 팀별로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들이 거둔 성적을 알아보도록 하자. 아웃%에는 상대한 타자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그거, 도루자, 주루사 그리고 견제사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IRA%는 앞선 투수가 출루를 허용한 주자에 대한 실점 비율을 나타낸다.
조범현 감독과 이순철 감독간의 차이가 무려 세 배에 달한다. 사실 2위를 기록한 한화와 김인신 감독과 비교할 때도 33.7% 가량 많은 수치다. 그렇다고 그 결과가 효율적이었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66%의 상대 타자를 아웃으로 돌려 세우면서 평균 이하인 5위 수준에 그쳤다. 소위 방어율 분식 회계 비율을 보여주는 IRA%역시 .148을 기록 리그 평균을 웃돈다.
하지만 가장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비난받을 사람은 사실 이순철 감독이 아니다. 롯데의 양상문 감독이 이 점에 있어선 사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의 선택이 성공한 건 겨우 58.5%밖에 되지 않았다. GPA는 그리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출루 허용률만 보면 기아에 이어 2위다. 사직 구장의 영향으로 장타 허용이 줄어들었다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걸로 본다.
그럼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린 감독은 누구일까? 비록 아웃%에 있어선 조범현 감독(.794)에 뒤지지만 가장 효과적인 원포인트 릴리프를 마운드에 올린 감독은 김재박 감독님(.738)이라고 봐야 한다. SK의 아웃%가 더 높은 건 상대의 주루사 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상대 타자에게 허용한 타/출/장이 모두 최저 수준이다. 유니콘스의 IRA%는 9.1%로 역시 리그 최소 기록이며,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들은 상대 타자 가운데 23.8%나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괴력을 보였다. 물론 이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현대 팬들이 달리 김재박 감독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이어서 한번 투수 개인 기록을 한번 살펴보자. 다음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10번 이상 등판한 투수들의 개인 기록이다.
여기서 먼저 주목하고 싶은 건, 예상대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주로 등판한 선수들은 좌완 투수라는 점이다. 좌완 원포인트. 이는 전혀 낯선 낱말이 아니다. 먼저 왜 원포인트로 기용했는지 납득하기 힘든 선수들은 LG의 신재웅, 롯데의 이명우다. 분식회계율이 35%가 넘어간다. 이래서는 불안해서 맡기기가 어렵다. 거꾸로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선수는 SK의 정우람과 현대의 노환수다. 정우람의 경우 아웃%가 100%를 넘어서는 건 앞서 설명한 도루자 때문이다. 노환수 선수 역시 볼넷 2개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도루자와 그거를 묶어 아웃%에서 100%를 기록했다. 한편 류택현 선수는 상대 타자의 23.1%를 삼진으로 솎아 내는 멋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팀 기록보다 개인 평균이 낮은 건 그 이외의 선수들이 기록한 삼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 거꾸로 상대 기록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원포인트 릴리프를 상대로 기록한 타자들의 성적 말이다. 먼저, 팀 기록을 알아보면 ;
원포인트에 가장 강했던 팀은 LG고, 가장 약했던 팀은 삼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GPA는 기아가 더 높고, 아웃을 당한 비율은 SK가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투수 교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행 주자의 27.7%를 홈으로 불러들인 건 확실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게다가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난 경우도 11.1%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이 역시 두산과 비교할 때 높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종합적으로 두루 고려했을 때 LG가 가장 강했다고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으리라고 본다.
반면 삼성의 경우 .177이라는 낮은 GPA가 거의 모든 걸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4.5%나 아웃으로 맥없이 물러났고, 주자를 불러 들인 건 겨우 3.8%에 지나지 않는다. 37타수 5안타로 묶인 것도 문제지만 타율과 장타율이 똑같다는 것, 그러니까 장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는 것 역시 문제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롯데와 함께 가장 많은 8개의 볼넷을 골라냈고, 그 가운데 하나는 고의사구였다. 롯데 역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기록을 하나 남겼는데 5개나 기록한 그거는 다른 팀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게다가 4승 1세이브 17홀드라는 화려한 기록을 상대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디시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LG는 저렇게 날라 다닌 와중에도 상대에게 5세이브나 허용했다. 이건 다소 재미있는 기록이 아닐까?
그럼 마지막으로 개인 타자들의 기록이다. 역시나 가장 많은 원포인트 릴리프들과 상대했던 상위 10걸이다.
역시나 전부 좌타자들이다. 그리고 이미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실 이들을 막기 위해 좌완을 투입하는 건 그리 큰 효과가 없었다. 데이비스는 선행 주자의 28%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가운데 .424라는 본즈급의 GPA를 찍었다. 홈런 2개를 때려내는 동안, 무려 12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데이비스를 막기 위해 상대 투수들이 4.3이닝 동안 던진 투구수는 무려 103개에 달한다. 데이비스를 상대로는 원포인트를 안 올리니만 못했던 게 사실이다. 장성호 선수 역시 화끈한 모습을 보인 건 매한가지, 투수수는 106개로 오히려 데이비스를 능가했다.
또한 적토마 이병규 선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어울리잖게도 .217의 IsoD(출루율-타율)을 기록했다. 상대의 정면승부를 교묘하게 피할 줄 아는 센스도 사실은 가지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11명의 선행주자 가운데 4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쏠쏠한 타격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희생 플라이 역시 하나를 기록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율이 높은 선수가 이리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다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병규와 박용택을 제외하고는 위협적인 좌타자, 아니 타자가 없는 실정을 고려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거꾸로 박용택은 원포인트에 확실히 묶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양준혁과 라이온을 알아 보면, 이 정도는 애교스럽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두 선수 모두 상대 투수에게 2개씩의 그거를 선물하며 왜 GIDP가 투수들의 베스트프렌드라 불리는지 확실히 느끼게 해줬다. 또한 서튼 선수의 부진 역시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385의 출루율이 보여주듯 투수들이 승부를 꺼리기는 했지만 동시에 삼진 역시 5개나 당했다. 2개의 안타는 모두 단타였다. 그밖에 최경환, 손인호 선수 모두 상대 투수에게 너무도 친절했다. 특히 손인호 선수의 기록은 정말 깨끗함 그 자체다.
때로 잦은 원포인트 교체는 경기를 지루하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에게는 한 타자만 확실히 막아 달라는 간곡한, 또는 의미심장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기왕이면 그런 선택이 효율적인 편이 감독이나 팬 모두에게 보다 짜릿한 기억으로 남으리라고 본다. 무사 만루에 상대 강자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원포인트는 경기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대성, 이상훈 이후 리그에 무시무시한 좌완 투수가 사라진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 봤듯 노환수, 정우람은 확실히 원포인트 경험을 발판 삼아 좀더 위력적인 좌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발판으로서 혹은 이미 중요한 역할로서 그들의 성장에 더더욱 주목해 보자. 물론 감독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도 함께 말이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8월 24일, 역시 잠실. 홈팀 두산과 기아가 맞서고 있었다. 7회초 2사 1루에서 김경문 감독은 선발 투수 랜들을 내리고 마무리 투수 정재훈을 마운드에 올린다. 그리고 결국 빗방울은 거세졌고 그대로 경기 종료. 정재훈 선수 역시 마운드에 오르긴 했지만 투구수는 0. 물론, 비 때문이었다. 이런 두 경우라면 이해가 간다. 그러니까 이건 경기 이외의 요소에 영향을 받은 경우니까 말이다.
그럼 이건 어떨까? 상대한 타자가 0인 경우 말이다. 먼저 5월 20일, 현대와 SK의 문학 경기. 전준호 선수가 7회 2사 후에 이영욱 선수로부터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조범현 감독은 좌투수에게 약한 정수성 타석에서 정우람 선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는 헛스윙. 그리고 연거푸 볼 세 개. 마지막 하나는 피치 아웃이었다. 2루에서 3루로 도루를 감행하던 전준호 선수 박경완 선수의 송구에 아웃되며 이닝 종료. 8회부터는 조형식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 그대로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 했다.
이런 경우는 또 있었다. 9월 16일, 현대의 대구 원정 경기. (현대가 자주 등장하는군요. -_-) 5대 3으로 현대가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9회초 2사, 정성훈 선수가 볼넷을 고르며 1루로 걸어 나가고 선감독은 지승민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안지만을 올린다. 상대 타자는 역시나 송지만. 초구 파울. 2구 볼. 3구는 힘찬 헛스윙. 2-1 유리한 볼 카운트, 안지만 선수 1루를 흘끗 쳐다본다. 리드가 길었던 정성훈 선수, 안지만 선수의 견제 동작에 그대로 걸려들어 아웃. 8회말 삼성 공격부터 마운드에 올랐던 조용준 선수가 그대로 세이브를 획득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삼성 투수가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었다. 이 역시 상대한 타자 혹은 상대 타수는 0.
물론 위의 네 경우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원포인트로 기록된 경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뿐 아니라 마운드에 올라 딱 1타자만을 상대하는 경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소위 원포인트 릴리프. 물론 원포인트 릴리프가 딱 한 타자만을 상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낱말 그대로, 위기에서 딱 한타자만을 상대하고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기는 투수들을 우리는 흔히 원포인트라고 부른다. 위의 사례 네 번을 포함, 2005 시즌 1타자 이하를 상대한 경우는 모두 433번으로 각 팀당 54번 가량 된다. 팀당 126경기를 치르니까, 2.3 경기당 한번씩 원포인트 릴리프를 구경한 셈이다.
그럼 이들은 어떤 성적을 올렸는지 한번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 12승 5패 12세이브 61홀드비자책점과 승계주자실점을 허용하면 원포인트 릴리프가 허용한 실점은 모두 125점에 달한다. 9이닝 당 11.64점이나 허용한 것이다. 도대체 감독들은 원포인트 릴리프를 무슨 연유로 마운드에 올린 걸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 96.6이닝 52자책 ; 방어율 4.84
▶ 승계 주자 446, 승계 주자 실점 69 ; 분식회계율 .155
▶ 364타수 104안타 ; 피안타율 .286
▶ 볼넷 44, 고의사구 2, 몸에 맞는 볼 11, 희생플라이 4 ; 출루율 .386
▶ 피홈런 10, 153루타 ; 장타율 .420
▶ 총 아웃수 230개 (그거 10개, 도루자 9개, 주루사 8개, 견제사 1개)
▶ 희생번트 4개, 도루 허용 8개
물론 대개 원포인트 릴리프는 주자가 있는 경우에 마운드에 올랐다.(280, 64.7%) 게다가 2명 이상의 주자가 있는 경우는 140번 32.3%, 만루 상황 역시 26번으로 실점 위험이 상당히 높은 경우에 마운드에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대도 이 실점은 너무 많다. 이들을 굳이 마운드에 올릴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 한번 팀별로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들이 거둔 성적을 알아보도록 하자. 아웃%에는 상대한 타자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그거, 도루자, 주루사 그리고 견제사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IRA%는 앞선 투수가 출루를 허용한 주자에 대한 실점 비율을 나타낸다.
조범현 감독과 이순철 감독간의 차이가 무려 세 배에 달한다. 사실 2위를 기록한 한화와 김인신 감독과 비교할 때도 33.7% 가량 많은 수치다. 그렇다고 그 결과가 효율적이었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66%의 상대 타자를 아웃으로 돌려 세우면서 평균 이하인 5위 수준에 그쳤다. 소위 방어율 분식 회계 비율을 보여주는 IRA%역시 .148을 기록 리그 평균을 웃돈다.
하지만 가장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비난받을 사람은 사실 이순철 감독이 아니다. 롯데의 양상문 감독이 이 점에 있어선 사실 가장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의 선택이 성공한 건 겨우 58.5%밖에 되지 않았다. GPA는 그리 높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출루 허용률만 보면 기아에 이어 2위다. 사직 구장의 영향으로 장타 허용이 줄어들었다고 봐도 큰 문제는 없을 걸로 본다.
그럼 가장 현명한 선택을 내린 감독은 누구일까? 비록 아웃%에 있어선 조범현 감독(.794)에 뒤지지만 가장 효과적인 원포인트 릴리프를 마운드에 올린 감독은 김재박 감독님(.738)이라고 봐야 한다. SK의 아웃%가 더 높은 건 상대의 주루사 탓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상대 타자에게 허용한 타/출/장이 모두 최저 수준이다. 유니콘스의 IRA%는 9.1%로 역시 리그 최소 기록이며,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들은 상대 타자 가운데 23.8%나 삼진으로 돌려 세우는 괴력을 보였다. 물론 이는 리그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현대 팬들이 달리 김재박 감독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이어서 한번 투수 개인 기록을 한번 살펴보자. 다음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10번 이상 등판한 투수들의 개인 기록이다.
여기서 먼저 주목하고 싶은 건, 예상대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주로 등판한 선수들은 좌완 투수라는 점이다. 좌완 원포인트. 이는 전혀 낯선 낱말이 아니다. 먼저 왜 원포인트로 기용했는지 납득하기 힘든 선수들은 LG의 신재웅, 롯데의 이명우다. 분식회계율이 35%가 넘어간다. 이래서는 불안해서 맡기기가 어렵다. 거꾸로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선수는 SK의 정우람과 현대의 노환수다. 정우람의 경우 아웃%가 100%를 넘어서는 건 앞서 설명한 도루자 때문이다. 노환수 선수 역시 볼넷 2개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도루자와 그거를 묶어 아웃%에서 100%를 기록했다. 한편 류택현 선수는 상대 타자의 23.1%를 삼진으로 솎아 내는 멋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팀 기록보다 개인 평균이 낮은 건 그 이외의 선수들이 기록한 삼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럼 거꾸로 상대 기록도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원포인트 릴리프를 상대로 기록한 타자들의 성적 말이다. 먼저, 팀 기록을 알아보면 ;
원포인트에 가장 강했던 팀은 LG고, 가장 약했던 팀은 삼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GPA는 기아가 더 높고, 아웃을 당한 비율은 SK가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투수 교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행 주자의 27.7%를 홈으로 불러들인 건 확실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게다가 삼진으로 맥없이 물러난 경우도 11.1%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이 역시 두산과 비교할 때 높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종합적으로 두루 고려했을 때 LG가 가장 강했다고 보는 데 큰 무리는 없으리라고 본다.
반면 삼성의 경우 .177이라는 낮은 GPA가 거의 모든 걸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4.5%나 아웃으로 맥없이 물러났고, 주자를 불러 들인 건 겨우 3.8%에 지나지 않는다. 37타수 5안타로 묶인 것도 문제지만 타율과 장타율이 똑같다는 것, 그러니까 장타를 하나도 때려내지 못했다는 것 역시 문제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도 롯데와 함께 가장 많은 8개의 볼넷을 골라냈고, 그 가운데 하나는 고의사구였다. 롯데 역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기록을 하나 남겼는데 5개나 기록한 그거는 다른 팀이 따라오지 못할 수준이다. 게다가 4승 1세이브 17홀드라는 화려한 기록을 상대에게 선물해주기도 했다.
디시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LG는 저렇게 날라 다닌 와중에도 상대에게 5세이브나 허용했다. 이건 다소 재미있는 기록이 아닐까?
그럼 마지막으로 개인 타자들의 기록이다. 역시나 가장 많은 원포인트 릴리프들과 상대했던 상위 10걸이다.
역시나 전부 좌타자들이다. 그리고 이미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사실 이들을 막기 위해 좌완을 투입하는 건 그리 큰 효과가 없었다. 데이비스는 선행 주자의 28%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가운데 .424라는 본즈급의 GPA를 찍었다. 홈런 2개를 때려내는 동안, 무려 12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 들였다. 데이비스를 막기 위해 상대 투수들이 4.3이닝 동안 던진 투구수는 무려 103개에 달한다. 데이비스를 상대로는 원포인트를 안 올리니만 못했던 게 사실이다. 장성호 선수 역시 화끈한 모습을 보인 건 매한가지, 투수수는 106개로 오히려 데이비스를 능가했다.
또한 적토마 이병규 선수를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어울리잖게도 .217의 IsoD(출루율-타율)을 기록했다. 상대의 정면승부를 교묘하게 피할 줄 아는 센스도 사실은 가지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11명의 선행주자 가운데 4명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쏠쏠한 타격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희생 플라이 역시 하나를 기록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율이 높은 선수가 이리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는 점은 다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병규와 박용택을 제외하고는 위협적인 좌타자, 아니 타자가 없는 실정을 고려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거꾸로 박용택은 원포인트에 확실히 묶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양준혁과 라이온을 알아 보면, 이 정도는 애교스럽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두 선수 모두 상대 투수에게 2개씩의 그거를 선물하며 왜 GIDP가 투수들의 베스트프렌드라 불리는지 확실히 느끼게 해줬다. 또한 서튼 선수의 부진 역시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385의 출루율이 보여주듯 투수들이 승부를 꺼리기는 했지만 동시에 삼진 역시 5개나 당했다. 2개의 안타는 모두 단타였다. 그밖에 최경환, 손인호 선수 모두 상대 투수에게 너무도 친절했다. 특히 손인호 선수의 기록은 정말 깨끗함 그 자체다.
때로 잦은 원포인트 교체는 경기를 지루하게 만드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감독에게는 한 타자만 확실히 막아 달라는 간곡한, 또는 의미심장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기왕이면 그런 선택이 효율적인 편이 감독이나 팬 모두에게 보다 짜릿한 기억으로 남으리라고 본다. 무사 만루에 상대 강자타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원포인트는 경기의 주인공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구대성, 이상훈 이후 리그에 무시무시한 좌완 투수가 사라진 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위에서 봤듯 노환수, 정우람은 확실히 원포인트 경험을 발판 삼아 좀더 위력적인 좌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발판으로서 혹은 이미 중요한 역할로서 그들의 성장에 더더욱 주목해 보자. 물론 감독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도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