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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공원을 새로 짓느라 옛 공원이 사라질 위치에 처했다.

9일 찾은 옛 동대문 축구장에는 "선수는 경기 질서 관중은 응원 질서"라는 표어가 큼지막히 붙어 있었다. 그러나 주위 어디에도 관중이나 선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풍물 벼룩시장 상인들만 "면봉부터 핸드폰까지 없는 게 없다"고 왁자지껄 소리를 질렀다.

이들은 원래 청계천 7, 8가 근처 황학동에서 벼룩시장을 열던 사람들. 청계천 개발 사업으로 2003년 쫓겨나다시피 자리를 떴다. 2004년부터 이곳에 자리잡았지만 내년 3월이면 다시 신설동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서울시는 도심 개발사업으로 동대문 운동장을 철거하기로 했다. 이 부지를 다목적 공원으로 만든 뒤 '디자인콤플렉스'를 조성하겠다는 게 서울시 계획. 벼룩시장 이전 역시 이 계획에 따른 조치다. 상인들은 "우리는 공원이 생길 때마다 떠나는 팔자"라고 한탄한다.

동대문운동장 주위에서 수십 년 간 장사해 온 이들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이전 의사가 없다는 점을 서울시에 분명히 통보한 상태. 서울시에서 송파 반포 지구 같은 곳을 이전 후보로 제시했지만 상인조합은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못 박았다. 공원화가 된다해도 동대문이야 말로 자신들이 일군 텃밭이라는 주장이다.

김경숙(50·여) 동대문운동장 상인조합 실장은 "30~40년간 시설비를 투자해 우리가 동대문 상권을 만들어냈다. 업종 역시 이곳에 특화된 게 사실"이라며 "디자인콤플렉스 입주를 불허한 서울시 방침은 받아들이기 힘든 처사"라고 말했다. 디자인콤플렉스 입주권을 보장하든지 아니면 새로 조성될 공원 부지 내에 자리를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운동장 실사용자인 체육인들도 동대문 운동장 청거에 반대 목소리를 낸다.

사회인 야구에서 뛰는 진명국(40) 씨는 "대체 공간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장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며 "관리와 보수를 통해 얼마든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문화 유산을 무조건 없애고 보자는 것은 곤란하다"고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나진균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 역시 진 씨 견해에 동의다. 선수협은 '동대문 운동장 철거 반대 및 보존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세 단체 가운데 하나다.

나 총장은 "야구장은 영어로 볼파크(ball park), 즉 공원이다. 새로운 공원을 짓기 위해 공원을 없애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공원화가 목적이라면 운동장이 철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동대문 운동장을 개방형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면 경기가 있을 때는 구장으로 이용하고 평상시에는 공원으로 사용하는 운동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계획 대로 철가를 강행하겠다는 자세.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오는 11월 야구장을 시작으로 동대문 운동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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