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지난 2002년 월드컵 개최가 축구 붐을 불러일으킨 것은 맞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것은 국가대표팀에 국한된 문제일 따름이다. 축구계 전체의 상황을 놓고 보자면, 월드컵 개최는 오히려 악영향이 더 컸다.

현재 K리그에는 모두 14개 팀이 소속 돼 있다. 이 가운데 30%에 육박하는 4개 팀이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새로 창단됐다. 특히 "시민 구단"이라는 형태가 유행처럼 번진 건 확실히 주목할 만한 일이다.

기업형 구단이 적자를 낸다면 그건 다만 기업의 손해일 뿐이다. 시민 구단은 다르다. 시민 구단의 적자는 '혈세의 낭비'다. 그렇다고 세금 낭비를 참아가면서 구단을 유지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그러니까 현재 K리그는 공급이 수요를 강요한 형국이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구단 숫자가 오히려 문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민들이 원하지도 않는 "시민구단"을 만들어 놓고 적자로 구단 재정이 어려우니 '후원'을 부탁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는다.

월드컵 경기장 건립 비용 역시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스포츠 토토>로 건립비를 상환한다고 하지만, 서울·수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만성적자에 시달린다. 다른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사용될 수 있는 돈이 '쏠림 현상'을 빚은 것도 문제다.

우리는 이렇게 월드컵을 축구 문화 발전의 한 계기로 삼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다. 'CU@K리그'는 헛된 바람에 지나지 않았고 사후 대책도 마련해 놓지 않고 무작정 건립한 축구장은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야구나 농구, 배구 등 다른 종목 역시 월드컵 건립비 때문에 손해를 봤다.

그래도 참고 인내했다. 2002 월드컵은 우리 민족의 '역량'을 전 세계에 과시한 기가 막힌 이벤트였다. 모두들 축제 분위기에 들떠 평생 기억에 남을 한 달을 보낸 것도 사실. 그러나 이제 '정치적인 논리'로만 상황을 감내하기에 '경제적인 손실'이 너무도 크다.

특히 여름 스포츠 라이벌 야구는 지독한 반대급부에 시달렸다. LG가 추진하던 이른바 '뚝섬 돔구장 프로젝트'가 무산된데 축구계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대구, 대전, 광주 등의 월드컵구장이 겸용 경기장으로 건설되지 못한 것 역시 야구계 쪽에서 보기에는 통탄할 일이다.

때문에 프로야구는 오랜 기간 침체에 시달려야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신흥 강호로 군림하던 팀이 헐값에도 팔리지 못했다. 이제 겨우 협상 파트너를 찾았다고 느낀 순간 돌아온 건 역시나 유명 축구 인사의 '마케팅적 프로축구 우월론'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K리그나 프로야구나 '우물 안 개구리'이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세계인의 스포츠로 '공통의 언어'인 축구가 기업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가치 상승에 훨씬 유리"하다는 이 축구인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이것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해외 유명 축구팀의 스폰서를 하는 쪽이 훨씬 낫다.

더군다나 현재 K리그는 팀 이름을 정할 때 기업명보다 지역명이 앞에 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프로야구는 오직 기업명만 쓴다. 어느 쪽이 소위 '뻗어나가는 기업'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까? 정말 마케팅적으로 낫다는 주장을 하기엔 너무도 근거가 빈약하다.

원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사촌이 땅을 샀으니 거름을 보태야겠다는 긍정적인 의미였다. 이제 이 속담은 질투와 시기심을 나타내는 의미로 변질된 지 오래다. 이런 의미 변화가 세태 변화를 너무도 잘 포착해 주고 있다는 것을 오늘 이 축구인이 완벽한 방식으로 증명했다.


댓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