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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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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심판의 개입이 잦은 종목이다. 사실 야구라는 종목의 진행 자체가 심판의 이분법적인 판정에 의해 끊임없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야구 팬들은 유독 '오심 논란'에 민감하다.

게다가 올스타 브레이크 때 터진 '심판의 난'으로 인해 심판에 대한 팬들의 불신은 더욱 골이 깊어지고 말았다. 가장 공정해야 할 심판 세계에 '파벌'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명백히 세상에 밝혀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핏 외국인 심판 도입은 참신한 아이디어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프로 농구(KBL)에서 외국인 심판 제도를 시행했던 것은 판정에 대한 불만이 견딜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야구는 다르다. 물론 '오심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판정에 대한 불만이 그리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파벌 견제 혹은 해체의 목적을 제외한다면 외국인 심판 도입의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공정한 판정 문화 정착을 위해 외국인 심판이 필요하다면 이를 반대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풀(pool)'이 좁은 우리 야구계를 생각할 때 이를 확대하기 위한 '다른 시도' 역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판이 좁을 때 '파벌'은 배척의 대상이지만, 큰 판에서 파벌은 경쟁의 대상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파벌 문제'에 대해 KBO의 '일처리 미숙'이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KBO는 외국인 심판을 통해 '심판 길들이기'에 나서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 그런 의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KBO는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속담을 기억할 필요가 있었다. 오해를 살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외국인 심판이 '돈보다 명예'라는 태도라면 더더욱 곤란하다. 이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정한 판정을 위해 애써온 우리 심판진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다. 또한 자기 자신들의 잘못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시스템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 역시 높다. 여러모로 '외국인 심판 도입'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심판도 사람인 이상 100% 완벽한 판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관건은 이 불완벽함을 어떤 시스템을 통해  보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비디오 판정 도입도 한 수단이 될 수 있고, 오싱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 역시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덮어 둔 채 '외국인 심판'이 새로운 '판관 문화' 도입에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KBO. 우리 야구 발전을 위해 진짜 필요한 것은 어쩌면 제대로 된 행정을 할 줄 아는 '외국인 KBO 사무국'인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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