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 타자들은 KIA 스코비를 상대로 .311/.405/.469를 때린다. 쉽게 말해서 주자가 없을 때 스코비는 상대 타자를 정근우로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자가 나가면 스코비는 상대 타자를 .215/.314/.333으로 막는다. 갑자기 상대 타자들이 신명철로 변했다. 하지만 신명철에 만족할 스코비가 아니다.

이 기록은 득점권이 되면 .194/.308/.278로 더욱 좋아진다. 신명철도 부족해 타자들을 지석훈으로 만들어 버리는 스코비다. 확실히 위기가 찾아오면 올수록 스코비는 더욱 강해졌다.

과연 이걸 위기 관리 능력이라 불러도 좋을까? 물론 해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서정환 감독에게는 불펜으로 한번쯤 올리고 싶은 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 혹시 오승환을 꼭 한번 꺾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밝히겠다. '철가면' 오승환 역시 주자가 나가면 흔들린다.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피OPS 차이가 무려 300포인트 정도나 된다.

하지만 주자가 없을 때 오승환을 상대로 출루에 성공할 확률은 .180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오승환이 흔들린다는 피OPS 역시 .700 수준이다. 참고로 정민철의 피OPS가 .699다.

오승환을 이기는 법이 진짜 알고 싶은가? 하늘에 대고 기도하는 수밖에…


• LG 이승호는 한 때 팀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모습에서 화려한 옛 영광을 기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 때문일까?

기본적으로 이승호는 우타자를 잡아내지 못했다. 우타자들은 이승호를 상대로 .301/.389/.425나 때려냈다. 이승호를 상대로 한 우타자는 누구나 KIA 장성호 수준의 타격을 자랑했다는 뜻이다.

반면 좌타자들은 이승호에 .102/.221/.136으로 꽁꽁 묶였다. 모든 타자들이 좌타자라면 이승호는 여전히 리그 최강의 투수라는 이야기.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체 야수 가운데 좌타자는 27.8%밖에 안 되는 것을…


• 사람들은 김승회라는 이름을 들리면 흔히 '땀'을 떠올린다. 어쩌면 그 '땀'은 잠실에서 느껴지는 공포감 때문에 흘리는 '식은땀'은 아닐까?

김승회는 원정에서 상대 타자를 .237/.304/.333으로 준수하게 막는다. 하지만 잠실에만 오면 이 기록은 .320/.387/.564로 나빠진다. 덕분에 원정에서 1.77밖에 되지 않던 평균 자책점 역시 7.34로 나빠진다.

잠실은 분명 대한민국에서 홈런 치기 가장 까다로운 구장이다. 하지만 이 구장에서 김승회는 9이닝당 1.73개의 홈런을 허용했다. 원정에서는 0.89개. 확실히 잠실이 싫은 투수도 있는 모양이다.


• 하지만 위에 나온 투수들 모두 임창용 앞에서는 새 발의 피다.

임창용이 선발로 뛸 때(5.00)보다 구원(3.18)으로 등판했을 때 평균 자책점이 더 좋다는 건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홈/원정 차이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임창용은 대구에서 71이닝을 던져 평균 자책점 3.17을 기록했다. 원정 경기에서는 38이닝 동안 평균 자책점 7.34다. 게다가 임창용은 인조 잔디(3.56)와 천연 잔디(7.71) 사이의 편차가 크고, 낮에 던질 때(1.18)와 밤에 던질 때(5.40)의 차이도 크다.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았다. 바로 좌/우타자 상대 기록. 임창용은 우타자를 .249/.312/.292로 만들며 상대 타자들을 이원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좌타자에게는 .396/.478/.619로 포스트 이승엽 부재를 한방에 해결해 버린다.

흔히 투수는 타자보다 '까탈스러운' 성격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임창용은 그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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