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기록은 '쪼개진다.'

어떤 타자들은 홈에서 강하고, 다른 타자들은 원정에서 강하다. 우완을 상대로 잘 치는 타자가 있는가 하면, 좌투수 킬러로 명성을 떨치는 타자들도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얘가 벌써 이만큼이나 쳤어?" 하게 만드는 선수들도 존재한다.

2007 시즌엔 과연 어떤 선수들이 이런 명성(?)을 얻을 수 있을까. 한번 기록을 '쪼개' 보자!


• 롯데 이대호는 홈에서 .384/.496/.730을 때려냈다. GPA로 환산했을 때 4할이 넘어가는 어마어마한 수치(.405)다. 반면 원정에서는 .286/.403/.461로 GPA .297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확실히 이대호는 사직 및 마산에서 더 힘을 냈다.

보통 홈/원정 경기에서 이런 유형의 편차를 보이는 선수는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홈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직 구장이 콘크리트 펜스를 갈아엎은 게 아니라면, 사직은 분명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다.

게다가 이대호는 원정(6)보다 홈(14)에서 많은 2루타를 때려냈다. 정말 믿기지 않는 3루타를 때려낸 구장 역시 사직이었다. 콘크리트 펜스 때문에 홈런이 단타로 변하지 않았다면, 이 차이는 얼마나 더 벌어졌을까?


거꾸로 원정에서 더 강한 면모를 드러낸 타자는 LG의 발데스. 발데스는 원정에서 .345/.452/.524를 때려내며 특급 외국인 선수의 성적을 기록한 반면, 잠실에서는 .231/.316/.307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그러니까 LG팬들이 분명 야구장에서 볼 때는 못했는데 성적은 꽤 나온다는 말도 거짓은 아니었던 셈. 게다가 잠실처럼 외야가 드넓은 구장에서 발데스의 수비를 보는 것 역시 마음 편한 일은 못 됐을 것이다.

특히 발데스는 사직에서 타율 .421을 때려냈다. 혹시 LG에서 발데스와 재계약을 포기한다면, 롯데는 굳이 멀리서 외국인 선수를 찾을 필요가 없어지는 건 아닐지? (물론 수원에서는 .529를 때렸지만 브룸바와 재계약 할 테니 -_-;)


만약 프로야구에 우완 정통파 투수만 있다면, 한화 한상훈은 지금보다도 더욱 대단한 업그레이드를 기록했을 것이다. 한상훈은 정통파 투수를 상대로 .316/.392/.409를 때려냈다. 어엿한 3할 타자에 출루율 역시 4할에 육박한다.

하지만 옆구리 투수들을 상대로는 장타 하나도 없이 .182/.217/.182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혹시 벌써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심호흡 한번 하시라. 한상훈은 좌완을 상대로는 눈 감고 쳤으니 말이다. 좌투수를 상대로 한 한상훈의 타격 라인은 .063/.167/.156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상훈이 여태 2할6푼8리나 치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군대는 아예 일찍 다녀올 게 아니라면 최대한 늦춰도 나쁠 건 없는 모양이다.


거꾸로 송지만은 우완을 상대로 .248/.312/.388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병살은 8개. 그래서 우완 투수를 상대로 찬스가 걸리면 김시진 감독은 송지만을 빼고 강병식을 넣는다.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좌완을 상대로는 .383/.500/.600이나 쳤다. 사이드암 계열을 만나서도 .291/.349/.436으로 딱히 흠잡기 어려운 성적을 거뒀다. 확실히 좌완을 상대로 기록한 성적은 대한민국 프로야구 연봉 No.2 선수답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전체 투수 가운데 65.4%가 정통파인 것을…그래서 송지만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란 쉬운 일이 못 된다.


2007 시즌이 개막하고 한 달이 지나도록, 현대 중견수 이택근은 겨우 .237/.308/.320밖에 때려내지 못하고 있었다. 작년이 소위 '플루크' 시즌이 아니었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그 날 이후 이택근은 완전히 달라졌다. 5월 7일부터 오늘 현재까지만 계속하면 이택근의 타격 라인은 .344/.409/.471로 지난 해와 별 차이가 없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택근은 지난 해 후반기 이후 타율 관리를 위해 장타를 포기하다시피 했다. (올스타전 이후 ISO .030) 하지만 올해는 후반기까지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며 후반기에도 그런 대로 펀치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택근은 오히려 작년보다 올해 더욱 무서운 타자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가을에는 확실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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