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가 시애틀과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5년간 총액 9천만 달러 정도라는 것이 중론. 심지어 1억 달러라는 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과연 이치로!는 만 33세에 이 정도 계약을 이끌어 낼 만큼 대단한 선수일까?
사실 이치로!는 세이버메트리션이 좋아하는 부류의 타자는 못 된다. 세이버메트릭스의 관점으로 볼 때 이치로!는 참을성이 없는 '똑딱이'일 뿐이다.
그래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후 안타와 관련된 온갖 기록을 세웠음에도 그의 OPS+는 120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계약에선 이런 특성이 오히려 장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타자들은 대체로 노쇠화가 늦게 찾아오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발은 생각보다 그리 빨리 늙지 않으며, 원래부터 없던 파워가 사라질 리도 없다. 전준호가 여태 최고의 리드오프로 손꼽히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
게다가 이치로!는 자신과 유사한 타격을 구사했던 다른 타자들보다도 늦게 늙고 있다. BP.com의 PECOTA를 참조해 보면, 이치로!는 프로젝션 상위 95%에 해당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따라서 일단 5년이라는 기간은 충분히 제시해 볼만한 수준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현재 시장 상황에서 그의 가치가 연간 2천만 달러라고 볼 수 있을까?
이치로!는 MLB에 데뷔한 2001년 이후 지난 시즌까지 159 Win Shares를 기록했다. 데뷔 이후 팀에 평균 10승 정도를 선물했다는 이야기. 그러나 지난 2년간은 8승 정도로 성적이 다소 하락했다.
앞으로의 계약 기간 동안 그의 Win Shares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재 기록을 바탕으로 Tangotiger 방식으로 이치로!의 WS를 예측해 보면, 향후 5년간 매리너스가 이치로!에게 기대할 수 있는 승수는 약 28승 정도가 된다.
현재 FA 시장에서 1승 가치는 대체적으로 400만 달러 정도. 따라서 28승이라면 1억 1천 200만 달러 정도가 예상된다. 시장 가격으로 볼 때 이치로!의 계약을 '오버 페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여기엔 아직 이치로!의 '마케팅 효과'는 반영돼 있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다.
"While I don't believe this is Ichiro's final contract, I do think today's signing is a big step in assuring he will spend his entire career here in Seattle," he said. "He is both an offensive force, and a Gold Glove outfielder. It is great news for our organization and our fans that he will be here in Seattle for another five years."
"이것이 이치로!의 마지막 계약이라고 믿지는 않지만, 이치로!가 시애틀에서 커리어를 마친다는 것에 대해 서로 신뢰를 확보하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치로!는 뛰어난 공격수이자 골드 글러브급 수비수입니다. 이치로!와 앞으로 5년간 계속해서 함께할 수 있다는 건 우리 구단과 팬들 모두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치로!가 5년 뒤에도 이런 몬스터급 계약을 맺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계약은 어쩌면 시애틀 팬들보다 매리너스 구단이 더 기뻐할 만한 계약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