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역시 이번 시즌 한화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팔자인 모양이다. 모처럼 여유롭게 한화와의 게임차를 벌릴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결과는 팔자를 거슬러 가지 못했다. 결국 다시 1.5 게임 차이를 유지한 채 대전 시리즈를 마치게 됐다. 장원삼 vs 정민철의 선발 대결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인 것도 사실이다.

장원삼은 7.1 이닝 동안 2 실점으로 또 한번 QS를 기록했다. 그러나 승리와는 역시나 인연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신철인-이현승이 8회말 한화에 찾아온 기회를 무산시켜줬다는 점이다. 어차피 경기를 내주긴 했지만, 1) 장원삼의 방어율을 깎아 먹지 않았고, 2) 패전투수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원삼 본인에게는 다행이었다. 위기를 자초한 장본인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으니, 장원삼에게도 아쉬움은 없었을 것이다.

비록 김태균에게 볼넷을 허용 만루를 채운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신철인은 강타자 이도형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이현승이 깔끔하게 대타 데이비스를 처리했다. 가장 급박한 순간 믿고 맡길 수 있는 두 명의 필승 '믿을 맨'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준 셈이다. 비록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지만, 송신영도 그리 나쁜 내용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 게다가 끝끝내 마운드에 박준수를 올리지 않았던 것을 통해볼 때, 김재박 감독님께도 이 경기를 꼭 잡아야겠다는 의지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일부러 그러는 거야 아니겠지만, 확실히 최근 타자들은 장원삼을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강병식은 칭찬해 줄만 하다. 강병식은 대타로 나와 모처럼 2루타를 터뜨려주며 동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사실상의 희생번트와 스퀴즈로 이어진 과정도 최근 재미를 보고 있는 스타일 그대로였다. 하지만 한점을 위한 점수는 거기까지다. 바로 다음 9회에 서튼부터 시작하는 좋은 타순이었지만, 대타 강귀태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이제 2위 굳히기에 나설 시점에서 KIA와 맞붙는다. 굳이 상대전적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확실히 좋은 기회라는 느낌이다. 캘러웨이부터 시작해 전준호로 끝나는 로테이션 역시 상대에게 부담이 되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KIA의 분위기도 만만찮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게다가 기아 역시 그레이싱어부터 시작하는 로테이션이다. 주말에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현대의 작전 야구가 빛을 발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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