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초 공격에서 사실상 모든 승부가 갈렸다. 송지만의 선두 타자 홈런, 서튼의 투런, 채종국의 엔타이틀 2루타와 계속된 밀어내기까지. 한 팀이 공격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집중력이 발휘된 경기였다. 5월에 9연승을 구가하던 때의 공격력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좀더 잘한 선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응집력이 확실히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소 맥이 풀어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승을 내달리던 때는, 한 회에 대량 득점을 했다고 곧바로 풀이 죽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득점으로 연결되든 그렇지 못하든 계속해서 상대를 괴롭히는 저력이 있었다. 하지만 토요일 경기에서는 이런 모습이 다소 부족했다. 모든 타자들이 이제 경기는 끝났어, 하고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타격 사이클을 되찾을 때는 확실히 되찾아야 하기도 했다.
이런 아쉬움은 일요일 경기로 그대로 전달됐다. 중견수 이택근의 송구 판단 미스, 조경환에게 허용한 몸에 맞는 볼 등이 분명 패전의 가장 큰 이유겠지만, 2점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채종국의 병살타가 들어간 것 역시 패전의 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 무사 1/3루에서 다음 타자가 최근 잘 맞고 있는 서한규였다면, 채종국에게는 차라리 작전을 거는 편이 나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 계속해서 타자들의 출루가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까 토요일 경기는 사실 B급 투수들을 상대로 점수를 뽑아 초반에 승부를 결정지은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그레이싱어를 상대로 한 투구라면, 좀더 짜임새 있는 공격이 펼쳐졌어야 했는데, 선발 투수 전준호를 너무 믿어 선취점 1점에 안심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이후 한기주에게 거의 완벽하다고 할 만큼 봉쇄당한 것도 문제다. 결국 8회초 공격을 승부처로 삼았어야 했는데 중심 타자들이 제 몫을 못해줬고, 9회초 공격에서도 대타 기용 타이밍이 아쉬웠다.
결국 광주 시리즈는 1승 1패로 마감됐다. 분명 2위 굳히기에 나서야 할 시점에서 이는 아쉬운 결과다. 이번 주는 삼성, 롯데와 잇달아 맞붙는다. 한화는 KIA와 두산이다. KIA는 우리뿐 아니라 한화에게도 만만한 상대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다시 3위로 내려앉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광주에서의 이 성적은 확실히 너무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