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용어 가운데 볼호그(Ballhog)라는 표현이 있다. 볼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LA 레이커스의 코비 브라이언트, 그리고 최근 트레이드 시장을 뜨겁게 불태우고 있는 앨런 아이버슨 등이 NBA의 대표적인 볼호그. KBL로 눈을 돌리자면 KT&G의 단테 존스나 전자랜드 시절부터 이 부분의 명성(?)이 대단했던 앨버트 화이트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실제로 한 선수가 어느 정도나 볼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USG 역시 이런 사실을 입증해준다. USG는 한 선수가 40분을 뛴다고 가정했을 때, 볼을 몇 번이나 소유했는지를 보여주는 값이다. 이번 시즌 KBL에서 가장 높은 USG를 기록한 선수는 앨버트 화이트(35.9)이고, 지난해 이 부분 1위는 단테 존스(32.3)였다.
그런데 이 두 선수가 속한 동부와 KT&G는 그리 성적이 좋은 편이 못 된다. 동부는 10승 11패로 5할을 채우지 못찬 해 공동 6위에 머물러 있고, KT&G는 그보다도 못한 8위(승률 .380)다. 화이트의 이전 소속팀인 전자랜드는 '영원한 꼴찌' 후보 이미지를 털어내지 못했고, KT&G는 이번 시즌 김동광 감독의 중도 퇴진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하기도 했다. 역시 볼 소유욕이 많은 선수가 팀에 있는 건 도움이 안 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아주 간단한 조사를 하나 실시했다. 볼 소유욕 가운데 다른 모든 것은 차치하고 한번 슈팅 시도만 떼어내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일반적으로 볼 소유욕이 많은 선수라면 슈팅에도 욕심을 낼 것이 틀림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득점이야 말로 승부와 가장 큰 관련이 있는 값이다. 따라서 슈팅 시도와 승패의 연관관게를 알아보면, 볼 소유욕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최소한의 실마리라도 찾아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KBL에서 한 선수가 20회 이상 슈팅 시도를 기록한 경우는 모두 63번이다. 이 경우의 팀성적은 36승 27패로 승률 .571을 기록했다. 칭찬해줄 만한 수치다. 하지만 25회 이상만 알아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총 19번의 상황에서 8승 11패, 승률은 .421로 낮아진다. 물론 19회라는 표본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은 못 된다. 하지만 한 선수의 난사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같다.
그럼 이런 건 어떨까? 한 경기에서 팀 내 최고 슈팅과 그 다음 선수의 슈팅 시도 횟수의 차이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아닐까? 그러니까 한 선수의 슈팅 독점을 알아보는 것도 흥미 있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본래가 볼 소유욕이 강한 선수란 될 수록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슈팅을 시도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일 테니 말이다.
아주 단순하게 나눠보자. 경기내에서 슈팅 시도 2위 선수와 가장 큰 차이가 난 경우는 20번이다. 찰스 민렌드(33), 피트 마이클(31), 단데 존스(29) 등이 팀 내 2위 선수보다 20개 많은 슈팅을 날린 주인공이다. 따라서 두 선수 이상이 동률은 이룬 경우에는 이 차이가 0일 것이므로 0~10회까지의 경우와 그 이상으로 구분해 본다면 어느 정도 윤곽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편차가 적을수록 팀이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다. 10회 이하의 차이를 보일 경우 팀은 89승 84패로 승률 .514를 기록했다. 반면 11회 이상인 경우는 18승 23패(승률 .439)에 그치고 만다. 한 선수가 슈팅을 독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볼 때 확실히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관련해 『Basketball On Paper』라는 책에는 재미있는 글이 하나 실려 있다. 아이버슨을 예로 들어 설명한 그 글에 따르면, 슛이 성공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선수는 슈팅을 더 많이 시도하게 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슈팅 성공률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슈팅 독점은 결국 팀의 패배로 이어질 공산이 높다. 따라서 컨디션이 나쁠수록 다른 팀원에게 공을 돌려야 하지만, 볼 소유욕은 어느 정도 천성이라서 바꾸기가 어렵다. 슈퍼스타의 이기심이 결국 팀을 패배로 몰고간다는 얘기다.
오랜 농구 속담에 이런 표현이 있다. "승리를 이끄는 것은 스타가 아니라 팀워크다." 낮은 순위권에 쳐져 있는 두 팀의 슈퍼스타, 앨버트 화이트와 단테 존스가 가장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