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 메이저리그 팬으로 살다보면, 필연적으로 이런 일들을 겪는다. 박찬호가 레드삭스를 상대로 선발 등판을 했다. 물론 이는 서재응이 될 수도 있고, 김병현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코리안 빅 리거가 선발 투수로 경우 개인적인 바람은 해당 선수가 8이닝 무실점 정도로 막고, 승리는 레드삭스가 가져가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완전히 반대였다.

    결국 추신수에게 만루포를 허용하며 레드삭스가 경기를 내줬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기분이 묘하다. 물론 추신수의 대활약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응원팀이 패하는 것 역시 유쾌한 기분이 못 된다. 만약 상대팀의 다른 선수라면 얼마든지 그 선수를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갓 빅 리그에서 기회를 잡아가는 우리 동포를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의 성공에 씁쓸한 박수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다.

  • 오늘 경기에서 패함으로써 레드삭스는 양키스에 1경기 뒤진 2위로 내려앉았다. 승수는 64승으로 똑같지만, 패가 2개 더 많은 43패다. 정말 이겨도 이겨도 뒤를 끊임없이 따라온 양키스였다. 그것이 양키스가 두려운 이유였고, 동률이 됐을 때 그 무서움이 가능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지나면서 가능성은 이제 현실이 됐다. 확실히 양키스는 전력을 어떻게 보강하는지 알고 있는 팀이고, 그런 의미에서 진정 멋진 라이벌이다.

    하지만 양키스에게 뒤져있는 것만이 현실이 아니라는 건 문제다. AL 와일드카드에 있어서도 샤이삭스에 겨우 0.5 게임 앞서 있을 뿐이다. 물론 미네소타의 상승세로 인해 AL 와일드 카데 레이스의 모양새가 많은 변화를 겪은 게 사실이지만, 샤이삭스는 지난해 디펜딩 챔스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다. 물론 AL 지구 1위를 차지하는 시나리오가 더욱 좋겠지만, 와일드카드라도 차지하기 위해서는 긴장을 늦츨 수 없다는 얘기다. 확실히 트레이드 마감 시한까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은 건 현재까지는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 BP의 Current Adjusted Standings는 레드삭스의 전력을 61.8승으로 보고 있다. 이는 양키스(64.6)는 물론 제이스(62.8)에도 뒤진 수치다. 샤이삭스(61.0)에는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다. 결국 와일드카드보다는 AL 동부 지구 레이스에서 어떤 경쟁을 펼치느냐 하는 점이 남은 시즌 운영에 있어 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제이스에는 7.5 게임차나 앞서 있지만 많은 경기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Cool Standings 역시 근소한 차이로 양키스에 뒤진 채 지구 2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POFF)에 있어선 60.6%로 샤이삭스(33.1%)에 크게 앞서 있다. 제이스는 겨우 0.9%로 이미 가능성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경쟁(WC)만 보자면 레드삭스(23.6%)의 기록은 샤이삭스(30.4%)에 뒤쳐져 있을 뿐 아니라 미네소타(26.2%)보다도 떨어진다. 이 역시 와일드카드보다는 지구 경쟁에 있어 우위를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마찬가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EqR에 의한 피타고라스 방식이든, 몬테 카를로스에 의한 시뮬레이션 방식이든 모두가 와일드카드보다 지구 타이틀 차지가 우선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와일드카드가 아닌 지구 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길 많은 팬들 역시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제 시즌의 2/3가 지나고, 나머지 1/3이 남았다. 양키스와의 질긴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정말 마음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양키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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