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스포츠가 공용어입니다.


❝스포츠에서 유일한 것이 승리라면 이기는 그 순간 다시 경합을 벌여야겠다는 욕구는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이클 조던과 로저 클레멘스가 나이 마흔에 계속 경쟁을 벌였던 사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 '소크라테스 야구장에 가다' 中에서

우리는 선발 투수를 비교하는 잣대로 흔히 승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10승 9패를 기록한 투수보다 14승 6패를 기록한 투수가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10승 투수는 180.2이닝 동안 방어율 2.84를 기록했고, 14승 투수는 160.2 이닝 동안 3.30의 방어율이라면 승패 기록만으로 두 투수를 비교하기는 무리다. K/9, WHIP 역시 모두 10승 투수(8.57, 1.15)가 14승 투수(7.95, 1.28)에 비해 앞선다면 확실히 그렇다.

위의 사례에서 10승 투수는 2003년 브랜든 웹의 기록이고, 14승 투수는 같은 시즌의 돈트레 윌리스다. 플로리다의 홈구장 프로플레이어 스타디움이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인 것까지 생각하자면, 웹이 좀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고 말하는 편이 옳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이 시즌 NL 신인왕은 돈트레 윌리스의 차지였다. 개인 성적보다 팀 우승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런 행보는 이후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윌리스가 이후 2년 동안 32승을 올린 데 비해, 웹은 21승에 그쳤다. 그래서 200+ 이닝에 3점대 중반의 방어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지만 윌리스에 비해 널리 명성을 떨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 2.06의 방어율로 양대 리그를 통틀어 가장 낮은 방어율을 기록하면서, 브랜든 웹이라는 이름은 슬슬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뛰어난 성적의 원인은 무엇일까?

투수의 구위를 측정하는 가장 손쉬운 도구는 K/9다. 웹은 데뷔 후 지난 세 시즌 동안 모두 618.2  이닝을 던져 508개의 탈삼진을 솎아 냈다. K/9로는 7.39의 기록이다. 이번 시즌에는 105.2 이닝 동안 74개의 탈삼진으로 6.36이다. 갑작스런 구위의 향상이 기록의 향상을 불러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8.57 - 7.10 - 6.76 - 6.36으로 이어지는 K/9가 보여주듯 오히려 웹의 탈삼진 능력은 감소세에 있다. 물론 여전히 수준급의 탈삼진 능력이긴 하지만 말이다.

진짜 변화는 바로 볼넷 수치다. '04시즌 5.15로 불안하던 BB/9가 지난해 2.32로 안정됐고, 올해는 1.12밖에 되지 않는다. 그 결과 K/BB는 무려 5.69에 달한다. 제구력이 부쩍 안정됐다는 뜻이다. 이런 볼넷의 감소가 바로 올해의 호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담장 밖으로 18.9%나 날아가던 플라이볼 비율 역시 11.5%로 줄었다. 삼진은 다소 줄었지만, 볼넷과 홈런 수치에서 급격한 향상을 보이니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수치들이 더더욱 인상적인 건 그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땅볼을 유도해 내는 투수기 때문이다. 웹의 땅볼 유도 비율은 무려 66.8%에 달한다. 물론 리그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또한 상대 타자들이 웹을 상대로 때려낸 라인드라이브 비율 역시 16.1%에 안 된다. 타자들이 제대로 방망이에 공을 맞추기 힘든 투구 내용이라는 얘기다. 그런대도 수비진의 지원은 DER .70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삼진과 볼넷의 감소로 인플레이되는 타구가 늘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아쉬운 점이다.

이상을 토대로 요약해 보자면, 탈삼진 능력의 향상보다는 제구력의 안정이 호성적의 원인이다. 홈런 허용 비율 역시 상당부분 향상됐다. 하지만 인플레이되는 타구가 늘어났음에도 수비진의 지원은 다소 아쉽다. 게다가 현재 그의 방어율은 기대치에 비해서도 너무 낮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소폭 상승이 예상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수치일 것이다.

땅볼 투수라는 명성이 보여주듯 그의 주무기는 싱커였다. 여기에 이번 시즌 그는 컷 패스트볼을 레퍼토리에 새로 추가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그는 엘리트급 투수로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게다가 승수 역시 8승으로 NL 2위권이다. 팀 성적도 NL 서부 지구 공동 1위다. 여러 가지로 호재가 겹친 상황이다. 과연 컷 패스트볼의 마술이 그를 싸이영 수상자로 이끌어 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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