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오승환(41·삼성)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정복했습니다.
오승환은 14일 대구 안방 경기에서 팀이 SSG에 4-3으로 앞선 8회초 2사 2루 상황에 구원 등판해 아웃 카운트 4개를 책임졌습니다.
결국 올 시즌 마지막 안방 경기를 치른 이날 삼성이 5-3 승리를 거두면서 오승환은 시즌 30번째이자 개인 400번째 세이브를 올렸습니다.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MLB)에서 남긴 기록까지 합치면 프로 522번째 세이브입니다.
경기고, 단국대를 졸업하고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그해 4월 27일 안방 경기에서 LG를 상대로 개인 첫 세이브를 올렸습니다.
사실 그해 시즌 개막 당시 삼성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이 아니라 권오준(43)이었습니다.
그러나 권오준이 몇 차례 방화를 저지르자 선동열 당시 삼성 감독은 7월부터 셋업맨 오승환과 권오준의 자리를 맞바꿨습니다.
두 선수 성(姓)을 따라 언론에서 붙여줬던 별명 'OK 펀치'도 그렇게 'KO 펀치'로 바뀌었습니다.
2005년 16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이후 한국 마무리 투수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일단 프로 데뷔 후 180번째 등판이었던 2007년 9월 18일 광주 KIA전에서 역대 최소 경기 100세이브 기록을 남겼습니다.
200세이브(2011년 8월 12일 안방 KIA전) 때는 최소 경기에 한미일 최연소 기록(만 29세28일)까지 더했습니다.
2014년 일본 프로야구 한신(阪神)으로 건너가지 않았다면 300세이브 때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다만 400세이브 고지는 한미일 통산 기록이든 한국 기록이든 쉽지 않았습니다.
오승환은 2018년 8월 5일 MLB 콜로라도 소속으로 한미일 통산 399번째 세이브를 올린 뒤 681일이 지나서야 삼성 소속으로 400번째 세이브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 통산 370세이브로 시작한 올 시즌 역시 가시밭길이었습니다.
오승환은 시즌 초반 컨디션 난조를 겪으면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등판(5월 3일 안방 키움전)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5일 안방 한화전에서 399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뒤로는 팀이 3연패에 빠지는 등 좀처럼 세이브 기록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팀이 시즌 143번째 경기를 치른 이날 모처럼 찾아온 세이브 기회를 살리면서 만원 관중 앞에서 결국 400세이브 고지 정복에 성공했습니다.
오승환은 "기록에 대한 부담이 분명히 있었고 의식도 했다"면서 "내색은 안 했지만 '언제 나올까'하는 생각을 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해 "고개를 들지 못할 성적을 올려 죄송하다. 그래도 마지막 (안방) 경기에서 이겨서 기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00세이브를 기록하는 선수는 앞으로도 좀처럼 쉽게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현역 선수 가운데 통산 세이브 2위인 정우람(38·한화)이 오승환의 절반도 되지 않는 197세이브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우람은 지난해에는 1세이브에 그쳤도 올해는 세이브를 아예 하나도 추가하지 못했습니다.
포수에서 투수로 변신한 3위 김재윤(33·KT·169세이브)이 현재 페이스를 유지해도 앞으로 11년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