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르브론 제임스(39·LA 레이커스)가 팀 동료 러셀 웨스트브룩(35)에게 공을 건네받은 건 3쿼터 종료 18.2초 전이었습니다.
자유투 라인 오른쪽을 밟은 채 코트를 살피던 제임스를 켄리치 윌리엄스(29·오클라호마시티)가 막아섰습니다.
제임스는 펌핑 동작 세 번으로 윌리엄스를 밀어낸 뒤 방향을 바꿔 뒤로 점프하며 슛을 날렸습니다.
3쿼터 종료를 10.9초 남겨 놓고 이 슛이 림을 가르면서 제임스는 미국프로농구(NBA) 역사상 점수를 가장 많이 올린 선수가 됐습니다.
제임스는 통산 3만8352점을 기록한 채로 7일(이하 현지시간) 안방 구장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이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통산 3만8387점을 남기고 1989년 은퇴한 카림 압둘자바(76)를 넘어서려면 36점이 필요한 상황.
제임스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0.0점을 기록 중이라 이날보다는 9일 밀워키전에서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제임스는 3쿼터가 끝나기 전에 압둘자바를 넘어섰고 4쿼터 종료 1분 51초 전에도 레이업슛을 성공하면서 통산 득점을 3만8390점까지 늘렸습니다.
압둘자바는 1984년 4월 5일 통산 3만1420번째 득점에 성공하면서 윌트 체임벌린(1936~1999)을 제치고 NBA 통산 득점 1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날 전까지 38년 10개월 1일(1만4186일) 동안 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1946~1947 시즌 NBA가 출범한 뒤 가장 오래 이 자리를 지킨 선수가 압둘자바입니다.
그사이 통산 득점 2~10위는 모두 바뀌었지만 이날 전까지 1위는 늘 압둘자바였습니다.
압둘자바가 3만8387점을 넣는 데는 1560경기가 필요했지만 제임스가 새 기록을 쓰는 데는 1410경기면 충분했습니다.
만 39세 시즌에도 평균 30점을 넣고 있기 때문에 다음 시즌이면 NBA 역사상 처음으로 4만 득점 고지까지 정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NBA 통산 평균 득점 선두(30.12점)인 마이클 조던(60)도 만 32세 이후로는 평균 30득점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남 브로니(19)와 NBA에서 함께 뛰는 게 꿈"이라고 밝혔던 제임스는 "나는 일단 마음만 먹으면 계속 이 정도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제임스는 2003년 10월 29일 새크라멘토 방문 경기로 열린 NBA 데뷔전에서 경기 시작 3분 3초 만에 중거리 슛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그 뒤 2008년 2월 27일 보스턴 방문 경기에서 역대 최연소 1만 득점, 2013년 1월 16일 샌프란시스코 방문 경기에서 역시 역대 최연소 2만 득점 기록을 남겼습니다.
계속해 2018년 1월 23일 샌안토니오 방문 경기에서, 이번에도 역시나, 역대 최연소로 3만 번째 점수를 올렸습니다.
제임스 이전까지는 코비 브라이언트(1978~2020)가 모두 최연소 1만, 2만, 3만 득점 기록 보유자였습니다.
제임스는 그해 11월 14일 안방 포틀랜드전에서 (자유투로) 체임벌린(3만1419점)을 제치고 통산 득점 5위가 됐습니다.
이듬해(2019년) 3월 6일 안방 경기에서 레이업슛으로 조던(3만2292점)을 뛰어 넘어 통산 득점 4위 선수가 됐습니다.
그리고 2020년 1월 25일 필라델피아 방문 경기에서 브라이언트(3만3643점)를 추월해 3위가 됐습니다.
통산 3만6928점을 남기고 은퇴한 칼 말론(60)을 앞질러 통산 득점 2위가 된 건 지난해 3월 19일 워싱턴 방문 경기였습니다.
제임스를 제외하고는 현역 선수 가운데 아직 3만 점을 넣은 선수도 없습니다.
현역 선수 2위는 제임스와 2003~2024시즌 드래프트 동기인 카멜로 앤서니(39)입니다.
앤서니조차 제임스보다 1만101점 적은 2만2829점에 그친 상태인 데다 레이커스와 재계약하지 못한 뒤로 사실상 은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레이커스 vs 셀틱스'를 하면서 자란 세대가 '압둘자바 기록은 아무도 못 깨'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제임스가 남긴 기록 역시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날 때까지는 깨지지 않지 않을까요?